[대형 국책사업, 그 후 11] 총체적 사기극 4대강사업 피해는 계속

발도 빠지고 경사도 급한 위험한 모래썰매장
지난 4월 16일, 여주시 대신면 양촌리 준설토 적치장을 찾았다. 입구에 간이 화장실과 컨테이너 사무실 사이로 높게 올라간 모래썰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4대강사업으로 강바닥에서 퍼 올린 모래를 쌓아 둔 이곳에 최근 여주시가 높이 31미터, 폭 18미터, 길이 55미터의 모래썰매장을 만들었다. 썰매장 좌측 촘촘히 박힌 모래자루 계단을 오르다 보니, 상당히 가파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경사도가 30도에 이른다. 썰매장 정상부 좌우에는 커다란 벽돌로 성곽을 만들고 있었다. ‘준설토를 활용해 시민과 관광객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여주시 관계자의 말이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이 1억7000여만 원이고 장마철과 겨울철 등을 제외한 유지관리비에 1억2000만 원이 소용될 것이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람의 그림자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평일인 탓도 있겠지만 모래썰매장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외국의 모래썰매장은 입자가 고운 모래여서 썰매가 잘 미끄러지지만, 여기는 강바닥에서 긁어낸 굵은 모래여서 미끄러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더욱 황당한 것은 “좀 더 고운 세사(가는 모래), 2밀리미터 미만의 입자를 가진 모래를 다시 (준설토) 위에 20센티미터 높이로 보강할 계획”이라며 언론에서 밝힌 여주시청 관계자의 말이다.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예산을 들여 모래썰매장을 만들어 놓더니,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으니 또 예산을 들이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보강을 해도 계속해서 유실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역시 하나마나한 일이 될 것이 뻔하다.
 
4대강사업이 한창이던 때 여주시는 ‘4대강사업은 1000년만의 발전 기회’라며 ‘준설된 모래를 팔아 1000억 원의 이익을 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지금까지 투입된 적치장 운영비만 273억 원이지만, 준설토 판매수익도 276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농지 활용에 의한 기회비용 상실까지 고려한다면, 오히려 손해인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가 여주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4대강사업이 벌여진 전체 구간에서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4대강사업을 두고 중앙대 이상돈 명예교수는 ‘국토에 대한 반란’이라 평하고, 서울대 김정욱 명예교수 역시 ‘총체적 사기극’이라 지적하고 있다. 이는 4대강사업의 본질이 극단적 개발주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발주의를 펼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희생되어야 하며, 서민과 자연 생태계의 존재 가치 역시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개발주의 사기극의 피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해서는 안됐던 4대강사업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대운하가 2008년 국민의 촛불 저항으로 무산되자 MB 정권은 ‘강 살리기’라는 미명으로 22조 원 규모의 4대강사업을 추진했다. MB 정부가 밝힌 4대강사업의 목적은 홍수 및 가뭄 예방, 수질 개선, 기후변화 대비 등이며, 4대강사업을 통해 34만 개의 일자리, 40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 장담했다. 4대강사업의 핵심은 16개의 보와 4.5억 세제곱미터(최초는 5.7억 세제곱미터)에 달하는 강바닥 준설이다. 이와 함께 1700여 킬로미터에 달하는 자전거도로, 96개의 저수지 증고 사업 등이 포함됐는데, 2009년 말에 시작한 공사는 만 2년도 되지 않은 2011년 10월 4대강사업이 성공적이라며 완공기념 행사를 치렀다.
 
4대강사업은 시작부터 부실해 입때껏 만들어 온 합리적 제도를 뒤흔들었다. 22조 원 규모의 사업의 마스터플랜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단기간(만 6개월)에 진행됐고, 사전환경성평가 및 환경영향평가, 문화재지표조사 등도 3~4개월 만에 형식적으로 끝냈다. 이러한 날림 점검 과정은 환경영향평가법, 문화재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게 만들었다. 이어 MB 정권은 4대강사업 추진을 위해 2009년 3월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4대강사업의 90퍼센트를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제외 시켰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국가 예산 500억 원 이상 투입되는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로서, 최소한의 정책 타당성 검증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는 제도였다. 지난 2012년 2월 낙동강 소송에서 재판부는 ‘4대강사업은 국가재정법상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MB 정권은 4대강사업에 대한 시민사회, 전문가, 종교계, 국제사회 및 국민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4대강 공사를 광적인 속도에 올인했다. 한편으로는 4대강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진보진영을 탄압하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4대강사업의 진실을 왜곡시키는 홍보에 열을 올렸다. MB측근에게 장악된 방송사와 당시 종편 채널 선정에 사활을 건 보수언론들은 4대강사업의 추악한 진실을 외면했고, 경제언론을 중심으로 4대강사업과 친수구역활용에관한특별법(이하 친수법) 등을 부동산 경기 활성화 방안이라며 허위, 과장 보도를 해 왔다.
 
부실한 계획, 속도전은 공사 자체의 부실로 이어졌다. 4대강 16개 보 중에 낙단보 등 11곳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는 이를 ‘물 비침 현상’이라며 별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지은 지 몇 개월 만에 물이 새는 것을 별 문제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뻔뻔함의 극치다. 전문가에 따르면 “콘크리트 역시 물이 스며든다. 이를 투수계수라고 하는데, 물이 1미터 정도 스며들려면 적어도 1년 이상 걸린다”고 지적했다.
 
4대강사업은 생태계 재앙이었다. 2012년 말에 금강과 낙동강에서는 물고기 집단 떼죽음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을 조사한 환경연합 관계자는 최소 30만 마리 이상이 죽어 나갔다고 전했다. 죽은 물고기가 대체로 큰놈들만 보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작은 물고기까지 고려한다면 그 수는 상상이 안 될 정도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흐르는 물을 고이게 만들어 가장 피해를 보는 것 중에는 겨울 철새도 있다. 물이 얼면 이들이 먹이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겨울마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매서운 추위 속에서 고니 구출 활동을 벌인 이유가 철새 도래지로 유명했던 낙동강 해평 습지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으로 보가 만들어 지기 전에는 아무리 추위가 강해도 그들의 먹이 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4대강사업으로 경제적 효과가 있었을까? 아마도 효과가 있었다면, MB가 퇴임하면서 이를 대단한 치적으로 홍보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4대강사업은 당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조차 4대강사업으로 생긴다던 ‘34만 개의 일자리와 40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을 정도였다. 또한 가뭄 및 물 부족에 대비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며, 홍수에 안전한 강이 아니라 홍수에 더 취약한 강을 만들어 버렸다. 수질은 ‘녹조라떼’가 대변하듯 더욱 악화시킨 상황이다. 
 
MB 정권은 이러한 4대강사업을 왜 했을까? 그들은 철저한 개발주의자라고 봐야한다. 그것도 제왕적 통치를 지향하면서 말이다. 정권의 속셈은 4대강사업 이익 분배를 통한 토건진영의 동맹을 강화해서, 이를 통해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MB정권은 4대강 양안 최대 8킬로미터를 개발할 수 있는 친수법을 2010년 말 날치기 통과시켰다. 이 법으로 전 국토의 24퍼센트가 개발 가능 대상이 됐는데, 심지어 국민의 식수를 보호하는 상수원보호구역도 친수구역으로 지정되면 자동 해제되는 등 법체계의 근간은 물론,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키는 법률로 만들었다. 
 
 
남한강 지천인 금당천. 4대강사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하천 정비사업이 진행중이다
남한강 지천인 금당천. 4대강사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하천 정비사업이 진행중이다
 

4대강사업, 그 후 

 
지난 3~4월, 한 방송사 팀과 함께 4대강 현장을 돌아 봤다. 물리적 4대강사업 공사가 끝난 후 만 2년이 지나고 있는 현재, 우리 강이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일부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은 여전히 4대강사업은 꼭 해야 했던 사업이라 주장한다. 한 술 더 떠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됐고, 성공한 사업이라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현장은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해 준다. 
 
남한강과 접한 여주시 단현리 부라우나루터 인근 약 1만1000제곱미터(3300평)의 논 제방은 길이 약 30미터, 높이 약 1.5~2미터로 파여 나갔다. 경사가 거의 90도에 가까울 정도였다. 20년 동안 이곳에서 벼농사를 지어 왔다는 황덕선 씨는 원래 제방 바로 앞에는 큰 모래섬이 있었는데, 4대강사업으로 모래섬이 사라지고 나서부터 논 제방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수차례 공사 관계자와 해당 관청에게 진정을 냈다. 당연히 보강공사를 하든, 보상을 하던 해줘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는데, 돌아오는 것은 ‘4대강사업 때문이 아니다’라는 답변이었다. 그는 “내가 만일 힘이 있으면, 행정기관이 이렇게 나오겠냐”면서 “왜 국민을 화나게 하느냐”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낙동강과 영산강도 마찬가지였다. 칠곡보 상류 약 2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칠곡군 약목면의 한 마을, 이곳에서 만난 정수보 씨도 같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마을의 지하수 수위는 해발 25.3미터인데, 칠곡보 관리수위는 해발 25.5미터로서, 물이 올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당연히 국토부도 이 마을의 피해를 예상했지만, 축산 단지라서 리모델링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방치하다시피 했다. 낙동강 중하류인 고령군 객기리 수박 농가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으며, 영산강 죽산보 때문에 농지에 지하수가 올라와 피해를 입고 있는 나주시 신석리 일대도 똑같다. 신석리 일대 마을은 지난해부터 1년 동안 침수 피해 원인 조사를 진행했는데, 반백 년을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주민들은 4대강사업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되는 문제라고 분을 참지 못했다. 
 
4대강사업 외 국가하천과 지천에서도 4대강사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는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 작성 이후 곧바로 ‘4대강 외 국가하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공사 중에 있으며, 이와 별도로 지방하천 구간도 하천기본계획 변경에 따른 사전환경성검토가 진행 중에 있다. 불행히도 국가하천, 지방하천 사업은 모두 4대강사업과 똑같은 내용으로 추진되다보니 4대강사업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되풀이 되고 있다. 영산강 지류인 지석천에서는 현재 하천정비사업의 일환으로 5~6개의 보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멸종위기종 귀이빨대칭이가 집단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환경영향평가는 아예 조사되지 않았고, 폐사 사건이 발생해도 공사가 중지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4대강사업과 똑같다. 현장에서는 20~30센티미터나 되는 말라죽은 귀이빨대칭이들이 널려 있는 상황이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에서도 하천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남한강, 금강에서도 마찬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4대강사업이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4대강사업의 피해가 여전한 상황에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이성 종말의 시대

 
지난해 1월 감사원은 ‘4대강사업은 사실상 총체적 부실’이라 진단했고, 7월에는 ‘대운하를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이 감사 결과에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다름 아닌 MB정권 때 4대강사업에 적극적으로 찬동했던 이들과 4대강사업으로 훈·포상을 받은 이들이 그들의 대부분이다. 4대강사업의 문제점이 거듭 드러나고 있음에도 이를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5월 검찰이 4대강 담합 업체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 했다. 검찰 내 ‘최강 화력’으로 평가되는 서울지검 특수 1부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결정적인 증거 즉, 이 사업이 왜, 어떻게 시작됐고,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갔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 답이 없다. 4대강사업을 재조사한다는 목적으로 국무총리실 산하에 만들어진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역시 유명무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월 국립환경과학원은 2012년 10월 벌어졌던 금강 물고기 떼죽음 사건에 대해 ‘원인불명’이라 밝혔다. 환경과학원은 인력과 장비 부족을 탓하고 있지만(인력과 장비 있는 곳으로 분석을 의뢰해도 되는 상황) 진짜 의도는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누가 봐도 뻔한 상황을 두고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원인을 밝히고 싶지 않아서’, 또는 ‘원인을 밝혀서는 안 되는’ 상황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이러한 태도는 현 정권이 4대강사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8월 4대강 녹조 관련해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상반된 의견을 내놓자, 박근혜 대통령은 두 부처에게 자중할 것을 경고했다. 하지만 실상은 환경부에게 입조심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현 정권 자체가 4대강 문제를 해결할 생각도, 4대강사업과 똑같은 방식이 지류지천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4대강사업은 ‘물이 고이면 썩는다’라는 인류 생존 과정에서 터득한 경험적, 과학적 진리를 뒤집었다. ‘배가 지나가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황당한 주장처럼, 회색을 녹색이라 주장하며, 소수의 이득을 위해 한반도와 역사를 같이한 이 땅의 자연환경을 파괴했다. 더욱이 4대강사업은 우리사회의 이성과 상식을 마비시켰다. 돈벌이를 위해 밀려난 생명의 존엄성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인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대강사업을 되돌리지 않으면, 현재도 앞으로도 그 후유증이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이철재 에코큐레이터,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 leecj@kfem.or.kr
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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