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이 사라지니 강이 돌아왔다 -일본 아라세 댐 철거 현장과 구마 강을 가다

환경연합과 댐반대국민행동은 지난 1월 아라세 댐과 구마 강이 있는 일본 구마모토 현 아츠시로 시로 향했다. 이곳은 일본 최초로 댐 철거가 이뤄지고 있다. 현장을 직접 보고 현지의 전문가와 주민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무척 설레었다. 구마 강을 처음 본 순간. 강의 물줄기가 다소 거칠고 힘차게 흘러 내려가는 모습이 마치 강원도 영월 동강과 많이 닮았다. 일본의 3대 급류하천으로 꼽히는 이유를 알 듯하다. 
 
철거가 시작된 일본 아라세 댐 ⓒ박창재
 

구마 강의 비극

 
구마 강은 길이가 116킬로미터로 구마모토 현의 남쪽을 U자로 휘휘 돌아 가와베 강(江)과 합류하여 서쪽 야츠시로해에 다다른다. 가와베 강은 일본 환경성에서 ‘수질 일본제일’에 자주 선정되는 맑은 강이다. 
 
구마 강 본류에는 3개의 댐과 2개의 보가 있다. 하구에서 상류 6킬로미터에 구마 강 보, 그로부터 2킬로미터 위에 농업용 보인 요하이 보가 있고 요하이 보 상류 12킬로미터에 아라세  댐이, 아라세 댐 10킬로미터 위에 세토이시 댐이, 그 위 80킬로미터에 이치후사 댐이 있다. 
 
1954년 일본은 패전 후에 부족해진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아라세 댐을 지었다. 구마 강 비극의 시작이었다. 4년 뒤인 1958년에 세토이시 댐이, 1960년에 이치후사 댐이 차례로 건설되었고, 요하이 보와 구마 강 보가 들어섰다. 
 
댐과 보가 들어서자 구마 강과 야츠시로해의 환경은 악화되어 갔다. 급류천 구마 강다운 경관은 강의 중류에만 남게 되었다. 유일하게 댐이 없는 가와베 강만이 자연 경관을 유지할 수 있었다. 구마 강 유역의 4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가와베 강은 구마 강의 수량과 수질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고 한다. 이 가와베 강에도 댐 건설이 40년 동안이나 추진됐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지난 2008년에 백지화됐다. 
 
정부는 댐 건설 당시 지역주민들에게 댐을 건설하면 홍수를 예방하고, 관광객이 증가하고, 어업이 번성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댐이 건설되고 난 후 정부의 말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홍수 피해였다. 수해 빈도는 물론 피해규모도 크게 늘어났고 복구비용도 크게 늘었다. 수문에서 물이 한꺼번에 방류되면서 하류 수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댐 안에 퇴적된 토사가 밀려와 심대한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수질도 악화되어 악취가 나고 녹조도 매년 심각했다. 이런 탓에 어업은 큰 타격을 입었고, 풍부한 어족자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주민들은 점차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지역 명물이었던 은어도 사라졌다. 아라세 댐 건설 이후, 여울이 잠겨 모래가 모이지 않자 은어들의 산란장이 될 만한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댐은 하류로의 토사 공급도 막아 하류는 진흙갯벌로 바뀌고 어획량도 감소하고 야츠시로해에서는 적조 발생도 심해졌다고 한다.
 
아라세 댐으로 인해 구마 강이 병들고 사람들이 떠났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한때는 어부가 2000명 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2~3명뿐이라고 한다. 아라세 댐의 전기발전도 이 인근지역의 17퍼센트를 담당해왔으나 지금은 0.7퍼센트에 그친다. 
 
 
 

댐 철거까지

 
구마 강 본류에 건설된 큰 보나 댐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겪어야만 했던 주민들은 2010년 전력회사의 아라세 댐 수리권 갱신을 앞두고 아라세 댐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2002년 구마모토 현의 지사는 댐 수리권을 7년간 갱신한 후, 2010년부터 철거를 시작하겠다고 결정했다. 철거를 향한 준비가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2008년 후임 지사는 현의 재정 문제와, 수력발전은 클린에너지라는 이유로 아라세 댐 철거 계획을 보류했다. 댐 철거를 기다려오던 주민들의 분노는 격한 철거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지사는 주민들의 반대에도 수리권 갱신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 7년간의 수리권 갱신은 철거를 전제로 허가된 것이고, 하천법상 수리권 갱신은 불가능함이 판명됐다. 그렇다고 신규 수리권 신청은 어협의 동의나 주민의 이해를 구하기 어려워 더더욱 불가능했다. 결국 지사는 2010년 3월 아라세 댐 철거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2011년 12월 국가로부터 철거허가증이 교부되어 법적으로도 댐 철거가 결정, 2012년부터 철거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주민들은 12년 동안 현을 상대로 싸웠고, 결국 아라세 댐의 철거를 이끌어낸 것이다. 아라세 댐은 발전가동중인 댐을 철거하는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2012년 3월 31일 아라세 댐의 수문이 차례대로 개방되었다. 56년 만에 구마 강은 흐르는 강이 되었다. 댐 하류 기수역이 살아났고 매년 여름이면 발생한 푸른 이끼도 더 이상 생기지 않게 되었다. 아라세 댐의 수문을 전면 개방한 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강이 구불구불 흐르면서 여울이 출현한 것이다. 여전히 제한적이긴 하지만 은어가 돌아왔다. 수문의 전면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지자 댐 호수였던 곳은 굽이쳐 흐르게 되고, 큰 비로 탁해져도 물이 금방 맑아지고 수질은 현격히 개선되었다. 
 
아라세 댐 철거는 5년 반에 걸쳐 진행될 계획이다. 은어 등 하천에 서식하는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천 안에서의 철거 공사를 겨울철 두 달 동안으로 제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철거비용은 92억 엔, 우리 돈으로 약 920억 원이 든다고 한다. 이 중에서 철거 토목공사에 드는 비용은 20억 엔, 나머지는 환경모니터링 등에 쓰일 예정이다. 
 
자연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댐을 철거하는 것은 일본에서 최초의 일이다. 분명 일본 전역에  모델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한해에 50기의 댐이 철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에 따르면, 2011년에 시작한 엘화강 댐 철거사업으로 760종의 일거리가 생겼고, 철거 후에는 레크리에이션, 여행업 등 446종류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댐 건설 10년 후에 홍수피해를 입은 마을 사진제공 츠코시로
 
 

4대강의 수문을 열고, 댐 건설 중단해야

 
아라세 댐과 구마 강을 보라. 하루빨리 호소생태계로 고착화되기 전에 4대강 16개 댐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서서히 재자연화가 일어날 것이다. 가장 경제적이고 최첨단공법이 수문의 전면 개방일 것이다. 이것이 어렵다면 실험적으로 1개의 보라도 수문의 전면개방을 시작해보자. 모니터링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 결과를 놓고 수문 개방 여부를 정하면 되지 않겠는가. 또한 4대강사업도 모자라 막대한 국민 혈세를 들여가며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댐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댐을 철거하는 추세다. 노후되고 안전하지 않고 경제성이 떨어지고 기능을 다해 효율이 떨어져 철거하기도 하지만 강과 하천의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도 댐을 철거하고 있다. 댐을 철거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박창재 환경운동연합 처장이자 댐반대국민행동 사무국장 greencj@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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