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시민의 힘으로 다시 살린다 _ 김금호



2000년 6월, 당시 환경단체들의 최대 현안이자 시민들의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켰던 ‘영월댐 건설’이 백지화되었다. 댐 건설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완강했던 만큼 백지화를 위한 국민적 열망도 뜨거웠으며, 그에 따른 현지주민들의 찬반 여론도 감정의 골을 깊게 드리운 채 오랜 시간 대치하고 있는 상태였다.

너무 힘겨운 과정을 통해 얻은 성과이기에 그런 것일까? 영월댐 백지화를 이루어낸 이후 동강 보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급격하게 무뎌져 갔다. 많은 이들은 댐 백지화로 인해 꿈꾸던 대로 맑고 푸른 동강이 도도하게 흐를 것이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동강은 이제 댐 백지화의 취지에 걸맞은 보전의 대상이 아니라 개발과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개발과 투기, 끝나지 않은 동강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2000년 1월 창립과 함께 동강을 시민자산으로 보전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백지화가 선언된 이후에도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동강의 보전을 위한 모금 활동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시민모금운동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개발의 속도를 제어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에 있었다. 백지화 이후, 정부 및 자치단체의 농가지원을 통해 주변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립식 건물들이 신축되면서 난개발이 예고되었다. 그리고 2002년 8월, 훼손과 오염이 우려되는 강변의 사유지를 제외시킨 채 65평방킬로미터의 면적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다.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매미’가 휩쓸고 지나간 이후 동강은 각종 수해복구 사업이 진행되었다. 수해복구사업으로 강변도로가 포장되었고 도로를 보호하기 위한 옹벽이 시공되었다. 옹벽의 시공에 드는 골재는 동강변의 자연석을 마구 채취하여 축조하기에 이르렀다. 생태계보전지역 내에서 진행되는 공사이지만, 해당 관리청의 관리소홀 속에서 사전환경성검토라는 절차도 무시된 채 진행되기 일쑤였다. 이로써 최근 3년간 각종 복구와 도로포장작업으로 동강의 물이 맑을 틈이 없었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도로건설과 옹벽 설치로 강변과 인근 야산의 생태계가 단절되는 문제, 무분별한 강변 골재채취로 인한 수질 오염 및 동식물의 서식조건 악화 등 다양한 문제가 야기되었다.



동강 주변의 도로건설과 옹벽 공사가 진행되면서 마을의 모습도 점차 변하기 시작하였다. 접근성이 용이해진 점과 동강 주변의 수려한 경관에 투자가치를 느낀 외지인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강변 사유지는 생태계보전지역에서 제외된 지역이라 거래 뿐 아니라 별다른 건축행위에 대한 제한도 없는 상태였다. 생태계보전지역이라는 것을 무색케 할 정도로 국적을 알 수 없는 모양의 펜션과 기존 농가를 증·개축한 민박업체들이 난립하게 되었다. 환경부에서는 2007년까지 400억을 책정하여 생태계보전지역에서 제외된 사유지를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지가의 상승수준으로 볼 때, 현실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조처가 아닐 수 없다.

시민유산 제3호 ‘동강’의 탄생
2003년 12월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동강에서 시민유산으로 확보할 근거지를 마련하는 조사작업에 들어갔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2000년부터 평창의 문희마을을 대상지로 매입운동을 펼쳤으나 외지인들에 의해 마을의 3분의 2 가량이 매각되었고 초기의 모습과는 달리 난개발이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 이미 보존가치가 상실된 마을에서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을 진행하는 문제에 대해서 여러 차례 논의 끝에 대체부지를 물색하기로 합의하였다.

그해 겨울, 동강의 중류에 위치해 있으면서 동강 생태계의 핵심축이라 말할 수 있는 백운산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답사를 거듭했다. 그리고 백운산의 등반의 초입에 해당되면서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역사문화자원이 우수한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제장마을을 최종 매입지로 결정하였다. 매입한 지역은 마을의 초입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도로개설이나 주차장 건설 등의 훼손위험이 꾸준히 제기되어오던 지역이다.

매입 대상지가 결정된 후, 지금까지 모은 시민의 성금으로 제장마을 초입의 5200여 평의 땅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였고 부족한 금액에 대해 내부 회원을 통한 모금운동을 진행하였다. 지금까지 모금한 시민성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기에 더 많은 모금이 진행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함에도 자칫 그 지역에 대한 투기나 지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가능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남은 기간 동안 회원 모금과 뜻을 함께 하는 후원업체를 발굴하기 위해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임원과 사무처가 긴박하게 움직여야 했다. 회원들의 모금운동이 이어졌고, 뜻을 함께 한 KT, 디아지오코리아, 유한킴벌리 등의 기업에서 후원이 이루어졌다.

2004년 6월 29일, 시민유산 1호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와 2호 ‘최순우 옛집’에 이어 시민유산 3호 ‘동강’이 탄생하였다. 정부나 개인이 보전하지 못하는 자연문화유산에 대해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증과 기부를 통해 보전하게 된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의 쾌거가 아닐 수 없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시민유산 3호 ‘동강’ 지역에 대한 친환경적인 관리와 이용을 통해 동강에서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범적인 사례를 실현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시민성금을 통한 매입뿐 아니라, 매입 이후의 보전, 그리고 지역주민의 편익을 고려한 이용을 통해서 지역주민이 동강보전에 동참하는 계기를 만드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도 친환경적 관리와 운영에 참여하여 자연과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느끼고 실천하는 장이 마련되어져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시민유산 3호 ‘동강’지역의 매입은 개발과 보전, 훼손과 이용 등에 대한 대안적 사례를 실현할 수 있는 실험적 시도라는 데 의미가 크다.

자연에 대한 점령의 역사로 이루어진 현대사회에서, 이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데 필요한 좀더 현실적인 문제들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시민들의 성금과 참여를 통해 확보되는 시민유산을 통해서 상호 공존의 해법을 치열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세대가 이룩한 ‘시민유산’에서 우리의 미래세대는 자연과 역사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며, 이 땅에 이미 존재하지 않는 분들의 소중한 뜻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이다.


글 ·사진 / 김금호 kkh@nationaltrust.or.kr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부장


시민유산 3호, 동강 제장마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창립과 동시에 매입운동을 추진했던 동강을 4년여만에 매입, 지난 6월 29일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각계인사와 시민들,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동강매입선포식’을 가졌다. 매입한 지역은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제장마을에 위치한 95번지 및 96-2번지의 땅, 전체 5200여 평. 제장마을은 동강의 물굽이가 휘감아도는 안쪽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로서 지리적 입지 조건으로 인해 아직까지 훼손이 덜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동강의 다양한 동식물의 보고이자 천혜의 경관을 간직한 곳으로 그 보존가치도 매우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이번 시민유산 3호인 ‘동강’의 매입을 계기로 현지에 전통가옥을 재현한‘한국내셔널트러스트 동강 관리센터’를 설치해 보전할 계획이다.

백지훈 기자 backjh@kfem.or.kr
제작년월: 

환경단체 소식

사이트 소개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뉴스&월간 환경잡지 입니다.

청소년 보호 정책

구독

구독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