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임기 말의 낙동강 꼼수 정치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변 Ⓒ환경운동연합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낙동강은 또다시 격랑 속에 빠졌다. 앞서 이명박 정부가 강행한 4대강사업의 결과 가장 큰 후유증에 시달렸던 게 낙동강이었다. 4대강사업은 강만 망친 게 아니었다. 권력 집단은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인류 역사 이래 각인된 경험적 그리고 과학적 상식을 부정하기 위해 대한토목학회, 한국수자원학회 등 한국의 대표적인 학술 집단을 동원했다. 돈과 권력을 좇는 전문가의 ‘자발적 양심 팔이’도 극심하게 일어났다.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편파를 넘어 언론의 ‘사회적 공론 기능’을 권력에 사유화시켰다. 국정원 등 음지에서 일해야 할 정보기관은 드러내놓고 4대강사업 비판 전문가와 환경단체를 불법 사찰하며 탄압했다. 환경부 등 국가 행정 부처 역시 낯 뜨거운 민낯을 드러나며 4대강사업에 적극적으로 부역했고, 그 대가로 관료들은 훈·포장, 대통령·국무총리 표장을 나눠 가졌다. 4대강사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음에도 누구도 반성하지 않았다.
 
MB정권의 부당한 4대강사업에 낙동강 시민사회는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4대강사업 후유증 해소를 위해 낙동강 보 수문 개방과 해체 등 자연성 회복을 함께 외쳤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을 때 낙동강을 예전처럼 회복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 낙동강 유역 시민사회는 지난 6월 정부 정책 결정을 두고 ‘취수원 다변화’와 ‘취수원 이전’이라 각각 주장하며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단체 간 정책 경쟁이 아닌 감정 대립 양상도 벌어지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그 사이 낙동강 자연성 회복을 총괄하고 있는 환경부는 보 처리방안 마련을 못 하고 있다. 2019년 2월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밝힌 이후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가는 현재까지도 한강, 낙동강은 답보 상태다. 환경부 장관은 ‘취수원 다변화에 신경 쓰느라 보 처리방안 마련에는 시간이 없었다’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녔다. 이 때문에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란 지적이 압도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낙동강은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끼는’ 상황이 됐다. 아니 ‘연대와 협치의 깃발’마저 흔들리는 격랑 속에 놓여있다. 과연 그 격랑은 누가, 무엇 때문에 만들었을까?
 

취수원 이전과 다변화 사이

 
지난 6월 24일 세종청사 앞에서 환경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와 창녕 합천 주민들이 취수원 이전 반대 집회를 가졌다 Ⓒ환경운동연합
 
지난 6월 24일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이하 낙동강 유역위)’는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을 표결해 통과시켰다. 핵심은 2030년까지 ‘낙동강 수질을 Ⅱ등급 이상으로 관리하고 2028년까지 상·하류 취수원을 다변화하겠다’라는 내용이다. 그에 따라 대구와 부산은 취수량의 절반가량을 각각 상류의 지류로 옮기게 됐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만 1조4000억 원. 전체 낙동강 수질 개선엔 향후 4조6000억 원 투입이 예정돼 있다. 이날 환경부는 “낙동강 본류 수질 개선 최우선 하는 ‘먹는 물’ 안전관리 초석 마련했다.”라는 제목의 9쪽 분량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1991년 페놀 사건 이후 낙동강 식수원 불안은 끊이지 않았다. 1994년 부산 취수장 원수에서 발암성 물질로 알려진 디클로로메탄이 검출됐다. 2002년 낙동강 수계 오염원 관리와 상수원 수질 개선을 위한 「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낙동강 유역법」)」이 시행됐지만, 2004년 1·4-다이옥산, 2018년 과불화화합물과 같은 난분해성 미량유해물질이 검출됐다. 4대강사업 이후엔 ‘녹조라떼’라고 불리는 대규모 독성 남세균(Cyanobacteria) 창궐이 거의 연례행사가 되면서 유역 주민의 낙동강 상수원 불안 인식이 더욱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의 주장 그대로 ‘먹는 물 안전관리에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열악한 낙동강 수질 문제 해결을 위한 취수원 다변화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기에 당연히 추진해야 한다는 게 부산지역 시민사회의 대체적 반응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으로 취수원 다변화를 얻어낸 대구, 부산 지방정부와 지역 언론은 “30년 숙원 사업을 이뤄냈다.”며 환영 입장을 냈다.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일까?
 
환영보다는 취수원 다변화 결정에 대한 반발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낙동강 유역위 의결이 있던 날 세종시 정부청사 환경부 앞에 모인 낙동강 권역 환경연합은 “보 해체 없는 취수원 이전은 낙동강 포기 선언”이라 주장했다. 합천과 창녕 주민 역시 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취수원 이전을 거부했다. 낙동강 유역위 안건은 사실상 환경부만이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환경부에 강하게 요구했다.
 
낙동강 유역위 의결에 앞서 환경연합은 단식농성을 벌일 정도로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했다. 이들은 보 수문을 개방하자 자연성이 회복되고 있는 금강, 영산강 사례를 제시했다. 환경부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 체류시간 감소와 유속이 증가하면서 강물 흐름이 크게 개선됐다. 모래톱과 수변공간이 많아지면서 생물 서식처 다양성이 증가하는 등 자연 하천으로의 회복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게 환경부 분석 결과였다. 4대강사업 후 사라졌던 흰수마자와 같은 한반도 고유 어종도 돌아왔다. 지난 7월 5일 환경부가 운영하는 물환경정보시스템(water.nier.go.kr) 확인 결과, 낙동강 창녕함안보 유해 남조류 수치는 3만473cell/mL, 합천창녕보는 8만3070cell/mL였지만, 보 수문이 개방된 금강 세종보, 공주보는 0cell/mL을 기록했다. 물의 흐름을 개선했을 때 수질이 좋아진다는 것 역시 상식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수질 개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경제성 관점에서라도 불필요한 하천 구조물은 해체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환경연합은 4대강사업으로 망가진 낙동강을 근본적으로 회복하려면 보 수문 개방 및 해체 등 보 처리방안이 전제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보 처리방안 없이 취수원만 이전하는 건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취수원 이전은 「낙동강 유역법」 제정 당시의 주민 합의를 깨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상처에 약이 아닌 소금 뿌린 환경부

 
지난 6월 10~13일 환경연합이 진행한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박창근 조사단장이 보 아래에서 채취한 퇴적토를 보여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인가? 취수원 이전인가? 부산의 경우 취수원 이전, 즉, 다변화 필요성에 공감한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꼭 취수원을 이전해야 했나?’라는 점에선 여러 의문이 든다. 사활이 걸린 바둑에선 무엇보다 수순이 중요하다. 취수원 이전에 앞서 4대강사업으로 망가진 낙동강 자연성 회복을 우선해야 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 아닐까 싶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둑판 사활에서 두 집 내고 살아도 대마가 위태로우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번 취수원 이전은 낙동강이라는 ‘대마 살리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우려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국가 정책의 피해자라는 관점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가톨릭대학교 이시재 교수는 2001년 동강댐 건설 계획의 사회 영향평가 연구 논문(「영월동강댐 건설 계획의 사회영향평가주민 의식조사를 중심으로」)에서 국가 정책에 따라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동강댐 찬성, 반대 주민 모두 피해자라고 분석했다. 이런 관점에서 낙동강 수질 악화에 따른 상수원 불안은 이전 정부부터 이어온 국가 개발정책의 피해가 중첩된 결과였다. 국가 정책에서 소외되면 피해의식이 쌓이고 그에 따른 개발 보상 심리가 더욱 심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4대강사업으로 누가 이득을 봤는가? 중앙과 지역 정치인, 토호 세력 등 그야말로 소수에 불과할 뿐 절대다수 국민은 피해를 봤고, 지금도 그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따라서 낙동강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선 피해자 보호 관점을 바탕으로 유역과 통합적 사고가 절실했다. 그러나 환경부의 선택은 피해자 보호가 아닌 ‘피해자 갈라치기’였다. 동강댐 등 대형 국책사업에서 개발동맹이 자주 쓰는 방법이 피해자의 절박함을 이용한 갈라치기였다. ‘정부 말 잘 들으면 보상비 더 줄게’라는 식으로 피해자들이 하나로 뭉치는 걸 방해하면서 개발 사업을 밀어 붙여왔다. 4대강사업 때는 아예 국정원이 이런 짓을 했다. 환경부의 ‘낙동강 갈리치기’ 결과 대구, 부산 이외 주민은 국가 정책에서 소외됐다. 역설적으로 이는 또 다른 개발심리를 자극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또 이전까지 같은 목소리를 내던 부산, 경남 시민사회는 양분되다시피 했다. 이는 낙동강 자연성 회복 운동의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악영향이 남게 된다.
 
환경부의 ‘시민 감수성’ 부재 역시 문제다. 2018년 과불화화합물 논란 당시 환경부는 차관을 대구지역 정수장으로 보내 수돗물 전문가, 대구시 관계자와 함께 수돗물 음용 퍼포먼스를 벌였다. 선진국 수준의 정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수돗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했던 환경부였지만, 정권 말기가 되자 슬며시 말을 바꿨다. 게다가 취수원 이전 결정을 밀어붙인 환경부 핵심 관료들은 4대강사업으로 포장과 대통령 표창 등 서훈을 받은 인사들이다. 현재 환경부에 남아 있는 4대강 서훈 관료가 불과 3~4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강을 망쳤던 관료들이 또다시 물 정책을 관장하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 환경부는 4대강사업으로 훈장을 받고 국장급으로 승진해서 퇴직한 관료를 국립생태원장 후보로 선정한 일도 있었다. 이는 4대강사업으로 국민들이 입은 상처에 치료제가 아닌 소금을 뿌리는 것과 다르지 않은 행태다.
 

중앙과 지방 정치의 개발주의 

 
합천창녕보 Ⓒ함께사는길 이성수
 
환경부의 이번 취수원 이전 결정은 처리 방식부터 문제가 있다. 이전까지 문재인 정부 물 거버넌스(협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의를 존중해왔다. 그러나 낙동강 유역위는 표결로 처리했다. 표결에 앞서 국가물관리위원회 염형철 간사 위원은 페이스북에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를 결정할 때도 최대한 진지하고 충분한 절차를 거치면서, 반대의견을 가진 위원의 묵시적인 동의 또는 불참 속에서 의결했다. 그랬던 위원회가 낙동강에서는 다수결로 처리하겠다는 주장은 가능하지 않다. 보 처리에서는 만장일치고, 취수원 이전은 다수결이라는 것은 소위 환경부 판, 또는 문재인 정부 판 ‘내로남불’이라고 비난받게 될 것”이라 지적했다.
 
사실 낙동강 유역위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공동위원장이 환경부 장관이고 절반 가까이 정부와 공공기관 소속 인사들이다. 또 민간위원 상당수도 지자체 추천 인사라는 점에서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구조였기에 더더욱 합의 정신이 중요했었다. 낙동가 유역위 결정을 두고 ‘낙동강 협치 사망일’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이런 비난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사실상 이번 결정으로 낙동강 협치가 유명무실화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환경부가 예상하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더욱이 권력 누수 현상이 뚜렷해지는 임기 말 시기라는 점. 그리고 지지부진한 낙동강 자연성 회복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낙동강 취수원 이전을 강행한 것 또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사회학자 이해진은 그의 논문, 「4대강사업과 지역개발의 정치」에서 ‘중앙과 지역의 토건 세력의 이해가 결합된 국가 공간 프로젝트’라고 4대강사업을 평가·분석했다. 중앙과 지역 정치의 토건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번 낙동강 취수원 이전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부산 재·보궐선거에서 여·야 정치권은 가덕도 신공항을 핵심 공약으로 삼았다. 이번 취수원 이전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활용될 수 있는 개발주의 전략이다. 벌써 거물급 여당 정치인의 대구 출마설이 등장하는 것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경남 인근 지역에선 취수원 해제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등장했다. 이는 취수원 이전이 향후 과도한 낙동강 개발과 그에 따른 갈등이 더욱더 깊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 정책의 피해자 보호 관점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았다. 낙동강 자연성 회복이라는 확실한 길을 두고 취수원 이전이라는 개발주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즉, 매표를 위해 낙동강 자연성 회복을 포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묻고 싶다. 환경 정책에 있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차이는 무엇일까? 
 
글 / 이철재 에코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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