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황룡강 골프장

 
 
황룡강 ⓒ광주환경운동연합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올 여름을 가장 명징하게 나타내주는 문구가 아닐까. 우리는 50여 일간 계속된 장마와 집중호우를 거치며 기후위기가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문제임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우리의 생활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널리 인식되고 있다. 
 
코로나, 기후위기, 그린뉴딜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고 에너지전환, 녹색교통, 제로웨이스트 등 정책적 변화의 요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그 많은 의제 속에서 정작 녹지, 습지, 물과 숲 등 자연환경에 대한 의제와 논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
 

물에 잠긴 황룡강 골프장과 하천 둔치  

 
광주에는 황룡강이 있다. 전남 장성에서 시작해 광주광역시 광산구를 지나 영산강과 만나는 황룡강은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어서 오랫동안 개발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지금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많은 물새와 산새들이 찾는 건강한 생태적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황룡강 장록습지는 현재 환경부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으로 연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황룡강도 올해 8월 유례없던 장마와 폭우를 피해갈 수 없어 곳곳에 많은 상처와 흔적이 남았다. 특히 서봉지구 파크골프장이 조성된 둔치 구간은 저수호안이 훼손되고 많은 토사와 자갈이 유입되어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복구는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재되었던 천연잔디는 유실되어 방치되어 있고, 토사와 자갈이 유입되어 둔치 곳곳에 작은 산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지난 8월 장마와 폭우로 황룡강 둔치에 조성한 골프장을 비롯한 인공시설물이 침수돼 훼손되고 곳곳에 쓰레기만 남았다 ⓒ박경희
 
210억 원을 들여 만든 파크골프장은 개장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호우피해 복구비로 9억 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올해와 같은 또는 더 강한 폭우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파크골프장 복구에 들어가는 비용은 우리 세금이며 한 번 쓰면 없어지는 매몰비용이 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번 기회에 하천 둔치 파크골프장 조성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하천 둔치의 인위적 시설물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현재 황룡강 둔치는 산책로, 자전거도로, 식재화단, 놀이터, x-게임장, 축구장, 야구장 등 곳곳에 친수시설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인위적 시설들이 들어와 있다. 여기에 서봉지구 파크골프장 36홀이 추가로 조성되었고 주차장과 관리동이 들어섰다. 이것은 황룡강 광주구간의 현황이고 장성구간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하천 둔치에 체육시설을 비롯한 인위적 시설이 과도하게 조성되고 있는 실정은 단지 황룡강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모든 강과 하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시민의 건강을 위한 생활체육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다음 문제는 생활체육 시설인 축구장, 야구장, 파크골프장은 어디에 설치해야 할 것인가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체육시설이 가장 쉽게 들어오는 공간이 하천 둔치였다. 지역사회 내에서 별다른 논의도 없이 당연하게도 하천 둔치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왜 그럴까? 부지확보 편의성과 예산절감을 이유로 하천 둔치를 선택하는 행정의 안일한 태도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2020년 8월 장마와 폭우가 기후위기 시대 하천 둔치 이용 대한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천의 공간은 하천에게

 
하천 둔치는 홍수 시 물이 흐르는 공간이다. 하천의 공간인 것이다. 자연의 공간을 그동안 사람들의 편의와 이용을 위해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사용해왔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사용할 것인가? 
 
이번 폭우에 피해를 입은 광주천과 황룡강을 살펴보면 같은 하천이라도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는 구간에 침수피해가 집중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자연의 공간은 자연에게, 하천의 공간은 하천에게 되돌려주는 정책적 전환을 위한 지역사회의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가장 빠른 방법은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고 잘 보전하는 것이다. 
 
글 / 박경희 광주전남녹색연합 습지보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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