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31] 부처의 눈으로 보라 / 박현철

국민의 삶과 국토의 현실을 제대로 살펴보아야 할 시국이다.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을까? 불행하게도 전혀 그렇지 못하다. 지난 12월 15일, 정부가 <2008년 제3차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하고 2012년까지 4년 동안 14조 원의 예산을 쓰기로 했다.

이 사업은 상식과 합리성에 반한다. 우선 문제인 것은 하천과 관련된 가장 상위계획인 ‘하천유역종합치수계획’이 2009년에야 수립될 예정이고 특히 한강유역의 계획은 언제 수립될지도 모를 판인데, 그 하위계획에 불과한 정비사업이 먼저 계획되고 예산까지 배정됐다는 점이다. 코와 눈을 어디에 그릴지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신체의 아무데나 코와 눈을 그려 넣겠다는 격이다. 합리적이라 볼 수 없다.

게다가 총예산의 40퍼센트에 달하는 4조3천억 원을 하도정비와 제방보강에 쓴다고 한다. 그런데 2006년 말을 기준으로 이미 4대강이 포함된 국가하천의 개수율(하천제방 축조·보강율)이 96퍼센트를 넘는다. 소하천의 개수율을 다 합쳐도 80퍼센트가 넘는다. 무슨 돈을 이미 쓴 데 또 쓰려고 할까. 이미 썼던 데가 아니라면 결국 그 사업은 정비와 보강을 넘어서는 ‘더 큰 공사를 위한 수로정비사업’이기 십상이다. 그게 아니라면 혈세를 낭비하는 중복사업일 것이고.
가장 큰 문제는 천변 저지대를 민간자본이 재개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천변 저지대는 홍수 때 범람한 물이 저류하는 안전공간으로 하천생태계의 중심부다. 이곳을 민자로 재개발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안전은 도외시하고 민간자본에게 천변 저류지를 상업용도로 불하하겠다는 뜻이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4대강 정비사업의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4대강 정비사업의 출현은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고 대통령이 말했던 대운하사업이 제2라운드의 링에 올랐음을 뜻한다. 대운하에 대한 민심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변했는가? 그래서 다시 운하를 하겠다는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바뀐 것은 운하는 경제파탄을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던 과거 시점보다 더 경제가 나빠졌다는 것뿐이다. 경제가 더 나빠졌다면 더욱 운하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겠다는 것은 국가예산을 일시에 풀어 반짝경기를 일으켜보겠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국토의 안녕을 영구히 파괴하고, 한국경제의 체질을 헤어나올 길 없는 토건경제의 미궁에 밀어 넣겠다는 것이다.

‘뭐 눈엔 뭐만 보이고, 부처 눈엔 부처만 보인다’고 했다. 바로 보아야 할 것은 생존 자체를 시험받는 다수 서민들의 고통스런 삶이며 이미 공사판이 돼버린 국토의 아픔이다. 그 고통과 아픔을 반짝 경기로 마비시키고 장기적으로는 파탄으로 이끌 정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면 이 정부가 부처의 눈을 가졌다 할 수 없다. 정부가 보고픈 것만 보려 한다면, 보아야 할 것을 보도록 시민사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

우리 국토는 앞으로 4년만 살고 말 터가 아니다. 현세대만 살고 미래세대는 안 살아도 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반짝이는 것이 다 보석은 아니다. 불을 밝혀 옥석을 가려야 한다. 부처의 눈으로 보라. 지금 해야 할 일은 운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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