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역 통합 물 관리의 첫걸음 ‘유역 거버넌스’는 가능할까

2019년 6월, 물관리기본법이 시행되었다. 유역 중심의 통합 물 관리 원칙이 마침내 법적 근거를 갖게 된 것이다. 물 관리를 위한 핵심단위로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가 지난해 구성·발족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 단위의 물관리기본계획이 수립 중에 있고, 유역물관리종합계획도 마련될 전망이다. 물관리기본법 제정에 앞서 시민환경연구소는 유역에서 통합물관리를 시행하는 데 필요한 유역 거버넌스 체제를 제안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유역 물 관리에 있어 핵심적 거버넌스인 유역물관리위원회의 구성 방안, 그리고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과의 소통 원칙, 구조, 역할 등을 포함한 실험적 모델을 제시했다. 제안된 모델은 유역 현안과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존재하는 낙동강 유역에서 시범 운영을 통해 유역 거버넌스 체제의 가능성을 검증했다. 
 
우리나라에서 통합된 물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배경에는, 그동안 국내 물 관리 인프라 개발이 진척됐음에도 불구하고 ‘물 이용의 형평성’은 부족하고 이로 인한 빈번한 갈등 발생 상황이 있다. 이러한 갈등 상황에 심각한 하천생태계 훼손이 더해져 하천 정책에 대한 신뢰도 또한 낮은 현실이었다. 이러한 상황과 현실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 유역을 단위로 한 ‘유역 통합 물 관리’이다. 
 
4대강 시민조사단이 지난해 칠서취수장에서 수질을 조사하기 위해 샘플을 취수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유역 통합 물 관리’는 1990년대 들어 기후변화, 인구 증가, 수질 오염 등 물 위기 및 물 재해가 심각해지면서 새로운 물 관리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패러다임이다. 글로벌워터파트너십(Global Water Partnership)은 통합 물 관리를 ‘우리 생존에 필수적인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지 않고 공평한 방식으로 경제·사회적 번영을 극대화하기 위해 물, 토지 및 관련 자원의 개발과 관리를 서로 협력하여 실행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더 간단하게 정의하면, 물의 지속가능한 관리, 함께 하기(통합 연계) 위한 협력, 참여의 장려, 유역 내 자원들의 연결로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유역 물 관리의 원년을 열기 위해, 통합 물 관리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수자원, 물환경, 농업, 방재 분야를 분석하고, 유역 통합 물관리 체계를 구성하는 원칙을 세웠다. 법재정적 독립성과 자율성, 관련 법률 및 정책들과의 정책 조화성, 운영 과정에서 투명성과 협치(governance) 정신 구현이다. 이는 유역 통합 물 관리 체계의 핵심인 유역물관리위원회가 실질적인 권한과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부분이다. 이 원칙이 적절히 작동하기 위한 체제로 (제도화된) 의결 거버넌스(유역물관리위원회)와 이를 둘러싼 협의 거버넌스(가칭 유역참여센터)의 구성운영을 제안했다. 법률적 근거를 가진 유역물관리위원회가 의결심의 기능에서 대표성과 공식성을 가진 반면, 공론화와 소통에서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고 협력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구성·운영하자는 제안이다. 
 
 
연구팀은 제안한 유역 물 관리 체계를 낙동강 유역에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낙동강통합물관리위원회 구성 당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사회적 수용성이었다. 이를 위해 우선, 낙동강 유역의 시민사회와 전문가가 총망라되어 있는 낙동강네트워크, 낙동강포럼과의 협의를 통해 낙동강에 대한 이해와 활동 경력 등을 중심으로 민간측 위원을 구성하였다. 
 
위원 구성의 주요한 원칙은, 추천 위원의 참여도(자발성), 유역 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참여기회, 행정구역별 고른 참여 등이다. 위원회는 중앙부처 5명, 지방정부 5명, 공공기관 3명, 전문가 10명, 주민대표 15명, 법조인 2명, 산업계 5명, 농축어업 대표 5명으로 총 50명 정원으로 구성되었다. 이렇게 구성된 위원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유역 통합 물 관리 및 거버넌스 모델을 낙동강 유역의 상황들에 대입하여 그 효과성을 살펴보고 이론적인 내용을 뛰어넘어 실질적인 모델을 구축하고자 시도한 것이다. 
 
지난해 1월 구성된 낙동강 유역물관리위원회 ⓒ백명수
 
낙동강 유역 시범 운영을 위한 구조는 의결 거버넌스인 ‘낙동강통합물관리위원회’와 협의 거버넌스인 ‘낙동강정책협의회’를 구성하여 운영했다. 낙동강통합물관리위원회는 전국 유역별 통합 물 관리 체계 하의 유역물관리위원회 운영을 앞두고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운영 기획과 유역 물 관리의 원칙과 방향 수립, 낙동강 유역 의제 발굴 및 해결 과제 우선순위 등을 논의했다. 
 
또한 ‘기획총괄 분과’, ‘계획 수립 및 계획평가 분과’, ‘현안1(취수원)분과’, ‘현안2(수질수생태)’ 등 4개의 분과위원회를 두었다. 협의 거버넌스로서 낙동강정책협의회(연구운영결과 가칭 유역참여센터로 확대하여 제안하였음)는 2019년 1월 15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회의 5회와 분과위원회 9회를 진행했다. 
 
낙동강정책협의회는 총 3개의 분과위원회가 구성·운영되었다. 제1분과는 영풍제련소, 안동댐 퇴적토 문제, 제2분과는 낙동강 자연성 회복, 영주댐 문제, 하굿둑개방 문제, 제3분과는 취수원 문제를 논의했다. 낙동강정책협의회에서 협의되고 합의된 의제는 낙동강통합물관리위원회에서 의결 사항으로 검토되었는데, 그 의제는 다음과 같다. 
 
- 낙동강 식수원과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주)영풍 석포제련소 대책 마련
- 낙동강 자연성 회복
- 낙동강 중하류 지역 취수원 문제
- 낙동강 유역 유해물질 관리 대책
- 낙동강 녹조 대책
- 유역물관리위원회 구성 및 협의 거버넌스 정책협의회 구성 근거 마련
- 낙동강 유역 물 관리의 대원칙 마련 
 
낙동강 유역에서 통합 물 관리 체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낙동강통합물관리위원회 구성과정에서 제기된 광역지자체별 위원 참여 비율 문제(균등 구성 요구)는 향후 광역지자체장이 추천하는 유역물관리위원회 위원 구성이 지역의 갈등을 그대로 구조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연결되었다. 
 
연구팀은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위원 구성 단계에서 지자체 간 견제나 민원성 문제 제기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유역 차원의 완결성과 통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전에 유역물관리위원을 광역지자체장에게 추천하는 ‘추천위원회’ 구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통합물관리위원회의 안정적 활동과 유역 내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위원회가 전용할 수 있는 활동 공간 마련의 필요성을 제시했고, 무엇보다 위원회의 실효성 있는 운영을 위해서 독립된 사무국 구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낙동강 유역에서 시범사업 운영 중 참여한 대부분의 이해 당사자들은 지방 자치와 물 자치의 경험 부족, 중앙정부와의 역할 분담 모호 등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기도 했다. 해당 유역에 대한 다방면의 지원과 당사자들의 이해를 위한 역량 강화 교육 등의 선행 계획이 준비되어야 할 대목이었다. 이와 함께 법적 근거가 없는 유역참여센터 구성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인화(민간단체 등록) 방안, 민관이 함께 참여하고 책임을 분담하는 운영 방안에 대한 검토도 제안했다.
 
2020년 3월, 물관리기본법 시행 9개월이 지나고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별 물관리위원회는 민간위원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유역 물 관리의 그림을 처음그려가는 주체로서 위원회의 활동은 장기적인 과제와 단기적인 운영에 대한 고민이 제기되고 있다. 기대했던 물관리위원회의 사무국 독립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당초 기대했던 청사진이 그대로 만족되지 못했다. 그러나 ‘거버넌스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다. 성공적인 유역 물 관리를 위해 거쳐야만 하는 지난한 과정의 항해에 나선 ‘거버넌스 호’, 우리 강들의 모든 유역에 관계 맺고 살아가는 우리 시민들 모두가 그 강들의 ‘유역 공동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지금 강의 보호와 현명한 이용을 통째로 바라보고 실천하는 역사의 실현에 도전하고 있다. 
 
 
글 /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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