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 해평습지는 안녕한가?

2013년 12월 17일 철새도래지 입간판이 서있는 구미광역취수장 앞 해평습지의 겨울은 너무나 조용했다. 강물만 가득 고인 낙동강 위에 황량한 바람만이 불어올 뿐 이곳이 과연 그 유명한 철새도래지 해평습지의 모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빼앗긴 풍경들
바로 머리 위로 쇠기러기 무리가 ‘기룩기룩’ 소리를 내며 편대를 이루어 날아가고, 강 한편에선 고니 떼들이 유유히 유영을 하고, 강물보다 더 넓은 백사장에선 한 무리의 쇠기러떼가 쉬고 있고 그 옆을 두루미들이 유유히 거닐고 또 한 무리의 쇠기러기는 강변 옆 해평들판으로 쉴 새 없이 드나들며 먹이활동을 했으며 다양한 철새들 무리가 내지르는 소리에 압도되는, 그야말로 철새들의 천국이라 할 만한 그런 공간, 4대강사업 전 해평습지의 풍경이었다. 
해평습지가 철새들의 낙원이 된 것은 수많은 세월을 걸쳐 이루어진 이곳의 입지 덕분이었다. 경북 구미시 고아읍과 선산읍을 걸쳐 흐르는 낙동강 중상류에 해당하는 이곳의 옛 풍경은 주변에 넓게 펼쳐진 논과 그 사이를 낙동강이 힘차게 흘러가면서 만들어놓은 넓은 모래 백사장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넓은 개활지가 있어 천적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또 주변의 넓은 들판에선 추수 후의 낙곡으로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어 쇠기러기, 큰기러기, 흑두루미, 재두루미, 고니 등의 희귀 겨울철새들이 해마다 겨울진객으로 찾아오는 그런 곳이었다. 특히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보호종인 흑두루미의 도래지로 명성이 높았다.
그런데 그런 해평습지의 모습은 지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다만 호수가 된 낙동강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다. 왜 그런가? 바로 이명박표 4대강사업 때문이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을 평균 6미터 깊이로 파고 8개의 초대형댐으로 강물을 막은 결과가 지금의 해평습지인 것이다.
대규모 준설과 초대형보를 동반한 4대강사업은 낙동강에서 모래를 빼앗아 버렸고, 강을 깊은 호수로 바꿔놓았다. 그러자 당장 철새들이 앉아 쉴 곳이 사라졌다. 특히 쇠기러기나 두루미들은 넓은 모래톱이 있어야 그곳에 내려 쉰다. 그런 모래톱을 모두 준설해버렸으니 해마다 보아온 철새들이 사라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역행침식으로 생긴 모래톱
그런데 호수가 된 낙동강에 새로운 모래톱이 생겼다. 구미광역취수장 쪽 해평습지에서 5킬로미터 쯤 올라간 상류 감천 합수부에 전형적인 역행침식 현상이 진행, 감천의 모래가 낙동강으로 대거 쓸려 들어오면서 거대한 모래톱이 조성된 것이다. 감천의 모래가 최소 2미터 이상이나 낙동강으로 흘러든 것이다. 낙동강의 대규모 준설은 이렇듯 지천의 급격한 변화를 동반하면서 강 스스로 재자연화의 길로 조금씩 향해가고 있다.  
모래톱이 사라진 낙동강에 강 스스로가 생살을 깎아 만든 새로운 모래톱이 생기자 흑두루미들은 이번 겨울 이곳에 내려앉았다. 매년 내려앉았던 곳은 깊은 호수로 변해버렸기에 이곳 외에는 달리 내려와 쉴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이곳에 내려앉아 하룻밤을 쉬고 날아간 흑두루미의 수가 1300여 마리 정도 된다고 한다. 지난해보다는 다소 늘었다지만 4대강사업 전에 4000여 마리가 도래하던 것에 비하면 턱없는 숫자다. 쇠기러기의 수는 올해 더욱 극감했다. 매년 3000~4000마리 이상의 쇠기러기 무리가 해평습지를 찾았지만 올해는 그 수가 현저히 줄었다. 그나마 이곳에 찾아온 쇠기러기들이 월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매년 해평습지를 찾던 고니 떼에게도 4대강사업으로 달라진 낙동강은 깊은 시련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겨울 도래한 고니 개체 수 또한 극감했다. 2013년 12월 현재 50여 마리의 고니가 구미광역취수장 아래 새로 만들어진 아주 좁은 모래톱에 앉아 쉬고 있다. 그러나 고니들에게 더 심각한 생존의 위협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겨울에 찾아온다.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에 나타나는 심각한 생태적 변화 중 하나는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만 되면 낙동강이 꽝꽝 얼어버리는 것이다. 흐르는 낙동강일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강물 속의 수초 뿌리 등을 먹이로 하는 고니들에겐 호수로 변해 꽝꽝 언 낙동강은 너무나도 치명적인 위협이다. 지난겨울 꽝꽝 언 낙동강에서 먹이활동을 전혀 할 수 없었던 고니들은 아사 직전의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이를 보다 못한 대구환경연합 활동가와 회원들이 고구마를 투입하는 긴급구호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강은 흘러야 한다
철새들은 기억에 의존해 매년 낙동강을 찾아온다고 한다. 저 멀리 시베리아 등지로부터 월동을 위해 날아오거나 새로운 월동지로 이동하기 위한 중간기착지로 활용되는 해평습지는 그래서 생태적으로 아주 중요한 공간이다. 그런데 이 공간이 너무나 달라졌고, 해마다 철새들의 수는 줄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철새들에게 더 이상 해평습지는 그들의 생존에 적합한 공간이 아니란 것이고 지금과 같은 시간이 길어지면 해평습지에서 더 이상 이 나라를 찾는 귀한 천연기념물 겨울철새들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예전의 모습으로 해평습지를 복원시키는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강물이 얕게 흐르고 넓은 모래톱이 존재하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칠곡댐을 열면 되는 것이다. 저 아래 칠곡댐의 수문을 열어 강물이 유유히 흘러가고 넓은 모래톱이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상시적으로 수문을 여는 것이  힘들다면 철새들이 도래하는 시기만이라도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이다. 
4대강사업은 이미 실패한 사업으로 판명이 났다. 보 담수 이후 2년 연속 창궐하는 녹조라떼로 물을 가두면 가둘수록 식수원 낙동강의 수질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13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 안전을 위해서라도 낙동강 모든 보의 수문을 저절로 열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구미시와 대구지방환경청은 철새가 사라진 해평습지에 탐조대를 설치하고 철새도래지 입간판을 새로 조성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속담이 딱 맞는 말이다. 철새들이 살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할 때는 아무 소리 않고 오히려 4대강사업을 쌍수 들고 환영하더니, 이제 와서 탐조대나 새로운 간판을 조성하고 있다니 참으로 한심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철새도래지 해평습지는 겨울철새들에겐 더없이 중요한 생존의 공간이자 인간에게는 생태교육과 더 넓게는 생태관광의 산실로 우리에겐 귀한 자산이다. 이런 공간들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은 결국 이곳을 찾게 되는 철새들이 줄어들고, 급기야 종들의 소멸로 이어지게 된다. 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한 우주가 사라진다는 것이고 결국 인류의 장래 또한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란 것은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더 많은 우주가 사라지기 전에 4대강 복원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렇다 강은 흘러야 한다.     
 
글•사진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apsan@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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