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수구역, 섬진강을 넘보다

4대강사업에서 살아남은 남한강 강천보 상류 지역
 
강물에서 수돗물 원수를 얻는 우리나라는, 강의 수질을 지키기 위해 지역주민의 재산권마저 제한하는 ‘한강수계 상수원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등 강력한 수질보호법들을 한강은 물론, 낙동강, 금강, 영산강 수계마다 두고 있다. 2010년 12월 2011년 예산이 날치기 통과될 때 그런 법들을 일거에 무력화시키는 중대한 막개발법 하나도 함께 통과됐다.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수법)이 그것이다. 
 
친수법은 2011년 4월 시행령이 발효됐다. 법명에 ‘물과 친하다’는 ‘친수(親水)’가 포함돼 있으나 그 속을 살펴보면 친수성과는 반대로 ‘물에 반(反)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있다. 시행령의 핵심적인 내용은 강의 양안을 합쳐 8킬로미터까지 친수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고 대상면적은 국토의 23.5퍼센트나 된다. 친수구역을 개발해 개발이익을 볼 자는 사실상 수자원공사(수공)뿐이다. 개발이익의 90퍼센트를 국가가 환수하도록 하지만, 물사업 관련 공공기관에 대한 예외적 시혜규정 때문에 수공만이 적정 이상의 이익을 볼 수 있도록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수공은 4대강사업 공사비 22조 원 중 8조 원을 댔다. 이에 대해 국민 저항이 큰 혈세 직접 보상이 아니라면 수공이 그렇게 개발사업을 벌여 8조원의 수익을 낼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 강을 끼고 국토의 4분의 1에 달하는 드넓은 지역을 개발사업지구로 밀어 넣은 까닭이 그것이다. 최대한 대상지가 넓어야 사업의 규모나 가짓수를 늘릴 수 있다. 
 
‘어떤 사업을 할 수 있고, 또 없나?’도 중요하다. 수익이 많이 나는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친수법은 친수구역 내에서는 주택, 관광과 위락(레저)시설·산업과 유통시설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돈 되는 건  다 할 수 있다!’고 풀어준 것이다.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제도적 편의 또한 거의 한계 없이 줬다. 친수구역조성사업은 29개 개발사업과 관련되어 환경·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관련법의 각종 인·허가를 다 받은 것으로 인정한다. 의제처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물 환경에는 거의 심장을 찌르는 칼과도 같다. 기존의 강 관리 정책의 핵심은 오염총량을 관리한다는 것인데, 친수법은 친수구역조성사업으로 인한 오염부담의 처리계획을 오염총량관리계획과 하수도정비기본계획에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하천법의 규정을 받는 하천기본계획조차 친수구역조성사업을 위해 임의변경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무소불휘의 개발법이다.
 
결국 친수구역을 지정하고 조성한다는 뜻은 기존의 물 관련 법들이 강물의 수질을 지키기 위해 재산권 제한을 불사하면서 지켜온 4대강을 위시한 국가하천들의 수변구역을 개발가능구역으로 바꾸고 사업을 벌인다는 뜻이다. 친수법은 개발에 반대하는 친수구역 내의 사유지들을 강제 수용할 수 있는 토지수용권도 가지고 있다. 수공 등 사업시행자가 국가개발사업임을 앞세워 친수구역을 조성할 때 무엇으로도 그들의 삽날을 막을 수 없다고 법이 보장해 준 것이다.
 
최초의 친수구역인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2012년 12월 지정되고 2014년 9월 사업실시계획이 승인됐다. 2014년 1월에는 대구, 나주, 부여에도 친수구역이 정해졌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조성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가?’는 이후 친수구역조성사업의 바로미터이다. 에코델타시티사업은 예비타당성 검토나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생략하거나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와 환경단체들은 이 사업을 낙동강 수질오염을 심화시키고 철새 이동통로를 막는 난개발사업으로 규정하고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은 수공으로 보자면 사업수익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수익이 낮아지면 더 많은 사업기회와 더 넓은 사업지역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친수구역 예정지인 섬진강 평사리에서 가족이 뛰어 놀고 있다
 
4대강에 섬진강을 더해 사실상 5대강 유역에 친수구역조성이 가능하도록 개발계획을 추진한 것은 그래서다. 국토교통부의 의뢰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작성한 ‘「국가하천 하천구역 지구지정 기준 및 이용보전계획 수립」 최종보고서’(2013.7~2014.12, 이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에 하천구역을 보전구역, 복원구역, 친수구역 등 세 구역으로 나눠 관리해오던 것을 복원구역을 없애고 상당수 친수구역으로 변경했다. 훼손된 곳을 치유해 다시 보전구역으로 되돌리는 대신 아예 개발가능구역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복원구역들 다수가 매점, 음식점, 휴게편의시설부터 골프장, 요트장, 자동차 경주장 등의 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친수구역으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섬진강은 4대강사업의 삽날을 피했지만 친수법의 삽날은 피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4대강 유역중심의 개발 가능지역인 친수지구를 현재의 8595만6309제곱미터(24.25퍼센트)에서 섬진강을 포함한 5대강 유역 중심의 2억697만2692제곱미터(49.14퍼센트)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최종보고서의 계획이다. 섬진강 친수구역은 기존 1.44퍼센트에서 6.32퍼센트로 4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친수구역이 없던 하동군 악양·고전면은 70퍼센트대로, 하동군 금성면은 33.61퍼센트로, 광양시 진월면은 54.17퍼센트로 늘어났다. 한국의 큰 강 가운데 마지막 남은 자연하천상을 보여주는 섬진강이 파헤쳐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토교통부는 “계획일 뿐!”이라고 한 발 뺐지만, 최종보고서가 밝히고 있듯이 ‘이번 하천구역 지구지정과 이용계획 수립은 4대강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빚진 돈을 섬진강까지 포함해 5대강 친수구역조성사업으로 벌충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4대강사업은 강 살리기 사업이 아니라 ‘강변개발사업’이며 그 정체는 국가가 ‘사람과 자연의 공유지’를 개발해 판매하는 ‘땅 장사’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지역의 강변 막개발법인 친수법의 시행령(2011년 4월)이 19대 총선 전해에 나와 총선과 대선의 개발 대 보전 이슈로 활용됐다. 섬진강을 포함한 5대강사업 친수구역조성계획 비밀 추진 사실이 밝혀진 2015년 현재, 20대 총선 또한 1년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정도 시간은 돼야 개발하고 돈 벌어주는 정부여당 대 반대하는 야당의 구도를 구축할 수 있기도 하다. 강이, 강 곁의 주민들과 생물들이, 그들의 생활과 생명이 돈만 못하고 표만 못한 현실이다. 
 
환경연합은 “4대강사업을 뛰어넘는 5대강사업을 추진하는 국토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고, 시대착오적인 친수법과 하천법의 폐지와 개혁을 위해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이런 활동을 응원하고 더욱 힘 실어줘야 1년 뒤의 오늘은 의미 있는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  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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