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강 살리겠다' 는 거짓말 _ 황순진

‘강 살리겠다’는 거짓말'

동서고금을 통해 “치산치수(治山治水)”가 민생의 안정과 국가의 부흥에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특히 하천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생명수로서 뿐만 아니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서 그 나라의 국력 신장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은 하천과 물을 인간을 위한 단순한 자원으로 다루어온 결과, 콘크리트로 무장된 사각형의 박스로 어디를 가도 비슷하게 성형된 모습을 띠고 있다. 하천이 뱀처럼 구불부불하게 흘러가는 것은 비단 하천에서 공학적, 수리학적 이론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그야말로 물이 흐르는 하천이 가지는 자연적 성질이 그렇기 때문이다. 이를 곧게 펴고 게다가 콘크리트로 덧씌우는 작업은 하천이 가지는 본래의 성질과 하천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많은 생물들이 가지는 권리마저 빼앗는 것과 같다. 그 결과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을 포함하는 5대강과 다른 대규모의 하천들은 이미 자연적인 회복력과 치유력을 상당부분 잃어버리고 말았다


도둑이 제발 저린 격
하천에 관한 가장 최악의 발상은 하천을 경제발전과 국토개발로 호도되는 논리를 통해 정치적 희생의 제물로 삼은 ‘경부운하, 한반도 대운하’이다. 5대강의 물길을 운하를 통해 하나로 만들겠다는 사람들의 생각은 과연 아름다운 환경을 보전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마음이 있는가 의심스럽다. 그런데도 그들이 대운하 사업의 캐치프레이즈에 물길을 살리기 위한 생명 프로젝트, 자연물길 복원, 생명공간 복원사업, 생태계 복원사업이라는 표현을 차용하고 있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은 운하사업의 본질이 생태계 파괴, 환경파괴를 담보하고 있기 때문임을 그들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비현실적인 논리다
수량이 풍부해지면 수질이 개선되는 것은 오염이 심한 작은 하천에서나 통하는 얘기다. 운하로 연결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5대강 수준의 상당한 수량을 보유하고 있는 대하천에서는 실현성이 희박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우리나라 대하천에서의 수질오염은 대도시를 끼고 있는 오염된 지류하천에서 유입되는 일부 구간에서의 문제이지 전반적으로는 그렇게 나쁜 수준은 아니다. 또한 운하에 만들어지는 갑문과 거대한 수중보는 물의 체류시간을 증대시켜 운하를 호수화시킬 것이며 그로 인한 수질악화는 당연히 예상되는 문제이다.


생태계 학살극이다
더 큰 문제는 수질이 아니라 운하를 위해 인공적인 하천정비를 통해 나타나는 생물 서식지의 파괴이고 그 결과 하천 건강성이 악화되는 것이다. 이는 선진국의 미래지향적 하천관리 정책이나 우리나라의 미래 하천관리 방향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내용이다. 운하를 만들기 위해 필연적으로 해야 할 일은 수심을 깊게 하는 준설작업인데, 찬성론자들의 생각은 하상과 수변의 모래와 자갈을 제거해야 하는 대상으로 또한 골재자원이라는 경제적 재화로 보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 물길이 만들어내는 하천 내부와 수변의 다양한 형상, 모래톱들은 하천의 건강성을 유지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며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다. 일부 오염된 구간에서의 퇴적물은 준설을 통해 개선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연의 치유력이 내장된 생태적으로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어류나 조류 그리고 저서성 생물들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해 그 중요성이 여러 차례 강조되어 왔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하천의 물리적 요소들을 보전하고 자연성 회복을 가능한 하천 스스로에 맡기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는 데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운하의 건설을 위해서는 이러한 생태적으로 소중한 요소들을 깨끗하게 없애야 한다. 또한 운하건설에 충당할 골재를 위해서 희생시켜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이러한 계획이 어떻게 생태복원사업일 수 있는지, 하천 생명의 보고를 파괴시킨 후 인공적으로 강변을 생태공원화하는 것을 생명공간으로의 복원이라고 과연 주장할 수 있는가?


▒ 남한강에 펼쳐진 모래사장


▒ 낙동강 준설 현장 사진제공 환경운동연합 물하천센터


▒ 낙동강 - 금호강 합수머리 ⓒ함께사는길 이성수

강이 소멸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 5대강 운하사업으로 발전되어 한반도의 반토막을 송두리째 정리해야 하는 유사 이래 가장 치명적이며 그래서 되돌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만큼 환경적으로 파괴력이 크고 거대한 계획이라는 점이다.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독일의 운하는 기후와 수문학적으로, 지형적으로, 또한 태생적으로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만약 대운하가 건설되면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개발의 뒷전에서 그 산물을 고스란히 받아주었던 우리의 강은 더 이상 강이 아니며, 앞으로의 강은 없게 될 것이다.


▒ 운하 통과 예정지 영강 ⓒ함께사는길 이성수


황순진 sjhwang@konkuk.ac.kr
환경운동연합 물하천센터 공동소장, 건국대학교 환경과학과 교수


다음의 글은 ‘세계 물의 날 기념 경부대운하 건설 타당성 세미나’에서 발표된 「경부운하 건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중앙대학교 토목공학과 김진홍 교수), 「한국 고유 담수 어류의 생물지리적 연구와 한반도 대운하 계획」(전북대학교 생물과학부 김익수 교수) 을 발췌, 요약한 것이다.

  • 수량
    주운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운하 수로 내에 일정한 유량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하천의 경우 국토면적은 좁고 산지가 많아 하천경사가 급경사를 이루므로 성급한 출수를 일으키게 되고, 태풍이나 국지호우가 발생하면 홍수파가 매우 빠르게 도달하여 하천이 범람하게 된다. 이러한 여건으로 하천에서의 평수량 및 갈수량은 적은 반면 홍수량은 극히 커서 유량의 변동이 심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상계수가 독일에 비해 매우 높기 때문에 하천유량이 매우 불규칙하며, 이는 우리나라 하천의 유량관리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고, 나아가 안정적인 주운용수를 확보하는 독일보다는 무척 어렵다는 걸 뜻한다.
    특히 낙동강 중상류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3대 과우지약에 속하여 절대적으로 수자원이 부족한 지역이다. 또한 수심과 운하 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준설해야 하는 유지관리 비용이 소요된다. 홍수기 이후에는 상류로부터 대량의 토사가 유송되어 퇴적되기 때문이다. 홍수기에는 각종 쓰레기나 부유물질 등도 대량으로 유입된다. 따라서 이들 이물질 제거에도 많은 유지관리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경부운하 건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 지형, 하도
    본류의 하상굴착은 지류와의 단차를 발생시킴으로써 지류에도 수위 변화가 발생된다. 이로 인해 취수가 불가능해지고, 하상세굴/저하 등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깊은 하상굴착으로 인한 지하수위 저하 및 이에 따른 지반은 불안정성이 예상된다. 이와는 반대로 하천 수위상승에 따른 침수 우려도 있다. 본류 수위 변동에 의한 지천의 수위 변동 및 이에 따른 각종 기존 시설물의 표고 변경(예: 상하수도관의 매설 깊이 변경)이 예상된다. -「경부운하 건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 수질, 취수
    운하수심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물을 가두어야 한다. 이 경우 흐름의 정체에 따른 수질 악화가 우려되고 수질 개선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갑문 설치에 따른 대량의 수자원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지만, 이 또한 흐름의 정체에 따른 수질 악화가 우려된다. 낙동강 물은 1천만 이상의 주민의 취수원이다. 운하 설치로 인해 오염된 낙동강 물 취수는 수많은 민원을 발생시킬 것이다. 또한 공사기간 중에 취수는 불가능하다. 50개의 건설사가 일거에 투입되어 시공한다 해도 4년이 소요된다. 하천수가 아닌 댐 용수로부터 취수하려면, 이는 이미 댐 용수의 공급이 한정되어 있어 불가능하다. 새로운 취수원을 개발한다 해도 수리권과 같은 복합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 -「경부운하 건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 환경·생태
    하천 물길을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수심, 유속, 저질, 유역 환경이 변화될 것이다. 한강 상류 수심이 낮은 여울부에서만 분포하는 천연기념물 어름치를 비롯하여 멸종위기종인 꾸구리, 돌상어, 배가사리와 낙동강에 사는 흰수마자, 여울마자, 얼룩새코미꾸리와 같은 한국 고유어종은 변화된 서식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짧은 기간에 멸종되거나 개체군 격감이 초래될 것이다. 또한 공사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단위 골재채취로 건설비용을 충당하려는 계획은 하천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잘 모르는 데서 나온 발상이다. 하천의 모래바닥이나 진흙, 자갈 혹은 수초 등은 물속의 서식처로서 그들이 먹이를 섭취하고, 산란 및 성장하는 생활공간이다. 모래바닥에서는 한국 고유종인 모래주사, 흰수마자, 돌마자, 미호종개, 기름종개를 비롯한 많은 어류들이 살고 있는데 모래를 퍼내면 그곳에 사는 모든 생물들의 서식지를 파괴시킨다. 또한 공사로 인해 야기되는 오탁물이 하천생태계에 유입되면 중추종(keystone species)에 영향을 주면서 생물군집 구조를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한국 고유 담수 어류의 생물지리적 연구와 한반도 대운하 계획」

  • 외래종
    이전에는 국내 한 수계에 제한하여 살던 어류 종들이 다른 분수계나 하천으로 유입하는 국내 외래종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베스와 블루길과 같은 국외 외래종처럼 그 하천에 사는 생물들에게 생태적, 유전적, 병리적으로 큰 피해를 미치게 된다. 최근 댐 저수지에 어류 증식 목적으로 치어가 방류되면서 이전에 낙동강에 분포하지 않았던 끄리와 치리 등으로 인해 우세하게 출현하던 납자루 여러 종의 개체군들이 현저하게 감소된 것도 하나의 사례이다. 또한 이전에 뚜렷하게 나타나던 한국 담수 어류의 생물지리적 분단현상은 찾아보기 어렵고 유연종 교배로 잡종화 혹은 유전 오염(genetic pollution)이 증가하고 생태적 조건이 단순화되면서 하천 환경의 질이 크게 저하될 것이다. -「한국 고유 담수 어류의 생물지리적 연구와 한반도 대운하 계획」

                              정리 / 정유진 기자 jungyj@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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