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경제성 높다' 는 거짓말 _ 홍종호

경제성 높다’는 거짓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선을 향한 제1호 공약인 경부운하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한창이다. 이 전 시장과 그의 정책참모들은 경부운하가 한국경제에 가져올 장밋빛 미래를 알리기 위해 열심이다. 그러나 대규모 국책사업으로서 경부운하는 경제적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된다. 경부운하 사업은 이 전 시장이 언급한 공사비만 해도 15조 원에서 2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이다. 계획단계의 예상 비용으로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비싼 사업인 셈이다. 게다가 여기에 누락되어 있는 운하 유지관리비용, 수질오염에 따른 환경비용, 수많은 교량 철거 및 재건설 비용, 취수장 이전 및 건설비용 등을 모두 포함하게 되면 실제 공사비는 40조 원이 훌쩍 넘어갈 것임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불성설이다

경부운하 건설에 따른 물동량 전환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수많은 운하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에도 모든 독일 내 운하를 통한 내륙 물동량 처리 비중은 톤-km 기준으로 따져도 13퍼센트에 불과하다. 또한 이명박 전 시장과 찬성 측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국가물류비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운하 이용을 통해 물류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물류비용에 대한 국제비교 결과(2000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12.5퍼센트인 데 반해 운하의 나라인 독일은 이보다 훨씬 큰 15.3퍼센트로 나타났다. 경부운하를 건설하여 물류비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화주들이 운송수단을 선택하는 기준은 운송비와 운송시간이다. 운하운송과 바다운송을 비교해보자. 찬성 측 주장에 따르면 경부운하에는 최대 2500톤 급 바지선이 다니는 것으로 돼 있다. 반면 바다로는 수천, 수만 톤급 화물선이 다닌다. 따라서 단위수송비는 운하수송에 비해 한꺼번에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는 바다운송이 당연히 유리하다. 또한 운송시간도 바다운송이 19개의 갑문을 느릿느릿 통과해야 하는 운하에 비해 훨씬 빠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바다운송에 비해 운송비와 운송시간 모두 경쟁력이 떨어지는 운하를 왜 굳이 고집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 충주호에 떠 있는 텅 빈 유람선 사진제공 환경운동연합 물하천센터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이나 수입품목 중 운하를 이용할 물동량은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효자 상품인 자동차, 조선, 반도체, 휴대전화, 철강 그 어느 것도 운하를 이용할 가능성은 없다. 반도체나 휴대전화는 비행기로 나른다. 수입 컨테이너는 운송 전 과정을 감안해도 부산에서 서울까지 10시간이면 충분한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왜 21세기 스피드 시대에 운하와 같은 과거회귀형 운송수단을 그 대안으로 들고 나오는지 모르겠다. 세계는 “더 빠르게, 더 가볍게”를 지향하고 있는데 운하는 “더 느리게, 더 무겁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공허한 주장이다

문제는 운하를 통해 운반할 물동량이 없기 때문에 내륙도시에 물류기지나 공업단지가 들어설 가능성은 없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운하 건설에 따라 새로운 산업시설과 서비스 산업이 내항을 중심으로 번성할 것이라는 얘기는 설득력 없는 공허한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한 내륙지역에 대한 발전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운하는 그 대안이 될 수 없다. 무분별한 개발계획이 전 국토의 부동산을 들썩이게 만들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토지보상으로 풀린 수십조 원의 돈이 또다시 부동산 매입으로 몰릴 것이다.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이에 따른 ‘부동산 광풍’의 심각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목격했다. 운하 건설계획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땅값 기대심리에 기대고자 하는 전형적인 인기영합주의 포퓰리즘 공약에 다름 아니다.

경부운하에 대한 비용 대비 경제적 효과의 규모를 구해 본 결과 역시 전혀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았다. 비용 대비 경제적 효과의 비율이 크게는 0.28, 적게는 0.05 수준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100원 투입하면 최대 28원 이상 나오지 않는 사업이다.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엄청난 손해를 끼칠 사업임이 분명하다.


4년짜리 한시직이다

30만 명은 운하 건설기간 중에 발생하는 고용인원이라는 것이다. 공사기간 4년을 상정할 경우 찬성 측이 주장하는 30만 명 고용창출은 건설기간 4년이 지나면 없어지는 일자리이다. 물론 지금 한국경제에 있어 실업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며 건설관련 일자리 창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심각한 청년실업문제는 지속적인 고부가가치형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다. 정규직 일자리를 간절히 바라는 구직자들에게 유효기간 4년짜리 일자리는 그들의 아픔에 대한 실질적 대안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경제상식 무시한 부풀리기다

경부운하 찬성 측의 계산법을 보면 골재항목으로 정확히 8조3432억 원을 경제적 편익으로 추정하였다. 엄청난 규모다. 경부운하의 경제성과 관련한 찬성 측의 무리한 연구결과 중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운하건설 과정에서 나오는 모래로 8조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사례가 역사적으로 있었는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 구미공단에 위치한 LCD 공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이 수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경부운하 건설 첫 해 8억3432만 루베의 골재를 캐내어 시장에서 단위당 1만 원에 모두 팔아야 한다. 우리나라 모래 수요는 2006년 기준으로 1억 루베다. 어떻게 갑자기 골재 수요가 한 해에 8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동시에 엄청난 양의 골재가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데도 가격에는 변화가 없어야 한다. 운하의 타당성을 무리하게 정당화하기 위해 경제학적 분석의 기초적 틀을 무시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아마도 채취한 골재를 분할해서 몇 년간에 걸쳐 판매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경우 경제적 편익을 계산하려면 당연히 할인율을 적용해서 현재가치화해야 한다. 5년 뒤에 판매하는 모래골재 수익은 현재 관점에서 보면 그 만큼의 가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이 같은 경제학적 상식을 무시하고 8조 원 이상을 편익으로 책정하는 무리수를 두었는지 모를 일이다.


완전한 허구다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민자사업은 민간이 건설하고 운영의 주체가 되며, 스스로 재원을 마련하는 사업방식이다. 민자유치는 시설 건설, 정부에 대한 기부채납, 관리운영권 확보 후 운영수입에 따른 투자금 회수라는 일련의 절차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없을까? 재원조달에 국한해서 보자면 정부는 건설기간중 건설분담금과 운영기간중 운영수입보장(특히 정부고시 사업의 경우)에 대한 재정적 책임을 지게 된다.


▒ 낙동강 준설 현장 사진제공 환경운동연합 물하천센터

문제는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민자사업 중 수익성이 떨어져 정부가 운영수입을 보상해주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천공항고속도로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는 민간이 제안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교통량이 예상만큼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5년간 운영수입을 정부가 보조해 준 금액이 4천억 원에 달한다. 40~50퍼센트에 달하는 건설분담금을 정부예산으로 부담했음은 물론이다. 앞으로도 2020년까지 2조 원 이상의 국민세금이 인천공항고속도로 운영적자를 메우기 위해 더 들어갈 것이다. 한마디로 말이 좋아 민자사업이지, 결국 국민혈세가 고스란히 들어가게 된다.

만약 민자로 건설된 운하가 운송수단으로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면 운하 이용료(통행료)를 징수, 운영수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운하를 통한 물동량은 기대할 수 없다. 운영수입은 생겨나지 않을 것이고, 민간기업은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약속된 운영수입을 지원받게 될 것이다.
어떠한 경우이든 운하가 건설된다면 그 소요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경부운하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재원 17조 원을 정부 예산 하나 쓰지 않고 골재판매와 민자유치로 조달할 수 있다고 하는 주장은 완전한 허구다.


홍종호 jhhong@hanyang.ac.kr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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