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관리수위 못 낮춘다는 수공의 비밀

“보고서를 공개하세요!”
 
“지금은 의사결정 단계라 공개할 수 없습니다.”
 
“아니 왜 못합니까. 의사결정을 하려면 그 보고서가 잘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알아야 되지 않습니까. 그 보고서가 엉터리면 어쩔 겁니까.” 
 
7월 8일 영산강 죽산보 좌안에서 박창근 교수와 수자원공사 관계자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4대강조사위의 죽산보 현장조사에 앞서 수자원공사 관계자가 죽산보 인근 농지 침수 원인과 대책에 대한 브리핑을 하던 중이었다. 
 
 

보 때문에 농지 침수했지만 관리수위는 못 낮춰 

 
죽산보 인근 나주 다시면 신석리, 가흥리, 죽산리 일대는 죽산보 건설 이후 상습적인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리농사를 지어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은 농사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침수 피해를 겪어왔다.  
 
이 일대 침수 문제는 4대강사업 전 전문가들과 환경단체가 우려했던 내용이었다. 죽산보를 만들어 수위가 상승하면 지하수위도 상승하게 되어, 인근 농지에 침수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국토해양부와 시공업체인 삼성중공업측은 수십 년 동안 쌓이고 쌓인 퇴적토라 지하수 피해가 없으며 이미 설계과정에서 따져본 만큼 안전하다며 전문가와 환경단체의 경고를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했다. 하지만 이들의 말과 달리 죽산보 건설 직후부터 인근 농지에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침수가 상습적으로 발생하고 주민들의 민원도 거세지자 죽산보 건설공사 시행관청인 익산지방관리청은 지난해 3월 수공에 조사를 의뢰했다.   
 
이날 수공 관계자는 조사 결과 “지하수위 상승으로 영농에 장애를 가져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경고를 3년이 지나서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논란이 되었다. 수공의 보고서는 죽산보 관리수위는 그대로 유지한 채 인근 소하천에 제방을 쌓아 소하천 물을 죽산보 하류로 빼고 침수 농지에 대해선 50센티미터 정도 흙을 쌓는 것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이에 대한 공사비와 주민 피해 배상비 등을 포함해 대략 44억 원 정도를 예상했다. 
 
죽산보 농지 침수와 관련해 전문가와 주민들은 죽산보 관리수위를 낮춰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관리수위를 낮출 경우 어도가 운영이 안 되고 생태계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고 상류에 취수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현 시점에서는 용역 결과에서 나온 대책을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게 더 적절하지 않느냐고 주민들에게 말했고 주민들도 이해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어도나 취수구를 그에 맞게 낮추면 된다. 오히려 그 공사가 더 비용이 적게 든다. 그게 다 국민 세금 아니냐. 국가 예산을 수공, 국토부의 논리대로 사용하나.”라고 반박했다. 
 
 

보고서 공개는 불가, 논의는 없다!

 
전문가들과 환경단체 활동가들, 그리고 언론 기자들까지 수공 관계자에게 조사보고서 공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수공 관계자는 현재 의사결정 단계에 있기 때문에 보고서를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조사보고서에 대해선 전문성 있는 업체가 용역을 맡아 조사를 진행했으며 수공이 기술심의를 하고 전문가 자문을 받았고 주민설명회를 통해 이해와 동의를 구했으며 이미 주민대표로부터 농지침수 대책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식의 해명을 했다. 
 
“용역보고서를 누가 작성했느냐. 그리고 누가 검증했느냐.”고 묻자 수공 관계자는 한참을 망설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들 이름을 밝혔다. 면면을 확인해보니 4명의 교수 중 3명은 4대강사업 찬성을 했던 전력이 있었으며 나머지 1명은 수자원공사 출신 교수였다. 죽산보 인근 농지 침수 피해를 우려하며 지적했던 전문가나 환경단체는 왜 포함시키지 않았냐는 질문에 수공 관계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런 식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수공이 신뢰를 더 잃는다. 전문가와 시민단체에서 문제제기할 때 수공은 엉터리 소리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더니 조사 과정에서 당시 문제제기했던 측은 다 빼고 보고서도 공개를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나.”며 박 교수는 언성을 높였다. 이어 박 교수는 “보고서가 공식적으로 공개되기 전까지는 주민들과 합의 보면 안 된다. 그 보고서가 엉터리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나. 주민들을 속이는지 아닌지 어떻게 아나. 그리고 이것은 명백한 주민들에게 보상이 아닌 배상이다. 관련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보고서 공개를 하지 못하겠다는 수공의 태도는 현장에 있던 전문가, 환경단체 그리고 언론사들마저 답답하게 했다. 결정을 다 해버리고 되돌릴 수 없을 때 보고서를 공개해봤자 무슨 의미냐는 비아냥마저 나왔다. 현장을 지켜보던 조선대 환경공학과 이성기 교수는 “사실 죽산보에 가둔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어디어디 쓰냐고 하면 밝히지 못한다. 관리수위를 낮추면 자기들이 잘못했다는 것이 하나둘 밝혀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단초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문제가 또 발생하면 그것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옹색한 방법을 쓸 것이다. 그보다 더 쉽고 편하고 비용이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검토하려는 여지를 주지 않을 것이다. 이 사업은 옳은 것이고 이후에 발생한 문제는 그 방식대로 해결해가겠다는 것이 저들의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곧 보고서를 공개하겠다던 수공은 열흘이 넘은 아직까지도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4대강사업을 강행했고 그로인해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커녕 공개할 수 없다는 수공의 보고서에서 제시한 대책을 과연 국민들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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