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비효율적 하천정비예산 국가경제에 재앙 / 홍헌호

이명박 대통령의 가까운 측근으로 알려진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2008년 11월 28일 KBS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4대강 정비사업은) 대운하와 관계없이 지난 정부에서부터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형준 기획관의 이 말은 사실일까. 필자가 2005년과 2008년 사이 정부의 예산안 자료들을 역추적해 본 결과 박형준 기획관의 이 말은 국민들을 속이려는 교묘한 말장난일 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갑자기 늘어난 하천정비 예산
2001년 하천법 개정으로 정부의 10년 단위 하천유역종합치수계획 수립이 의무화되고, 그 동안 정부가 하천유역종합치수계획 수립에 필요한 사전준비 작업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사전준비 작업을 해왔을 뿐 구체적인 하천유역종합치수계획을 수립한 적은 없다.



국토해양부도 11월 26일 보도해명자료에서 “추정사업비 14조는… 향후 구체적인 사업이 확정되면 변경될 수 있”다고 썼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도 확정이 안 되어 있는 상태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이 사업이 이전 정부에서부터 해오던 계속사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즉 이 사업은 MB정부가 새로 기획하고 있는 신규사업이라는 소리다.  

그럼 이전 정부가 전국의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정비를 위해 책정한 예산은 어느 정도 규모였을까. 이전 정부의 기획예산처가 발간한 연도별 프로그램 예산서에 의하면 2005년과 2008년 사이 4년간 건교부의 하천정비 예산내역은 <표1>과 같다.
자료에 의하면 2006년과 2008년 사이 61개소 국가하천의 연평균 정비예산은 3500억 원 내외에 불과했다. 국토해양부도 26일 보도해명자료에서 “2007년 국가하천정비사업비가 3300억 원”이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요컨대 2006년과 2008년 사이 61개소 국가하천의 연평균 정비예산은 3500억 원 내외에 불과했는데 MB정부가 갑자기 2009년부터 4대강 정비사업예산으로 4년간 14조 원(연평균 3.5조 원)을 책정한 것이다.

홍수피해는 4대강에서 드물어
박형준 기획관은 또 같은 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하천정비사업은 홍수도 방지하며 하천유역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변명 또한 전혀 근거 없는 것이다. 필자가 2008년 초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한국하천일람』의 자료들을 분석해본 결과, 4대강 등 국가하천 중에서 정비가 필요한 하천 비중은 중소하천 대비 3.29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또 필자가 국토연구원의 연구보고서, 「홍수피해특성 분석 및 홍수피해지표 개발에 관한 연구」(2005)에 실린 통계자료들을 분석해본 결과, 전국 232개 시군구 지역 중에서 홍수피해가 가장 심했던 지역 7개 지역이 모두가 다 강원도에 있었다.

왜 이렇게 4대강 본류와 크게 상관없는 강원도 지역의 홍수피해가 큰 것일까. 치수정책에 관해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다 아는 상식에 속하는 것이지만 4대강의 범람으로 홍수가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홍수는 지방군소하천에서 발생한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MB정부는 홍수피해의 대부분이 4대강에서 발생하는지 지방군소하천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안중에 없는 듯하다. 매년 3500억 원 정도로 편성되던 국가하천정비예산을 향후 10배로 늘려 매년 3조5천억 원(4년간 14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4대강 정비에 우선적으로 쓰겠노라고 선언하고 이를 추진하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비효율적 자원배분 경제에 재앙
이런 식의 비효율적인 자원배분, 즉 정책적 수요와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아집과 독선에 의해 추진되는 대운하사업과 4대강 우선정비사업은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에 커다란 재앙이 될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은 대운하건설사업이나 4대강 정비사업이 낭비가 아니라고 우기기도 하고 이들 사업이 일자리도 창출하고 생산유발효과도 가져온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사업의 낭비성을 따질 때는 그런 식으로 우겨서 되는 일은 아니다. 부실투성이 지방공항들을 보라.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지방공항을 건설할 때 이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도 이 사업이 일자리도 창출하고 생산유발효과도 창출한다고 똑같은 주장을 폈었다. 그러나 지금 지방공항 건설사업이 경기부양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어떤 사업의 낭비성을 따질 때는 그 사업이 다른 사업에 비해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기여도가 높은지를 반드시 따져보아야 한다. 진보진영 학자들이  1990년대 북유럽식 위기탈출방식과 일본식 위기탈출방식을 비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같은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1990년대 북유럽의 자원배분 방식이 예상성장률을 3퍼센트에서 4퍼센트로 올리는 방식인 반면, 동시대 일본의 자원배분 방식은 예상성장률을 3퍼센트에서 2퍼센트로 낮추어버리는 방식이다. 상식을 가진 정부라면 후자를 선택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1990년대 일본정부처럼, MB정부가 예상성장률을 3퍼센트에서 4퍼센트로 올리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외면하고, 아집과 독선 그리고 건설족들과 부동산 투기꾼들의 로비에 휘둘려서 예상성장률을 3퍼센트에서 2퍼센트로 낮추는 대안들을 반복적으로 선택하게 되면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MB정부가 1990년대 일본정부처럼 잦은 정책실패로 고성장의 기회를 잃고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으로 스스로 저성장을 자초한다면, 국민들은 미래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을 가지게 되고, 그 불안감이 소비 위축와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면 그것은 다시 저성장과 기업부도, 고용감소 등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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