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수공에 대한 불법 예산지원 중단이 물 정책 개혁의 출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2015년 예산 요구서에서 ‘산하 기관인 수자원공사 부채 상환을 위해 800억 원을 지원해 달라’고 했다. 이 800억 원은 수공의 4대강사업 부채 8조 원의 일부(1퍼센트)를 갚기 위한 것으로, 이자 3170억 원까지 포함하면 2015년에만 3970억 원을 요구한 것이다. 수자원공사(이하 수공)는 지금껏 4대강사업 참여를 ‘4대강사업에 따른 이익을 민간 기업에 넘길 수 없다는 공익적 결정’이라고 주장해 왔다. ‘4대강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만 이자를 지원해 주면, 강변 개발 등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겠다.’고도 했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이자 1조1569억 원을 지원받은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원금까지 갚아달라고 하는 것이다.  
 
강천보로 흘러가는 남한강 지천인 금당천. 이곳은 4대강사업 이후 역행침식으로 인해 5차례나 공사를 진행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앞장 서 4대강사업 부역한 수공

 
수공은 2008년까지 연 매출이 약 2조 원 규모의 회사로, 재정은 비교적 건전한 편이었다. 하지만 자신들 매출의 5배에 해당하는 10조5000억 원을 4대강사업과 경인운하 사업에 투자하면서, 부채가 2008년 1조9623억 원에서 2012년 13조7779억 원으로 7배 증가했다. 국토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지자체들이 4대강사업(22조 원) 사업비 중 나머지 14조 원을 기존 사업들과 연계해 부담한 것을 감안하면, 수공이 4대강사업비 8조 원과 경인운하 사업비 2조5000억 원을 차입한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더구나 수공이 이들 사업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부가 수공에 하천변 개발권을 주겠다고 했지만, 상수원을 함부로 훼손할 수도 없고, 부동산 개발 경험도 없는 수공이 이를 받아들일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정부의 결정 3일 만에 수공은 이사회를 열어 정부안을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런 황당한 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수공 이사회의 구성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심복인 김건호 사장과 이명박 대통령 후보에게 한반도운하를 자문하던 이들이 이사회를 채우고 있었다. 또한 평균 1600여만 원의 성과급(2012년 기준)과 조직 확대에 따른 혜택을 기대한 수공 직원들도 결탁했다. 수공 구성원들은 이렇게 아무런 간섭 없이 자기들 멋대로 공익을 배신하는 결정을 했다. 
 
정부는 수공의 이런 결정을 지지하고 부추겼다. 수공 사장은 이들 사업에 협력한 대가로 유례 없이 2번이나 연임해 임기를 5년이나 했고, 4대강사업과 경인운하 사업을 제외하고 수공의 경영을 평가하는 편법을 제공했다. 덕분에 수공은 부채덩어리로 전락하는 와중에도 경영성과평가에서 2008-2010년에는 A를, 2011-2012에는 B를 받았고, 이를 근거로 임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 있었다.  
 
이제 와서 수공은 4대강사업 참여는 정부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자기들도 피해자라고 하면서 지원을 호소하고 다닌다. 하지만 수공이 ‘사회의 공공복리를 증진하기 위한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포기하고, 정권에 앞장 서 부역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이미 조직의 설립 목적이 끝난 상태에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새로운 공사를 만들어 냈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즉 수공은 1960년대에 국가가 자원들을 총 동원하기 위해 설립한 것인데, 1990년대를 거치며 대규모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에까지 남아 있어서 대규모 토목 사업을 끊임없이 도모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공은 정부가 최소한의 명분을 제공하자마자 4대강사업과 경인운하에 뛰어든 것이며, 자신들에 내재된 토목 DNA가 이성을 잃고 쏟아져 나온 것이다. 
 
 

반성이나 사과 없이 후속사업 강행

 
수자원공사는 대단한 공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아니다. 국민이 지원을 해가면서까지 유지해야할 이유가 없다. 수공은 기껏 19개의 다목적 댐을 관리하고,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의 일부를 운영하는 업체에 불과하다. 다목적 댐에 댐 사용권을 설정해 놓고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물 값을 챙기는 ‘게으른 김선달’이고, 광역상수도를 독점하고 지자체에 행패를 부리는 불량한 갑에 불과하다. 댐 건설을 지속하지 않으면 조직을 유지할 수 없는 허약한 토목기업이고, 시대착오적인 댐건설법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퇴화된 정부 기관일 뿐이다. 실례로 한국은 높이 15미터 이상의 대형댐을 1280개나 가진 세계 제1의 댐공화국으로, 수공이 추가 건설하겠다는 14개 댐들은 효용도 없고 환경만 파괴하는 무용지물들이다. 또 광역상수도는 가동률이 50퍼센트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과잉 상태라 당장이라도 추가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 최근 수공이 사업성 없는 해외 사업들을 무분별하게 벌이고, 민영화 논란을 무릅쓰면서까지 지방의 상수도를 22개나 위탁받았는데, 이러한 사업들 역시 공익의 반대쪽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수공에 대한 예산의 지원은 2009년 9월 25일 있었던 국가정책조정회의의 결과와 배치된다. 당시 수공은 4대강사업이 끝날 때까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그 때까지만 이자를 지원해 달라고 했다. 따라서 2013년 이후 이자지원조차 불법적인 것이며, 국토부가 산하 기관을 건수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인심 쓴 것에 다름 아니다. 수공은 자신들의 부채를 청산하기 위해 최소한의 자구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4대강사업의 참여를 결정한 이사들(2009년 9월 28일 이사회)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물론, 담합을 해 3000억 원대의 피해를 입힌 토목기업들에 대해서조차 소송을 주저해 왔다. 이들은 국민의 세금을 제멋대로 쓸 수 있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경험 때문에, 귀찮고 힘든 일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실패한 4대강사업에 대해 반성이나 사과는커녕, 4대강사업의 후속사업이라 할 수 있는 지천 사업과 14개 댐 계획을 강행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이러한 부당한 지원을 중단하고, 수공에 자구책을 내게 해야 한다. 4대강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서나, 수공이 제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불필요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자구책을 우선 마련케 해야 한다. 
 
 

더 이상 수공은 필요한 조직이 아니다

 
이미 세계의 물 정책은 하천의 수량만이 아니라 수질과 생태를 함께 고려하고, 하천 주변의 도시계획과 사회문화까지 연계하는 통합물관리(유역관리)로 가고 있다. 댐 건설을 위해 국가가 계획을 수립하고, 대형 토목 공사를 추진하기 위해 공기업을 유지하는 선진국은 없다. 이제 강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한 섬세한 관리, 1퍼센트에 불과한 수돗물의 음용률 제고, 유역의 다양한 구성원들 사이의 의견 조율 등이 더 중요하다. 수공은 개발의 시대에 필요한 조직이었으나, 시설을 과잉으로 개발하고 난 지금은 필요한 조직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해가 되는 작업을 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는 수공의 구성원들을 위해서도, 수공을 시민친화형의 유역관리조직으로 재조직해야 한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yum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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