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죽지 않은 낙동강 죽이는 4대강 정비사업 / 임희자

2008년 12월 13일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4대강 하천정비사업은 대략 하도정비 2조6천억, 천변저류지 9600억, 배수갑문 증설 5600억, 제방보강 1조7천억, 농업용저수지 3조4천억, 댐 및 홍수조절지 5개소 3조2천억, 하천환경정비 1조4천억, 자전거도로 1100억, 자연형 보 5개소 150억 등 14조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을 하고 있다. 2008년 12월 15일 MB정부는 전국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의 강력한 반대를 물리치고 ‘묻지마 예산’인 4대강 하천정비 예산을 2009년 이전에라도 조기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경상남도 김태호 지사 역시 공무원회의에서 각부서의 입장을 뛰어넘어 예산긴급투입을 위해 비상대책팀을 꾸려서 일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낙동강은 정말 죽었나
김 지사는 지난여름 <운하반대경남본부>가 제안한 운하 관련 공개토론에 대해 “시간이 좀 됐지만 아직 운하에 대한 이해 부족에다 공감대 부족으로 반대가 많다. 낙동강 5개 광역권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앞으로 진행 과정에서 토론회뿐만 아니라 공청회도 열어야 한다. 계획 과정에 환경단체를 참여시켜 반드시 같이 갈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오마이뉴스 2008년 7월29일자 인터뷰).



운하든 물길살리기든 낙동강정비든 경남도가 낙동강을 두고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공문을 보내 답변을 요청했으나 줄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그런데 2008년 11월 김 지사는 낙동강이 죽었으니 낙동강을 살릴 예산을 달라고 국회예결산특위와 간담회를 가졌다. 지금껏 김 지사는 <운하반대경남본부>에는 어떠한 정보제공이나 설명도 없다.

김 지사의 낙동강운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4대강 물길살리기로, 4대강 정비사업으로 변해왔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갈수기 때 물이 3급수 이하로 떨어져 어린이들이 목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된 상태로 변한다.”는 낙동강에 대한 사망 진단이다. 그래서 낙동강은 운하든 물길살리기든 정비사업이든 해서 살려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최근 부산시에 의하면 갈수기인 현재 낙동강 하류 물금취수원 원수수질이 BOD 1, 2ppm으로 나타나 스스로 놀라워하며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 중이다.

과연 김 지사는 지금 겨울철의 낙동강을 한 번 가보고나 죽었다고 하는지. 낙동강은 지금 모든 구간에서 너무도 쉽게 겨울철새들을 볼 수 있다. 수많은 철새들이 물속이나 낙동강의 수풀을 헤치며 먹이를 구하는 광경을 보고도 낙동강이 죽었다고 태연히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북 구미 해평습지는 낙동강의 모래톱을 말하며 이곳에 오는 흑두루미는 연간 8천여 마리에 이른다. 이 개체수는 현존하는 흑두루미의 80퍼센트에 해당한다. 또한 주남저수지에서 월동하는 철새들은 낙동강의 본포 모래톱, 유등 모래톱을 이동하며 채식지와 서식지로 활용한다. 생명의 터전이 되고 있는 이런 낙동강이 죽었다고 한다면 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라.

낙동강 생명의 모태 모래톱
창원시는 낙동강변에서 강변여과수를 채취해 창원시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강변여과수 채취가 가능한 것은 바로 낙동강변에 쌓여 있는 모래톱 때문이라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리고 이 모래톱은 그 자리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많은 지류인 상류에서부터 얻어진다는 사실 또한 잘 알 것이다.

그런데 경남의 물길(河道)정비, 즉 하도정비는 낙동강의 경남구간 106킬로미터 가운데 약 55킬로미터에 걸쳐 강바닥의 퇴적토를 1∼3미터 깊이로 준설하거나 폭을 넓히는 공사를 벌이려는 계획이다. 그 결과는 낙동강 생태계의 전면적 변화며 파괴가 될 것임은 명백하다. 특히 낙동강은 지금도 합천, 의령, 창녕, 창원 등 연안 지자체에서 지속적으로 준설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 2006년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통해 제방위주로 추진돼온 치수정책을 탈피하고 천변저류지를 복원한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치수정책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가 있었고 2004년 건교부는 과거 홍수터나 습지였던 제방 주변 저지대 농경지 등은 습지형 저류지로 복원한다는 개선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것이 댐건설보다 민원발생 및 환경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4대강 하천정비 계획에는 제방보강에 1조7천억 원, 천변저류지 9637억 원이 책정돼 있다. 더구나 천변저류지 조성은 14조 원 예산 중 유일한 민자사업으로 시행할 계획이어서 이행여부조차 불투명하다.

낙동강정비사업은 미국의 뉴딜정책?
김 지사는  12월 15일 공무원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당선자의 뉴딜정책을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는 12월 15일 국회정책토론회 ‘4대강 정비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4대강 정비사업은 미국의 SOC 사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의 뉴딜은 기본적으로는 의료보험 신설이 주사업이고 의료보험과 학교시설, 그리고 대중교통 등 복지사업이 전체의 70퍼센트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복지사업 계획이다. 그리고 나머지 주요 축을 사용하는 고속도로 사업 역시 한국과 같은 도로신설 계획이 아니라 오랫동안 관리되지 못한 주들의 고속도로에 대한 정비사업이다. 참고로, 도로건설에 매진했던 한국의 고속도로와 달리 미국의 고속도로는 무료도로고, 이에 따라 오랫동안 관리되지 못한 상태에 놓여 있었고, 이 도로를 이번 기회에 정비하자는 얘기다.



나머지는, 한국과 달리 세계 10위권 밖에 있는 미국의 인터넷 광역망을 확충하는 사업으로 되어 있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뉴딜은, 도로건설, 제방건설 같은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표>에서 우리나라 산업별 취업계수를 한 번 보자. 취업계수란 총산출액 중 10억 원이 어느 정도의 고용을 유지하게 하는지를 나타내는 계수다.
국가나 지자체가 10억 원을 토목건설(4대강 정비사업과 같은)에 투자하면 고용효과가 8.7명이며 국가나 지자체가 10억 원을 서민들에게 복지비로 지출해 서민들이 도소매점을 통해 10억 원의 물품을 구입하면 도소매업에서 35.0명의 고용을 창출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다시 국론분열
4대강 정비예산 14조 원 중 6조6900억 원이 낙동강에 집중 투입된다. 예산의 80퍼센트에 해당되는 규모다. 그 결과 낙동강은 물길 확보라는 이름으로 1~2미터 깊이까지 강변, 둔치의 모래와 강바닥이 굴착, 준설돼 강 생태계는 전면적으로 파괴될 것이다. 규제완화의 명분으로 사전환경성평가, 환경영향평가조차 단축 운영되면서 허울로 전락했으니 낙동강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환경법은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김 지사는 4대강 정비사업의 근거로 낙동강이 썩었음을 전국적으로 홍보하기에 바쁘다. 멀쩡하게 살아 있는 낙동강을 상대로 모래톱과 둔치를 걷어낼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낙동강은 여전히 도민들의 식수원이며 공업용수며 농업용수다. 겨울 갈수기에 강변에 드러난 모래톱은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두루미, 청둥오리, 흰빰검둥오리, 천연기념물인 원앙의 낙원이기도 하다. 천연기념물 수달, 멸종위기종인 흰수자미와 얼룩새코미꾸리도 낙동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다.  

현재 추진되는 낙동강정비사업이 운하냐, 아니냐는 물음까지 갈 것도 없이 이 사업만으로도 낙동강을 대규모로 파괴시킬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국민의 반대로 MB는 운하중단을 선언했었다. 『내일신문』과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조사 발표했던 국민 설문조사결과에서 참여자의 60퍼센트가 4대강 정비사업을 운하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사실여부를 떠나 4대강 정비사업은 또다시 국론분열의 원흉이 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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