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큰빗이끼벌레의 강, 망가진 생태계

배에서 내린 어부의 표정은 좋지 않다. 강에서 잡아온 쏘가리를 저울에 달자 바늘은 4와 5를 오간다. “예전엔 하루에 100~200킬로그램 잡았어요. 하루에 42만 원 번 적도 있어요.”라며 아쉬워한다. 쏘가리는 물이 맑으며 큰 자갈이나 바위가 많고 물살이 빠른 큰 강의 중류에 살면서 바위나 돌 틈에 잘 숨는다. 4대강사업 이전 남한강은 쏘가리가 살기 좋았던 곳이다. 하지만 4대강사업으로 강바닥을 준설하고 물의 흐름이 막히면서 쏘가리뿐만 아니라 물고기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 이곳 어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어부는 “앞으로 좋아지겠지요 뭐.”하며 발길을 옮겼지만 어부의 바람과 달리 4대강 생태계는 급속도로 망가지고 있다.
 
 
 

사라진 멸종위기종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가 국립환경과학원과 4대강수계관리위원회가 작성한 2013년도 4대강 수계별 보 구간 수생태계 모니터링 보고서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4대강사업 이후 하천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4대강사업 이후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 꾸구리, 돌상어 등 여울성 어류가 감소한 반면 고여 있는 물에서 서식하는 어종이 늘어났다. 수달 등 멸종위기 포유류도 하천환경 변화로 본류 구간에서 서식이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조사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변화는 4대강사업 전부터 예고되었던 일이다. 16개의 보를 짓고 막대한 양의 준설로 하천의 모래와 자갈을 제거한 결과 하천 생물의 서식처인 습지가 많이 사라지고 강은 고인 물만 가득한 상태로 바뀌었다. 이것은 한국 하천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생태계가 사라져 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 대부분의 멸종위기 어류들은 맑고 유속이 빠르며 얕은 여울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 본류는 사실상 이런 물고기들의 서식이 불가능하게 바뀌었다는 게 조사위의 지적이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낙동강 본류에서 보호종인 흰수마자가 발견된 지점은 2008년 3곳에서 2010-2013년에는 단 1곳에서만 서식이 확인됐으며 그 개체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또다른 보호종인 백조어는 2012년 10개 지점에서 발견되었지만 2013년 단 한 지점에서만 발견되었다. 
 
한강에서는 꾸구리, 돌상어 등 멸종위기종이 발견되고 있으나 지점과 개체수에 변화가 나타나고 꾸구리의 경우 2010년 남한강 상류 지점에서 33개체가 조사되었지만 2013년에는 4개체만 발견되었다. 보고서는 청미천 하류는 보의 영향으로 꾸구리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기록했다. 
 
 

곳곳이 큰빗이끼벌레 밭

 
최근 4대강에서 창궐한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 생태계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낙동강, 금강, 영산강, 남한강 등 4대강 어느 곳이든 축구공 크기의 큰빗이끼벌레나 해체되어 물에 둥둥 떠다니는 큰빗이끼벌레 사체를 발견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컹한 플라스틱 공처럼 생긴 큰빗이끼벌레는 무척추동물 태형동물의 한 종류다. 큰빗이끼벌레는 1밀리미터 정도 크기의 개충들이 물속을 떠다니다가 바위나 밧줄 등 구조물에 붙어 젤라틴질 물질을 분비하며 생식을 하면서 군체를 형성한다. 현재 4대강에서 발견되는 축구공만한 군체는 수만 개의 큰빗이끼벌레가 모여 있는 군체다. 군체 안을 자세히 보면 까만 점 같은 것이 있는데 이를 휴면아 또는 휴지아라고 한다. 큰빗이끼벌레는 수온이 16도 이하로 떨어지면 군체가 와해되고 죽는데 휴면아가 물속에서 월동을 하고 이듬해 봄 수온이 오르면 다시 군체를 형성한다. 
 
큰빗이끼벌레는 갑자기 나타난 생물은 아니다. 외래종이긴 하지만 댐이나 저수지 등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하지만 4대강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창궐’ 수준으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큰빗이끼벌레의 번식 조건으로 유속과 수온, 먹이를 꼽는다. 큰빗이끼벌레는 유속이 느린 곳에서 정착해 조류나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또한 수온이 높아지는 봄부터 번성하기 시작하는데 수온이 25도일 때 급격하게 번성한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흐르는 하천에서는 살기 힘든 생물인 것이다. 하지만 4대강사업으로 4대강의 유속이 느려지고 녹조 등이 번식하면서 큰빗이끼벌레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여기에 수온이 높아지면서 큰빗이끼벌레가 급속도로 번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한강 이포보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군체 ⓒ함께사는길 이성수
 
공주대 환경교육과 정민걸 교수는 “실제로 물 흐름이 있는 곳은 군체 크기가 작았고 흐름이 적은 곳은 크기가 컸다. 큰빗이끼벌레는 유속이 빠른 곳에선 정착을 하지 못한다. 예전에도 저수지와 하천에서 일부 발견된 적 있지만 4대강 전역에서 번성한 적은 없다. 큰빗이끼벌레는 물이 더 이상 흐르지 않는 곳의 대표적인 지표종이라고 보면 된다. 4대강이 저수지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지표종”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큰빗이끼벌레가 녹조를 먹기 때문에 수질정화기능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4대강사업을 찬성했고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역임한 박석순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녹조 등 물에 있는 더러운 것들을 먹어치우며 수질정화 기능이 있다는 식으로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큰빗이끼벌레가 녹조 등을 먹긴 하지만 큰빗이끼벌레가 폐사할 경우 수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큰빗이끼벌레는 수온이 16도로 떨어지면 군체가 와해되고 죽는데 이때 사체가 부패되면서 암모니아와 질산성 질소를 배출하게 되고 물 속 산소를 소비해 수질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군체가 커진 큰빗이끼벌레들이 흐름이 막힌 곳에서 집단으로 폐사할 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  
 
정 교수는 “녹조류나 박테리아를 먹는 큰빗이끼벌레는 먹이사슬에서 두 번째 단계에 있는 생물이다. 이것이 번성한다는 것은 4대강이 녹조 번성 단계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갔다는 것”이라며 “수온이 떨어지면 큰빗이끼벌레가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사체들은 바닥에 가라앉았다가 끊임없이 유기영양분을 내고 녹조와 큰빗이끼벌레를 계속 배양하게 될 것이다. 해결방법은 물을 흐르게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큰빗이끼벌레는 죄가 없다

 
4대강 곳곳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되자 정부는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데 급급했다. 환경부는 제대로 된 조사나 검증 없이 ‘큰빗이끼벌레는 독성이 없으며 생태계에 피해를 준 경우가 없다.’는 해명만 쏟아내다 뒤늦게 큰빗이끼벌레 자체 독성을 포함해 사체 후 유해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사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큰빗이끼벌레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우리나라의 대형 인공호수, 강, 저수지 등의 정체수역에 서식했던 것으로 4대강사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수공 최계운 사장은 영산강까지 찾아가 “큰빗이끼벌레는 보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며 보 해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체된 수역에 사는 큰빗이끼벌레가 왜 4대강에서 번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정부 어느 곳에서도 하지 않고 있다.  
 
사실 큰빗이끼벌레는 죄가 없다. 강의 흐름을 막고 망가뜨린 이들은 따로 있지 않나.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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