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대강을 보다

지난 7월 6일 오전 11시. 전국 각지에서 온 전문가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경남 함안군 칠북면 낙동강 창녕함안보 우안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앞으로 닷새간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을 모두 아우르며 4대강사업으로 인한 하천의 변화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창녕함안보 상류 ⓒ장병진

낙동강에 등장한 스크류

 
창녕함안보 상류 선착장.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가 조사팀과 함께 유속측정과 저질토 채취 조사를 위해 배에 올랐다. 선착장에 정박한 또 다른 배에는 비료처럼 생긴 포대가 쌓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녹조·적조 제거용’ 살포제였고 배에 설치된 기계는 녹조 제거제 살포기였다. 이곳에 창궐하는 녹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케 했다.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임희자 실장은 얼마 전까지 강을 뒤덮던 녹조는 며칠 사이 내린 비로 많이 씻겨 나갔다고 했다. 물속엔 작은 녹조 알갱이들이 떠있었다. 햇빛만 나면 언제든지 강 위를 뒤덮을 것이라고 임 실장은 설명했다. 
 
“큰빗이끼벌레다.” 강에서 무언가를 건져 올린 환경연합 물환경특별위원회 김종술 위원이 생물의 정체를 말하자 사람들이 몰렸다. 선착장에 도착한 지 불과 10여 분만, 금강에 이어 낙동강에서도 큰빗이끼벌레의 서식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30분 후 박창근 교수팀의 배가 조사를 마치고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배에서 내린 박 교수는 큰 그릇 하나를 사람들 앞에 내려놨다. 안에는 마치 개펄에서 퍼온 듯한 새까만 흙이 가득했다. 보 상류 바닥에서 채취한 토양이었다. 그는 냄새를 맡아보라며 흙이 묻은 손을 내밀었다. 하수구 인근에서 한 번쯤 맡아봄 직한 불쾌하고 역한 냄새가 났다. “보가 없다면 초속 60~70센티미터가 나와야 할 유속이 8~10배 정도 정체되어 이런 오염물질들이 강바닥에 쌓이게 되는 것”이라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환경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원래는 모래가 있던 강”이라며 씁쓸해했다. 창녕함안보에 이어 합천보, 달성보에서도 강바닥에선 어김없이 냄새나는 저질토가 올라왔다. 
 
다음날 찾은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는 여느 보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지만, 그중 죽곡취수장 바로 앞에 설치된 스크류 장치에 모두의 눈이 쏠렸다. 물속에 설치된 스크류는 총 3대로 장치엔 ‘수중믹서’라는 라벨이 붙어있었다. 죽곡취수장 가까이에는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식수원을 책임지는 매곡취수장이 있다.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국장은 “보를 만들고 나자 취수장에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하니까 전기로 인공적인 물의 흐름을 만들어 녹조가 흩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수공 관계자도 이를 시인했다. 수공이 3년간 창궐하는 녹조에 내놓은 미봉지책이었다.
 
박창근 교수가 강정고령보 바닥에서 퍼 올린 저질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거무죽죽한 저질토에선 시궁창 냄새가 났다 ⓒ장병진
 

처참한 4대강 풍경들 

 
셋째날 둘러본 영산강도 낙동강과 다르지 않았다. 승촌보, 죽산보 상류에서 채취한 저질토는 밀가루 반죽처럼 입자가 곱고 냄새가 심하게 났다. 박창근 교수는 “이런 오염된 뻘층이 구간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2센티미터에서 10센티미터 이상 쌓여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모래층에 사는 어류나 저서생물들은 살 길이 없다. 정밀 생태조사를 해야겠지만 영산강 전 구간은 저서생물이 절멸한 상태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산강은 수질도 눈에 띄게 좋지 않았다. 수심이 얕아 보이는 물가에서도 그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했다. 전문가는 4대강사업 이후 수질이 더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국토환경연구소 이현정 박사는 “영산강은 중상류에 광주라는 큰 오염원이 있다. 그래서 중상류 구간은 수질이 좋지 않다가 하류로 내려갈수록 수질이 개선되고 영산강 하구언에 가까워질수록 수질이 나빠지는 패턴이었다. 하지만 4대강사업 이후 승촌보지점의 COD값이 상류보다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물이 흐르면서 수질을 정화하던 자정작용이 4대강사업 이후 없어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같다. 또한 광주에서 고도처리시스템을 도입하고 비점오염원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오염원이 줄고 전반적으로 영산강 수질이 좋아지고 있음에도 승천보 지점은 보의 영향으로 정화가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생활용수로도 쓰지 못할 정도로 수질이 악화된 물을 어디에 쓰려고 가두어 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사 넷째 날, 금강 백제보에는 언론사 차량들이 몰렸다. 재작년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했던 지역이고 큰빗이끼벌레 서식을 처음으로 알린 금강에서 진행하는 현장조사이니만큼 언론사들이 몰린 것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백제보에서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했지만 정부는 원인을 찾지 못했다. 사실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문제는 물고기 떼죽음 이후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고기 떼죽음을 겪은 금강은 이제 큰빗이끼벌레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금강 백제보와 공주보에서는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전날 이곳에서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했다는 양 처장은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4대강 현장 조사를 한다는 소식에 수공에서 미리 수거작업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많은 큰빗이끼벌레를 수거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세종보 인근 요트선착장에는 큰빗이끼벌레 양식장이라 불릴 정도로 큰빗이끼벌레 군체들이 많았다. 눈에 띄는 곳은 수공이 제거작업을 했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선착장 아래에는 축구공만한 큰빗이끼벌레 군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요트장 한쪽엔 물의 흐름을 만들려고 펌프를 돌리고 있었지만 소용없어 보였다. 
 
4대강조사위는 남한강으로 이동했다. 그나마 남한강은 충주댐에서 초당 71톤을 방류해서 그런지 다른 강에 비해 수질 상태는 괜찮아보였다. 다른 강에 비해 저질토의 점도가 아직 약해 저질토 채취는 실패했다. 대신 저질토를 채취하는 크랩에 큰빗이끼벌레가 잡혔다. 강바닥에 있다가 따라 올라온 것이다. 좌측 이포보 선착장에서도 축구공만한 큰빗이끼벌레 군체 3개가 물위에 둥둥 떠 있었다. 남한강도 다른 강들과 마찬가지로 호수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4대강사업은 아직도 진행중

 
재앙은 본류에만 찾아온 게 아니었다. 강천보와 만나는 남한강의 지천 금당천은 4대강사업 이후 5차례나 공사를 했다. 비만 오면 제방이 무너지고 바닥이 깎여나갔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침식이 심하게 발생해 교각과 강바닥에 돌망태를 깔고 제방을 다시 쌓는 공사를 했다. 하지만 아직 큰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제방이 무너진 곳이 눈에 띄었다. 여주환경연합 박희진 운영위원은 “4대강사업 이후 남한강 지천들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곳 위에 세월교도 무너졌는데 작년까지 남한강 지천에서 무너진 다리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5개다. 비공식적으로는 더 있을 것”이며 “지금도 지천에서는 역행침식이 계속 진행중이고 그에 따른 공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낙동강, 금강, 영산강 지천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목격했다. 전문가들은 4대강사업으로 본류를 준설해 본류로 합류하는 지천의 유속이 빨라졌고 빨라진 유속 때문에 지천의 강바닥이 쓸려나고 제방이 무너지는 것이며  본류의 강바닥이 원 상태로 채워지기 전까지 이러한 역행침식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 경고했다.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제작년월: 

환경단체 소식

사이트 소개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뉴스&월간 환경잡지 입니다.

청소년 보호 정책

구독

구독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