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대강 정비사업의 실체 / 박창근

2008년 12월 15일 정부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14조 원의 예산을 들여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의 주요배경과 목적에 대해서는 ‘그동안 지자체로부터 적극적인 추진 건의가 있었기 때문’에, ‘홍수 및 가뭄 피해가 빈발함에 따라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까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사업물량 및 사업비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며 하천정비는 ‘녹색뉴딜’이라 했다. 이것이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4대강 하천정비사업’의 개요다. 14조 원이 소요되는 정부사업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알맹이가 없어 부실하고 그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과도한 하천준설과 왜곡된 천변저류지
그동안 낙동강유역의 5개 지자체장들은 ‘낙동강운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는데, 이번 사업은 운하가 아니라고 굳이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정도의 말바꾸기에 넘어가지 않을 만큼 그동안 충분히 단련됐다. 분명한 것은 정부가 발표한 4대강 하천정비의 실체가 운하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표>는 4대강 하천정비사업의 주요 내용과 예산을 담고 있다. 각 세부사업이 운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운하관련 사업을 살펴보면, 먼저 이번 하천정비사업에서 새롭게 도입된 사업인 ‘하도정비’를 들 수 있다. 국토부의 국가하천정비사업을 살펴보면 2008년까지는 하도정비라는 항목이 없었는데 2009년 수정예산안에서 추가됐다.

하도정비란 결국 하천바닥을 준설하겠다는 것인데 그 예산이 2조6천억 원에 달하고 있고, 하천준설은 자연스럽게 운하의 수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낙동강의 경우 기초지자체는 그동안 지자체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하천에서 골재를 채취해왔다. 이 때문에 10년 전에 비해 낙동강 국가하천의 95퍼센트 이상의 구간에서 하천바닥이 낮아졌고 최고 10미터 정도 낮아진 구간도 있다. 낙동강에서 지류합류 지점 부근을 제외하고 어느 구간이 정비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게 퇴적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둘째, 천변저류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천변저류지란 농경지로 이용하고 있는 하천변 저지대를 평상시에는 습지와 같은 생태공간으로 활용하고 홍수시에는 물을 일시적으로 저류하는 기능을 하는 일종의 하천시설물이다. 즉 천변저류지는 생물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인간이 아닌 동식물을 위한 공간이다. 이러한 천변저류지를 1조 원의 예산을 들여 민간자본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인데, 천변저류지의 성격상 그것은 수익을 제공하는 사업이 아니다. 굳이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면 결국 수익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행복도시’처럼 하천변 대단위 농경지를 택지로 개발하고 일부지역에 소규모 저류지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물놀이와 관련된 각종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설치해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해줄 계획이다. 물론 필요시 물류저장시설과 터미널을 설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천변저류지의 본질을 무시하는 처사다.

설계 약간만 변경하면 갑문시설로 둔갑
셋째, 배수갑문 증설과 자연형 보는 가벼운 설계변경으로 갑문의 기능을 가질 수 있다. 배수갑문 증설은 낙동강 하구둑의 우안 측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하천바닥을 준설해 설치될 배수갑문은 홍수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능도 향후 학술적으로 검토해볼 여지가 있지만, 새로 증설될 갑문은 배가 통과할 수 있도록 하천과 바다를 연결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또한 낙동강에 설치되는 2개의 보에서 소수력발전을 할 계획인데, 그것은 콘크리트로 설치될 것이고 따라서 ‘자연형’ 보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수력 발전소로 임진강 유역에 설치됐던 연천댐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연천댐은 1996년에 이어 1999년에도 붕괴돼 인근 주민들에게 심각한 재산상의 피해를 입히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낙동강에 콘크리트 보가 설치되면 홍수위험은 가중될 것이고 생태계는 파편화될 것이다. 만약 보의 설계를 조금만 바꾼다면 얼마든지 주운을 위한 갑문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넷째, 하천정비 사업으로 선택된 제방보강사업은 지금까지 국토부가 견지해왔던 치수정책을  과거로 회귀시키는 것이다. 물론 치수를 위해 하천에 제방을 쌓는 대안이 있을 수 있지만 국토부(당시 건교부)는 2004년부터 제방위주의 치수정책이 바람직하지 않고 하천변에 많은 저류지를 설치해 홍수를 방어한다는 정책변화를 꾀했다. 낙동강유역종합치수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새로운 치수개념을 도입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치수정책을 과거로 회귀시키면서까지 제방보강사업에 1조7천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하고 천변저류지 조성사업을 민자사업으로 돌리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운하가 되면 배의 물살에 의해 제방이 붕괴될 수 있으므로 노후화된 제방에 대해서는 사전에 보강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는 김에 밀렸던 댐건설까지
다섯째, 농업용저수지는 말 그대로 농업용수를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댐이다. 물론 농업용저수지에 저장된 물을 식수 등으로 이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본질적인 기능이 아니다. 또한 농업용저수지는 원칙적으로 홍수조절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러한 저수지 건설이 하천정비사업에 포함된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데 그 사업에 대한 타당성도 밝히지 않고 있다. 굳이 그 이유를 찾자면 운하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농업용저수지를 재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섯째, 3조2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댐 및 홍수조절지를 건설해 홍수조절과 용수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계획에 따르면 건설될 댐으로는 한강유역에 달천댐과 영월댐, 낙동강유역에 송리원댐과 남강댐이다. 한탄강댐 사례가 잘 보여주듯 댐건설 하나하나가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아직도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특히 실상사 부근에 건설될 남강댐(문정댐)은 계획단계에서 심각한 사회적 저항에 부딪혀 사업 자체가 거의 백지화된 상태고 영월댐 역시 마찬가지다. 이왕 하천정비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업을 진행하는데 그동안 여론에 밀렸던 댐건설 사업을 이번에 밀어붙이자는 의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

댐건설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12년까지 댐건설을 완료하겠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댐건설로 확보된 물은 운하로 오염된 식수원을 대신할 수도 있고 부족한 운하용수로 이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댐건설을 2012년까지 완공하기에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밀실 운하연구원 다시 용역 받아
일곱 번째, 하천환경 정비사업은 최근 들어 국토부가 도입한 사업으로 2008년 기준으로 제방사업비의 약 10퍼센트를 점하고 있는 비교적 인기가 없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4대강 정비사업에서 예산이 1조4천억 원으로 잡혀 있다. 이는 1조7천억 원의 제방보강사업과 비슷한 규모다.

이러한 예산배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고 4대강 하천정비 세부사업이 대부분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예산규모면에서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굳이 그 의미를 찾자면 운하로 훼손될 하천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다.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MD 운하) 건설과정에서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는 데 공사비의 20퍼센트 이상이 소요됐다. 그러나 MD운하는 지자체의 재정을 악화시켰고 대표적인 환경파괴사업으로 평가되고 있음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자전거도로건설은 ‘운하전도사’인 이재오 전 의원이 관심을 가졌던 사업임을 상기한다면, 운하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업이라는 설명은 더욱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다.
이상에서 정부가 발표한 4대강 하천정비사업이 운하사업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를 간략하게 살펴봤다. 그 결과 하천정비사업 대부분이 운하와 직간접으로 연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천정비사업을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정부의 운하목적이 일관성이 없었으며 또한 밀실에서 추진하다 들통이 남으로써 스스로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하천정비를 운하로 해석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석하도록 이끌었던 정부에 그 책임이 있다.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국토부로부터 25억 원의 용역비를 받아 하천정비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 봄 밀실 운하연구의 주체였고 그 당시 연구원들 대부분이 이번 용역에 다시 참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진 이면에는 국토해양부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장관의 입장은 운하건설이고 하천정비는 억지춘향 아닌가.
제작년월: 

환경단체 소식

사이트 소개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뉴스&월간 환경잡지 입니다.

청소년 보호 정책

구독

구독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