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자연재해인가 인재인가?

지난 2013년 8월 집중호우 때 치수대책으로 세운 제방이 쓸려져 제방길이 무너져 내렸다 ⓒ박용훈
홍수는 비가 많이 와서 강의 물이 제방을 넘거나 유실시키는 현상이다. 홍수가 발생하는 원인은 먼저 장마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6월말부터 한 달간 장마가 발생해 많은 비를 뿌리고 지역에 따라 심각한 홍수피해를 일으키는데, 일부 학자들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이어 제5의 계절이라고도 부를 만큼 동북아지역에서는 독특한 기후의 한 형태다. 또 다른 원인으로 태풍을 들 수 있다. 태풍은 적도 부근 태평양에서 발생한 저기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7〜9월에 발생하고, 평균적으로 매년 3개 정도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세기 들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매기, 2006년 에위니아 등이 있으며, 대부분 심각한 피해를 일으켰다. 태풍 루사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홍수피해를 발생시켰는데, 인명피해 246명(사망 213명, 실종 33명), 이재민 9만여 명, 재산피해액 5조4000억 원으로 역대 태풍 중 재산상 가장 큰 피해를 준 태풍으로 기록되었다. 이외에도 대기가 불안정하여 비교적 좁은 지역에서 많은 비를 내리는 게릴라성 집중호우 등도 홍수피해를 일으킨다. 
 
 

치산치수는 주요 통치덕목

 
예로부터 치산치수는 군왕들의 주요 통치덕목이었다. 그만큼 지도자들은 일반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일을 하늘의 뜻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대 왕들은 홍수와 가뭄 같은 재해가 발생하면 왕 자신이 근신하는 사례가 많았다. 재해가 발생할 경우 왕은 식사의 찬을 줄이거나 연회를 피하기도 했다. 또한 왕은 옥좌에 앉지 않고 내려와서 정사를 청취하거나, 정상적인 조회를 폐하기도 했다. 비록 천재일지라도 지도자들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1925년 을축년에 대홍수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많은 하천들이 범람했고 64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전국이 초토화 되었다. 특히 한강과 낙동강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는데 당시 조선총독부는 군대까지 동원해 한강 본류를 비롯해 안양천, 중랑천, 청계천 등 지류하천에 제방을 축조하는 등 대규모 하천공사를 했다.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했던 일본조차도 홍수와 같은 재난에 적극 대응하지 못할 경우 민심이반을 우려했음을 할 수 있다.
 
해방 이후에도 많은 정치지도자들은 치산치수를 통치이념의 한 축으로 삼고 나무심기, 하천정비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2012년 국토부는 하천정비 관련 예산에 1조3359억 원을 편성했다. 환경부와 소방방재청(안정행정부 산하기관)의 하천 관련 예산을 모두 합하면 매년 3조〜4조 원에 이른다. 주요사업으로는 국토부의 고향의 강 조성사업, 생태하천 조성사업, 홍수피해 복구사업 등이 있고, 환경부의 경우 생태하천 조성사업 그리고 소방자재청의 소하천 정비사업 등이 있다.
 
 

인명피해 줄었지만 재산피해는 계속 늘어

 
왕조시대와 식민시대에서조차도 홍수와 가뭄과 같은 재해가 발생하면 위정자들은 민심을 달래기 위하여 ‘부덕의 소치’라는 입장을 표했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현대에도 재해로부터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그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수립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2020)에 따르면 1974년부터 2003년까지 과거 30여 년간 재해로 인한 연평균 재산피해액은 매 10년 단위로 3.2배씩 증가하여, 최근 10년간 연평균 홍수피해액은 약 1조7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인명피해는 1970〜80년대에는 연간 300명 정도였고, 2000년대에는 약 150명 정도로 약 절반 정도 인명피해가 줄어들었다. 통신기술 발달, 인명을 중시하는 수해행정의 선진화 등으로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가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지난 40여 년간 천문학적인 하천 관련 예산을 투입하고도 홍수로 인한 재산피해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천법에 따라 하천정비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하천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국가하천(62개 하천)의 99퍼센트는 하천정비계획을 수립했지만, 지방하천의 경우 하천기본계획 수립률이 79퍼센트에 머물고 있고 미수립구간의 하천은 1725개에 이르며 하천길이는 5625킬로미터다. 하천기본계획을 수립한 하천의 대부분은 홍수예방을 위한 정비사업을 했지만 이상기후에 의한 강수량 증가로 인해 이미 정비된 하천이 모두 홍수에 안전한 상태가 아니다. 더구나 하천기본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하천은 아직 하천정비사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홍수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계 봉착한 댐과 제방

 
하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하천의 홍수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음에도  그러한 하천이 홍수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일부 이상기후의 영향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치수정책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치수정책의 기조는 댐과 제방을 이용해 홍수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식량이 필요했던 1970년대까지는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 대형댐을 건설하여 홍수를 막고 수자원을 확보하려는 사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였던 시절도 있었다. 1990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작성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1991〜2001)’에 따르면 용수공급의 안정 확보와 홍수조절능력 확보 등의 이유로 많은 댐건설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제방이 없어 매년 홍수피해를 당하고 있는 하천에 제방을 쌓은 하천정비계획을 담고 있다. 이러한 기조에 바탕을 둔 치수정책은 지난 40여 년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전 국토가 쑥대밭이 되고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일각에서 우리나라 치수정책의 기조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2005년 8월 29일 5등급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중남부 루이지애나의 뉴올리언즈에 상륙했다. 저수지와 하천제방이 붕괴해 대형 홍수피해가 발생했는데, 사망자 1306명, 실종자 6644명, 이재민 약 30만 명이 발생했다. 피해액은 1250억 달러(약 100조 원)에 달했다. 이 사건으로 댐과 제방에 의한 홍수예방 대책은 분명히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카트리나는 미국의 치수정책을 바꾸는데 결정적 사건이 되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작성한 ‘하천제방관련 선진기술개발연구 보고서(2003)’에 따르면 제방붕괴 703건에 대한 원인을 조사했는데 제방세굴 289건(41퍼센트), 제방월류 279건(40퍼센트), 제방 불안정 72건(10퍼센트), 제방에 설치한 구조물에 의한 제방붕괴 64건(9퍼센트)으로 분석됐다.  2002년 태풍 루사 때도 제방붕괴가 453건이 발생해 대규모 홍수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1975년 중국에서는 반키아오(板橋) 댐이 붕괴해 23만 명이 사망하고 11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였다. 당시 중국은 폐쇄적 사회였던 터라 댐 붕괴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은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겪었다. 대형댐은 작은 홍수와 작은 가뭄은 잘 막아주지만 댐이 붕괴하면 큰 재난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홍수피해 줄이려면 하천에 더 많은 공간을

 
이제 우리사회는 제방과 댐으로 홍수를 막겠다는 기존 치수정책의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토부는 ‘물 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2005)’에서 기존의 치수정책의 문제점을 ‘비계획적인 제방 위주의 하천정비’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농지확보를 위해 홍수터 등 하천변 저지대에 하천제방을 축조하여 하천변 개발이 가속화되고, 그 결과 홍수가 나면 복구비와 보상비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효율적인 홍수방어는 제방 축조와 댐 건설과 같은 인간의 치수기술로는 불가능하며, 하천을 원래대로 돌려주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국토 관리의 철학을 바꾸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자연적인 하천 생태계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든다는 하천정책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4대강사업 전에 우리사회가 합의한 주요 홍수방어 대안은 천변저류지, 홍수조절지 등과 같이 하천에 더 많은 공간(room for the river)을 되돌려 주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토지이용을 홍수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홍수는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없고 단지 완화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 우리의 삶을 홍수에 적응하는 방식을 수용하는 것이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 시민환경연구소장 ckpark@kwand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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