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 슬픈 동강 / 김혜정

슬픈 동강



3년전 KBS는 세상에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동강의 자연과 함께 비오리와 어름치, 무지개송어
등의 서식처를 보여주어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그때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어미 비오리가 새끼 비오리들을 데리고 동강을 종종거리며 달려가던 것이나, 백룡
동굴의 박쥐와 무지개송어가 산란하던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철새인 비오리가 텃새가 될 정
도로 고요하고 아름다웠던 그 동강은 이젠 예전 모습을 찾기 힘들만큼 파괴되고 있다. 본류가 2
∼3급수로 오염되고, 예전의 비오리 둥지는 비오리 가족이 찾지 않은 지 오래되었으며 어름치도
찾아보기 힘들고 동강할미꽃의 서식처는 도로 건설로 동강나고 있다. 석회동굴의 신비함을 자랑
하던 동굴은 예전의 동굴 생태를 잃어가고 있다. 동강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수몰 예정지
주민들의 고통스런 절규도 접어두고 댐건설이 백지화된 지 1년 4개월이 지난 동강의 지금 모습
은 우리가 왜 댐을 반대했는지 되묻고 싶을 만큼 참담한 상황이다.

왜 댐을 반대했는가
동강은 댐건설 백지화 과정에서 얻은 유명세로 인해 보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을 경우 생태계 훼손
이 심각해질 것이 예견되었다. 이미 2000년 5월에 댐 백지화의 근거를 제공한 국무총리실 수질개
선기획단의 <영월댐 타당성 조사를 위한 공동조사단>은 최종 연구결과에서 ‘동강지역의 생물종
다양성과 생태계 특성, 그리고 문화유산들을 보존하기 위해 이 지역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
하고… 이에 필요한 법률적·행정적 조치를 조속히 취할 것’과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주
민 지원 및 보상금 지급 대책’을 제안했다.
현행법상 동강 생태계보전을 위해 지정 가능한 대안은 「생태계보전지역」과 「자연휴식지」,
[자연공원」 등이 있다. 동강유역의 난개발·유원지화를 막고 동강 일대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
기 위해서는 법적 실효성이 있는 장기적 대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강원도가 추진하
려고 하는 자연휴식지는 관리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전적으로 위임되어 있어 행위제한이 대단히
어렵고, 난개발과 유원지화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감시·견제장치가 없다. 또한 주민
지원 및 보상에 대한 법률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주민 보상책도 마련하기 힘들며, 사유지를 자
연휴식지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지정절차가 매우 복잡하여 휴식지 부지확보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
어 종합적 관리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특히 자연휴식지는 공원·관광단지·자연휴양림 등으로
도 지정되지 않은 지역에 지정하는 보충적 관리방안일 뿐 장기적 보전대책이 될 수 없다. 자연
이 휴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휴식하기 위해 만든 제도를 보전대책으로 만들어 현재 동강의
난개발을 방치하거나 주도한 지자체에 관리권한을 위임하게 되면 결국 동강 생태계는 파괴되고
주민은 소외된 채 외지 자본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 될 것이다.
이에 반해 생태계보전지역은 법률로 행위제한이나 출입제한 등을 규정하고 있어 실효성있는 난개
발 억제가 가능하며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관리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어 종합적인
계획 관리가 가능하다. 생태계보전지역 이외에도 경우에 따라 완충지역을 지정하거나 우선보호대
상 생태계 복원대책을 마련하게 하고 있으며, 토지 협의매수·관리 등의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
록 하고 있어 관리주체가 다양한 보전·관리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생태계보전협력금 등
을 이용하여 보존·관리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으며, 주민에 대한 지원과 주민의 우선 이
용 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주민들을 지역관리의 주체로 나서게 할 수 있는 제도이
다.

‘생태계보전지역’으로 긴급한 보호대책이 필요한 동강
동강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보존결정이 내려진 만큼 동강의 관리도 지방자치단체의 시각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동강 생태계의 회복과 생물다양성 보존에 초점
을 맞추어관리계획이 세워져야 하며, 주민들이 댐건설 추진 및 백지화 과정에서 고통을 받았다
는 사실을 감안하여 이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동강의 보전과 관리에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를 끌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연휴식지 지정은 동강댐백지화 결정에 정면으로 위
배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이 지킨 동강을 동강내는 정책이다. 동강의 훼손 속도로 볼 때 자
연휴식지를 지정하고 2002∼3년경에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중복규제라는 이유로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와 실현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자연환경보전법에 의하면 임시생태계보전지역은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지역 가운
데 생태자연도가 작성되어있는 등의 충분한 사전조사가 부족하더라도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긴급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임시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강유역은 생태계보전지역 지정 요건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환
경부와 강원도가 의지만 있다면 지금 당장 지정할 수 있다. 현재의 동강이야말로 긴급한 보호대
책이 필요한 지역이 아닌가?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데 다소의 기간이 필요하다면 지금 임
시지역으로 지정하고 향후 대책들을 만들어가도 될 것이다. 환경부와 강원도는 자연휴식지 지정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을 위해 주민협의에 최선을 다하고, 환경단체·관
련 전문가 등과 함께 동강의제 21을 구성하여 동강의 자연과 주민을 함께 살리는 모범적 대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혜정 kimhj@kfem.or.kr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31)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