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4] 동강엔 돈이 흘러야 한다?

동강엔 돈이 흘러야 한다?


지금 동강에는 돈 냄새가 진동한다. 환경부가 뒤늦게나마 동강 생태계보전지구 지정에 나서면서
이에 따른 행위제한 등으로 생활에 제약을 받게 될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는 여전히 제대로 조정
되지 않아 주민지원사업비를 둘러싸고 이들간의 알력과 반목은 날로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7일 오후 2시 30분경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사무소. 들어서는 입구는 ‘생태계보전지구
절대반대’, ‘이곳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언론과 환경단체는 어떻게 해버리겠다’는 식의 섬뜩
한 문구의 현수막으로 도배돼 있다. 환경부가 일부 주민들의 요청을 받아 동강 생태계보전지구
지정에 대한 설명회를 하는 곳. 별안간 고함소리와 물건 부딪는 소리에, 현관을 들어서던 길로
한달음에 위층 강당까지 뛰어 올랐다. 이미 사람들은 상기된 표정과 격앙된 몸짓으로 큰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벌써 한쪽이 휑하니 뚫린 단상 뒤에서 주민들에 둘러싸인 채
안경을 연신 고쳐 쓰며 진땀을 흘리고 있다. 주민들도 서로 드잡이를 놓고 있어 설명회는커녕 난
장판에 몸 사리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날 이곳에는 해당관청과 환경연합 관계자들 그리고 주민들이 모였다. 이 중에는 동강 주변 개
발과 관련된 건설업자들, 래프팅 업자들, 민박업자들 등 온갖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들도 다 포진
했다. 생태계보전지구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이들의 ‘돈’이 왔다갔다하기 때문이
다. 간신히 상황은 수습됐었지만 그 다음부터 계속되는 주민들의 ‘우격다짐성’ 발언 혹은 질문
에 이미 설명회는 그 의미를 잃고 있었다.
동강 주변의 주민들 사이에는 지금 큰 불화가 존재한다. 환경부가 2000년 10월 24일 동강의 생태
계보전지구 지정방침을 내비친 이래 이제껏 뭉그적거리고 있는 동안 주민지원사업 명목으로 강원
도, 정선군 등의 지방재정은 가동되기 시작했고 개발열풍은 가속화됐다. 이 과정에서 지원사업비
를 두고 말썽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설명회 요청 측인 <동강주민생존권투쟁위원회>(이하 생투
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도에서는 300억 정도가 주민지원금으로 책정되어 있답디다. 지금까
지 대략 200억 정도가 풀렸다는데 형평성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젭니다”라고 말한다. 실제 지원대
상자의 선정과 대상자 사업규모 확정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잡음이 심한 상태다. 이전의 <댐수몰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중심이 된 <동강주민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도·군과 함께 진행한 이
지원사업의 혜택은 일부 주민들에게만 편중돼 많은 주민들로부터 의혹의 눈길을 사고 있다.
이에 생투위가 나서 귤암리, 가수리, 운치리 등의 마을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 주민들의 진술서
를 받아놓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귤암리의 한 주민은 ‘일반 버섯사를 2동 신청했는데 협의회
가 임의로 1동을 없앴다’고 부당함을 호소했고 다른 한 주민은 ‘목재 파쇄기는 주민들이 원하
지도 않았고 어떻게 지원됐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강제적으로 떠맡겨졌다’고 밝혔다. 또 가수
리의 한 주민은 ‘댐 백지화 이후 주민지원사업이 불공평하게 이루어졌고 그에 대해 일절 들은
바도 없으며 아예 지원사업에서 제외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운치리의 한 주민은 ‘주소지는
우리 동네로 되어 있지만 실제 다른 동네에 사는 사람이 공동지원 부분을 합쳐 4억원 이상 지원
받은 것은 부당한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생투위는 이를 근거로 도·군에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3월 12일 서울에서는 환경부 등 관계기관, 전문가, 지역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열렸다.
이어 14일 환경부는 동강 일대, 정선 광하교에서 영월 섭새 강변에 이르는 46킬로미터 구간, 109
평방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지역을 오는 6월부터 단계적으로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
다. 그러나 군·도 등의 지방자치단체의 난개발이 계속되고 있고 주민들의 상호 이해관계가 제대
로 조정되지 않은 지금 상태에서 이 발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생투위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도 이제 생태계보전이라는 것에는 모두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생
존이 해결되지 않으면 무조건 찬성할 수 없죠. 가장 좋은 건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경쟁력 있는
우수한 마을로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여태껏 주민지원 과정에서 형평성 없는 행정으로 주민들
사이에 골만 깊어졌습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이어 그는 “우선 관청과 일단의 외부
세력과의 고리를 밝혀내고 끊는 것이 급선무”임을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현재 가장 시급한 일
은 주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상호불신과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는 일이다. 그렇지 않
으면 생태계보전지구 지정은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살던 사람들을 더 추악한 복마전으로 내몰
게 될지도 모른다.

이상백 기자 leesb@kfem.or.kr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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