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광주비엔날레 '먼지 한톨 물 한방울' 광주천의 숨소리 _ 백지훈



지난 7월 말, 서울환경운동연합과 CJ(주)는 안전한 식생활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개월간 끌어온 보존료 논쟁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요구한 내용을 대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합의한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곤혹스러운 일이었다고도 생각된다. 문제의 아질산나트륨이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공전에서는 보존료가 아닌 발색제로 규정되어 있어서, ‘보존료 무첨가’라는 표기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번 일은 애매한 규정을 만든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왜 소비자와 환경단체는, 기업에게 법적인 책임을 넘어서는 사회책임을 요구하고 있을까?

국가를 초월한 20세기 기업들
광주천의 물은 무등산 골짜기에서 시작해 남도의 젖줄 영산강으로 흘러간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광주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는 광주천은 과거 천변을 따라 나 있는 길이 한적하고 고즈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아진 차량들로 인해 사람들의 접근이 자유롭지 못하다. 주변 아름드리 버드나무도 사람들의 욕심으로 사라져 사람과 생물들의 휴식공간이 없어졌다.

하류 쪽 수질은 물고기도 살지 못하는 4∼5급수가 되어버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또 광주천으로 들어오는 여러 갈래의 아름다운 실개천은 흉물스럽게 복개되어 도시 아래 어두운 하수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연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으면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해 영역을 지킨다지만 광주천은 140만 인구의 개입에 따른 오염된 환경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광주천을 사람들이 만들어 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면서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폐수와 쓰레기를 배출하는 등 광주천의 생태에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었다. 광주천은 개개의 주체 속에서 혹은 우리라는 전체 속에서 욕심과 무관심에 버려져 고유한 빛깔을 잃어가고 있다.



광주의 환경을 생각하는 미술인들은 이러한 광주천의 모습을 여러 작품으로 형상화해 오는 9월 10일부터 11월 13일까지 65동안 열리는 2004 광주비엔날레 ‘먼지 한톨 물 한방울’의 물 분야 주제전에 전시할 예정이다.

‘광주천의 숨소리’라는 테마로 주제전에 전시되는 광주천의 여러 모습들, 전시에 앞서 먼저 광주천의 사진과 작품을 통해 광주천의 모습을 되돌아봤다.

광주천의 숨소리, 광주천과 사람들
제 모습을 잃어 광주시민들에게서 서서히 멀어지는 광주천의 모습은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2004 광주비엔날레 ‘먼지 한톨 물 한방울’의 물 분야 주제전에 전시될 예정인 ‘광주천의 숨소리’는 무관심으로 내버려지는 광주천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예술이란 도구를 이용해 형상화될 예정이다. 그중 『광주천 + 사람』(박태규 작)은 비단, 광주천과 같은 개천 오염의 문제성만을 제기한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들이 사용하는 버려지는 수많은 물과 함께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대한 조명을 형상화하여 환경오염으로 인한 인간성 오염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로써 문제의 해결책인 환경과 인간과의 관계회복을 꾀한다는 것을 전체 주제로 담고 있다.

물이 숨쉬는 곳은 인간이 숨을 쉰다. 그러나 물이 숨을 쉬지 않으면 썩는다. 물이 썩게 되면 우리 미래 또한 썩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광주천을 지키는 일은 소중한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광주천의 숨소리’는 이러한 맥락의 물뿐만 아니라 우리의 숨소리도 살린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광주천과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다큐멘터리적인 형식을 구성하는 『광주천 + 사람』은 광주천 곳곳의 현장음과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 생동감과 현실감을 보여준다. 이는 광주천을 시민들의 품과 정신 속에 되돌리고 그것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실제 이 작품은 전시장에서 합판으로 실제 크기의 사람의 형태로 표현되어 사람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나’와 ‘우리들’의 모습을 강렬하고 화려한 전통 오방색으로 채색하여 광주천과 사람이 함께 살아 움직임을 보여준다. 광주천과 사람, 광주천과 나 자신, 내 몸 안에 흐르는 물이 따로 떨어져 존재하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영향을 끼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물리치기도 하고, 낳아 주기도 하며 극과 극으로 대립하기도 하지만, 항상 주고받는 상생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무지한 인간들이 벌인 수질오염의 심각성을 오히려 인간과 물의 대립과 공존이란 단어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광주천의 숨결, 배부른 잉어
광주도심을 가로지르며 오랜 시간동안 흐름을 멈추지 않고 숨쉬고 있는 광주천. 광주천은 광주의 ‘혈관’의 역할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악취를 풍기는 오염지대로 터부시되고 있다. 그 기다란 하천에 자리 잡은 삶의 주변부인 복개된 조그만 실개천에서는 끊임없이 자정하려고 몸부림치는 거친 숨결이 뿜어져 나온다. 자연의 순환과 생명력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광주천의 숨소리’테마 주제전에 전시되는 『숨결』(박태규 작)과 『배부른 잉어와 주변의 친구들』(김숙빈 작)은 이러한 광주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중 『숨결』은 광주천의 발원지에서 가까운 용연 마을 앞 개울가의 순수한 자연의 청명한 소리와, 광주 도심의 중심부의 위치한 복개천의 몸부림치듯 흐르는 장면을 결합해 잃어버린 자연의 원형을 회복하고자 하는 자연의 충만한 생명력을 나타낸다.

『배부른 잉어와 주변의 친구들』은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오염된 광주천의 현재 모습을 직접적 표현한다. 각종 생활 오염물질을 먹이로 한 기형 수중동물들을 ‘배부른 잉어’로 표현하고, 광주천 주변에서 각기 터를 잡고 사는 비둘기와 고양이, 상류지역의 양서류, 피라미 등의 민물어류를 ‘주변의 친구들’로 표현한다. 이 작품은 2004 광주비엔날레에서 일부 행사가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는 게 특징이다. ‘배부른 잉어’는 광주천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커다랗게 만들어진 조형물 안에 시민들에게 버리게 함으로써 그 오염된 먹이를 먹은 잉어가 등과 꼬리가 휘어져 죽어 가는 것을 표현한다. 또 ‘주변의 친구들’은 오염된 먹이사슬구조에서 서로가 얽혀 소리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양서류, 어류, 조류 등의 동물들을 투명수지로 만들어 오염의 심각성을 직접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관객시민들에게 그 경각심을 알린다.

세계 시민과 새롭게 태어나는 광주천
‘광주천의 숨소리’는 환경을 생각하는 미술인 모임의 작가와 광주천의 주인인 시민들이 함께 호흡하고 만들어가는 공동작업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기본개념 위에 작가들은 각기 다른 형식을 보여 주지만 그 주제는 하나로 연결된다. 작가와 시민참여로 이루어지는 작품들은 광주천의 이미지를 한가득 채워나간다. 그럼으로써 광주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자연 생태에 대한 동경, 사람들의 반성과 염원을 동시에 담아낸다. 광주천과 사람이 함께 살아 움직임을 보여주는 주제전은 이러한 의미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광주천의 숨소리’를 담은 2004 광주비엔날레 주제전에서는 관객을 피동적 수용자나 소비자가 아닌 전시기획에 주체적 생산자로 참여시키는 독특한 기획이 마련된다. 또한 세계 각지에서 농부, 기능공, 회사원, 주부, 학생 등 평범한 ‘일반관객’에서부터 미술이 아닌 문화생산영역의 ‘전문가’와 시대적 쟁점과 현안에 대해 제안하고 행동하는 ‘문화행동가’까지 60여명의 ‘참여관객’이 초대될 예정이다. 광주천은 이제 세계시민과 함께 생태적으로 새롭게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백지훈 기자 backjh@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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