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복원이 더디고 힘든 이유

수문 개방 후 자연성 회복을 보인 세종보 ©함께사는길 이성수
 
2020년 여름, 녹조 대신 홍수가 휩쓸고 지나갔다. 4대강 보가 홍수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가짜뉴스도 한바탕 지나갔다. 시민들은 더 이상 가짜뉴스에 속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와 행정은 여전히 2019년 2월 발표된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방안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금강과 영산강을 가로막고 있는 저 쓸모없는 시멘트 덩어리를 걷어내면 수질도 생태계도 나아지고 홍수 위험도 줄어들 텐데도, 단단히 서있는 저 시멘트 덩어리를 걷어내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것이었다. 이들은 4대강 복원이라는 따뜻하고 맛 좋은 감자를 마치 뜨거운 감자처럼 1년 7개월째 손에 들고 있지도 못하고, 입에 넣어 삼키지도 못하고 있었다. 
 

위원회 허들 속에 갇힌 4대강 국정과제

 
지난 2019년 2월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이하 ‘4대강기획위’)는 4대강사업으로 금강과 영산강에 만들어진 5개 보 가운데 세종보와 죽산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공도교 유지), 백제보와 승촌보 상시개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청와대는 4대강기획위가 작성한 보 처리방안을 유역물관리위원회(이하 ‘유역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서 국가물관리위원회(이하 ‘국가위원회’)를 통해 확정하겠다고 밝혀왔다. 유역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한 후에 국가위원회가 의결하겠다는 것은 4대강과 관련된 모든 지역 내 이해당사자와 기득권 전문가들의 허락을 구하고 나서 환경부 4대강기획위가 마련한 보 처리방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4대강 보 처리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며 국정과제이다. 그런데 이를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이토록 많은 허들을 두도록 기획한 것이다. 
 
유역위원회에서 의견을 수렴하겠다던 절차는 사실상 심의의결 과정이 되어버렸다. 이마저도 금강유역위원회에서 민간위원 다수와 당연직 상당수가 4대강기획위의 보 처리방안 원안에 동의하는 기색을 보이자 중단시켜버렸다. 당연직 위원 중 하나인 세종시가 보 처리방안 논의자료로 제공된 2019년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환경부 측에 재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정세균 총리 역시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 유역위원회 의견을 수렴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당시 민간위원과 당연직위원들은 이미 해체합의안을 만든 상황이었지만, 다시 의견수렴을 하게 된 것이다.
 

시민들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원했다 

 
2020년 여론조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환경부에서 실시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4대강사업에 대한 반대여론이 월등히 높고, 4대강기획위의 보 처리방안에 찬성여론이 훨씬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환경부 제시안에 대해서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 국민들보다 보를 직접 가까이에서 본 주민들의 복원 여론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보통의 환경 분야 여론조사의 경우 직접적 이해관계보다는 환경적인 명분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여론조사의 경우 현장에서 문제점을 체감한 지역 국민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4대강 복원에 동의한 것이다. 
 
 
특히 2017년 11월 수문개방을 시작해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상시개방을 해온 세종보의 경우 4대강 복원에 대한 인식이 높았다. 결국 2020년 여론조사 결과, 환경부 안에 대한 지지여론이 더 높아졌고, 이를 토대로 민간위원은 세종보를 해체하는 안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세종시 등 일부 당연직 위원들이 모든 절차와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앞뒤 없이 세종보를 해체할 수 없다며 고집을 부리자 다른 당연직 위원들까지 이를 지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들은 당연직위원들의 뜻이 시민들의 준엄한 요구와 매우 큰 괴리가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일까. 환경부 산하기관까지도 세종시 입장으로 기울면서 정부가 4대강 자연성 회복이라는 국정과제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탄식이 시민사회에서 터져 나왔다.
 

금강 세종보 처리방안이 흔들렸다

 
세종보는 수문개방 모니터링 결과를 통해 자연성 회복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세종보 인근 유역은 한반도의 고유종인 흰수마자가 폭넓게 살던 서식처였으나 보가 설치된 2012년 이후로는 금강 본류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7년 11월 상시개방을 시작한 이후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 흰목물떼새, 금개구리 등이 다시 돌아온 것이 확인되고 있다. 4대강 자연성 회복에 대한 세종시민들의 인식이 일반국민 전체 평균보다도 매우 높은 것은 이 같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9월 25일 금강유역관리위원회가 열린 회의장 앞에서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세종보 해체 등의 원안을 확정하라고 요구했다 ⓒ신재은
 
하지만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시민들과 생각이 달랐다. 세종보로 물을 가둔 경관이 좋다는 논지다. 앞에서는 환경부와 우리강 자연성 회복 협약을 맺으면서, 뒤에서는 자연성 회복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보 철거에 강경하게 반대했다. 세종보 유량은 비가 적게 오는 시기에도 최저 37cms(1초당 37톤) 수준이다. 이는 안양천 갈수기 유량이 약 5cms인 것에 비해 7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춘희 세종시장은 보를 철거하면 금방이라도 강물이 모두 말라서 사막이 될 것처럼 상황을 호도했다. 
 
여당 지자체장이 강경한 태세를 취하자 정부도 주춤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세종시장의 요구에 따라 여론조사를 다시 진행해 유역위원회가 이를 반영해서 결정하자고 하더니, 보 철거 여론이 전보다 더 높아지자 아예 유역위원회에 여론조사 결과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대신 지자체 합의가 필요하다며 회의 개최 자체를 미뤘다. 이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4년차를 마치면 결국 임기 5년차가 되어도 국정과제를 시행할지에 대한 최소한의 결정조차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유역위원회, 환경부 보 처리방안 원안 의결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9월 23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유역물관리위원회의 4대강 보 처리방안 원안 확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지난 9월 25일 시민사회의 원성 속에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회의장 앞은 무거웠다. 세종시가 마지막까지 버티면서 환경부가 흔들리자 공주시도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시민사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자연성 회복의 상징인 세종보 해체를 포기하는 것은 4대강 국정과제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강경하게 비판했다. 결국 금강유역위원회는 시민 여론을 넘어서지 못하고 환경부 4대강기획위가 제시한 보 처리방안 원안에 동의했다. 뒤이어 9월 28일 열린 영산강유역위원회 역시 원안 그대로 의결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국가물관리위원회라는 마지막 관문이 버티고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11월 중으로 관련 의사결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들은 4대강 자연성 회복 국정과제를 흔들림 없이 지지해왔지만, 정치는 돌다리를 두들기고 두들기다가 힘들고 먼 길을 돌고 돌아서 가고 있다. 그 사이 백제보는 겨울철 수막재배를 위해 열었던 수문을 다시 닫고 있다. 백제보 상류에서 확인된 흰수마자는 서식처를 잃고 또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낙동강과 한강은 보 처리방안은커녕 지자체의 반대로 여전히 수문개방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지난 10여 년 동안 이명박 정부에서 비상식적으로 강행된 4대강사업으로 인해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그리고 4대강사업 완공 이후 온 국민이 강물을 가로막으면 생태계가 망가지고 녹조가 발생하며, 홍수가 커진다는 상식을 너무나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확인했다. 이제 강물이 흐르면 물고기와 새가 돌아오고, 물은 맑아진다는 상식을 목도하고 있다. 국민들은 쓸모없는 보를 철거해서 강이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를 인내하며 기다리고 있다.  
 
 
글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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