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조사평가위의 곡학아세

4대강을 호수로 만들어버린 보 ⓒ함께사는길 이성수
 
한반도 대운하라는 검은 그림자가 우리 사회의 가치판단을 왜곡시켰을 시점이 17대 대통령 선거 1년 전인 2006년이었음을 기억한다. 그해 10월 24일 짙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이명박 후보는 독일 라인-마인-도나우(RMD) 운하를 방문하여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는 기술적 검토가 끝났으며 시작 후 4년 이내에 완공이 가능하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통해 제2의 경제도약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는 것이 필자만의 느낌이 아니라면 그만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운하 집착은 집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허구성이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트라우마처럼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박근혜 조사•평가위원회의 4대강사업 평가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후 감사원은 4대강사업은 그 목적도 잘못되었고 설계와 시공도 부실했고 유지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더구나 4대강사업은 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했다는 감사원의 발표는 우리 사회를 또다시 격랑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6월 ‘국민이 반대하면 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국민을 속이고 뒤에서는 운하를 추진했다는 자료들이 쏟아졌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만약 그렇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는 논평을 했다. 22조 원의 천문학적 예산으로 하천을 황폐화시키고 국민세금을 낭비한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이었다는 뜻이다.
 
4대강사업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증폭되자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와 몇 차례 면담을 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는 실질적인 조사권한, 독립된 사무국 설치, 충분한 예산, 4대강사업의 탄생과정 조사 등을 요구했지만, 총리실은 이를 묵살하고 반쪽짜리 위원회(2년 임기)를 2013년 9월 6일 출범시켰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23일 국무총리실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는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계획보다 8개월이나 앞당겨졌다는 점이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수자원, 수환경, 농업, 문화관광 분야 등 모두 4개 분야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분야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다. 
 
△ 수자원 분야  최종보고서 초안(비공개)에 따르면 확보한 물은 당초 계획의 10분의 1에 그쳤는데 그나마도 사용계획이 없고, 4대강에 설치한 보는 오히려 홍수위험을 증가시키고 보 건설 위치를 선정하는 기준도 절차도 없었다. 더구나 ‘녹조라떼’라는 신조어를 만들 만큼 수질을 악화시킨 주범이 보(洑)라고 평가하고 있다. 즉 4대강사업은 물 확보, 홍수예방, 수질개선이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오히려 역행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부작용은 보의 안전성 문제다. 9개 보에 대한 수중조사 결과 6개 보에서 파이핑 현상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최종 발표에서는 ‘누수·용출 현상’이라는 표현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파이핑 현상이 지속되면 기초지반의 흙이 점차 유실되어 보 기초지반에 공동이 발생하고 궁극적으로는 보 구조물이 침하되면서 파괴에 이르게 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2013년 감사원에서도 이미 확인했고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지속적으로 파이핑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국무총리실은 파이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했다. 파이핑 현상을 조사하는 비용을 국토부가 제공했고 국토부 공무원이 국무총리실에 파견되어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토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 수환경 분야  위원회는 BOD와 클로로필-a (Chl-a) 항목을 대상으로 4대강사업 전·후의 수질을 비교하여 한강, 낙동강, 금강은 대체로 수질이 개선되었고, 낙동강 상류(안동〜구미)와 영산강에서는 수질이 악화되었다고 발표했다.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4대강은 호소 생태계로 이미 변했기 때문에 하천 환경기준이 아닌 호소 환경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따라서 물속 유기물 함량 평가는  BOD보다는 COD, COD보다는 TOC(Total Organic Carbon 총유기탄소)를 이용해야 한다.
 
TOC 기준으로 낙동강 중하류 보에서 수질이 악화되었다. COD 기준으로는 2개 보에서 악화되었고 3개 보에서는 개선이 되었다. 따라서 물속 유기물 함량을 가장 잘 나타내는 TOC를 기준으로 할 경우 낙동강은 전 구간에서 악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심지어 여름철이 되면 하천이 오염되어 악취가 발생하기 때문에 하천을 유지 관리하는 지자체는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서 낚시행위를 포함한 수변활동을 금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총리실 조사·평가위원회는 낙동강 중·하류에서는 수질이 개선되었다고 발표했다. 녹조가 발생하고 수질이 악화되고 악취가 진동하는 하천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정답이 아닌가?
 
△ 농업 분야  2조7000억 원의 예산으로 110개 저수지 증고사업을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없고, 사업을 완료한 다음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추가로 확보한 물은 4대강 본류 수질개선용으로 이용하겠다고 했지만 수질개선 효과는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갈수기에는 농업용수도 부족하고 하천의 수질도 악화되기 때문에 수질개선을 위해 저수지 물을 방류하는 것은 농민들의 반대로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수질개선용 물을 확보한다는 당초 목적은 허구였다고 할 수 있다. 1조4000억 원이 투입된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은 저지대 농경지에 준설한 모래를 쌓아 농경지를 돋우는 사업이다. 조사위는 이 사업에 대해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주민 80퍼센트가 찬성하기 때문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했다. 저지대 농경지를 높여주고 공사기간 3년 동안 농사를 짓지 못한 보상금까지 준다는데 반대할 농민이 어디 있겠는가? 
 
△ 문화관광 분야  4대강에 설치한 문화관광레저 시설은 시설총량·위치결정 등을 위한 체계적인 사전 수요 분석을 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이용률이 낮고 지역별 이용률의 격차가 크다고 평가했다. 생태공원을 234개 설치했지만 도심지 인근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람의 방문이 없는 ‘유령공원’, 모래만 남아 있는 ‘사막공원’, 망초로 뒤덮인 ‘망초공원’ 등으로 이름 붙여졌다. 또 4대강사업 당시 운영한 각종 문화관광레저 행사와 프로그램은 지속성을 갖지 못하고 4대강사업의 홍보를 위한 일회성 사업으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결국 문화관광이란 이름으로 추진한 각종 행사는 예산낭비성 사업이었다는 뜻이다.
 
 

정치적 판단한 평가위

 
총리실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4대강사업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했다. 대부분의 평가 내용은 그동안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했던 내용들이었다. 그럼에도 총리실 조사·평가위는 최종결론에서 ‘4대강사업은 일정한 성과가 있었고 부작용은 우려한 수준이 아니다.’라는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 
 
4대강사업은 생태적 측면에서는 ‘총체적 부실’이라고 평가한 위원도 있지만, 4대강사업에 대해 찬반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립인사라고 자평한 대다수 위원들은 ‘국토부 홍위병 노릇’을 제대로 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사회적 전환기에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선한 사람’은 액면 그대로 ‘착한 사람’이 아니고 ‘시대의 아픔을 외면한 전문가’이다. 그런 전문가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의 주류이고 그들만의 ‘신기루’를 만들고 있다. 불행하지만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앞으로 극복해야 할 쉽지 않은 과제다.
 
4대강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가재정법 등을 위반하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뒤로하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대국민 사기극을 충실히 수행한 대가로 훈·포장을 받고 진급하고 더 힘 있는 자리로 영전했다. 
 
“전광석화와 같이 착수하고 질풍노도처럼 몰아붙여야 한다.” 2008년 12월 박희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이다. 지난 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불편해하면서 여전히 4대강사업에 대한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참으로 한심하다. 사자방(4대강사업, 자원외교, 방위산업)을 외치면서 4대강 국정조사도 끌어내지 못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한계를 절감한다.
 
이명박정부는 전문가들의 곡학아세와 권력의 힘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펼쳤다. 이것이 4대강사업에 대한 필자의 평가다. 그러나 4대강에 녹조가 발생한 것을 놓고 수질이 개선되었다고 할 만큼 전혀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보 아래에서 건져 올린 퇴적토는 하수처리장 슬러지와 같은 냄새를 풍겼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박근혜정부는 4대강을 안고 갈 것인가

 
하지만 4대강사업은 인식의 차이 문제가 아니라 진실과 거짓의 문제다. 두 차례에 걸친 감사원의 감사 결과, 그리고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수많은 ‘팩트’들은 4대강사업 반대 측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충분히 밝혀주었다. 이번 국무총리실 4대강조사·평가위원회에서도 다시 한 번 4대강사업이 무용지물이었다고 확인했다. 그럼에도 진실을 뭉개려는 시도가 아직도 감지된다. 이른바 ‘물 타기’를 하면 국민들이 양비론에 휩싸여, 결국 4대강사업 반대 측이 제풀에 지쳐 떨어져나갈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짓으로 진실을 덮으려는 어리석은 시도가 통했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4대강사업의 진실은 일시적으로 물속에 잠겨 있을지 몰라도 엄연히 숨 쉬고 있다. 22조 원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우리 국민들은 ‘오래된 상식’을 확인했다. 
 
어서 그들의 몰상식을 백일하에 드러내야 한다. 상식을 무시했던 과정을 밝히기 위해 더 기다려야 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더 큰 불행이 될 것이다. 4대강사업은 이미 ‘4대강 게이트’로 이행되었기 때문이다. 거짓이 진실을 덮을 수도 있다는 것이 결코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박근혜정부가 나서야 한다. 2013년 감사원 감사에 이어 홍수방어, 수질개선, 물 확보, 생태계 회복 등 4대강사업의 당초 목적 그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했다. 한반도대운하가 어떻게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둔갑하고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어떤 법령을 위반했고 전문가들이 어떤 억지춘향 논리를 개발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나아가 훼손된 4대강을 복원하기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애물단지가 된 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악화된 수질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하천생태계를 훼손한 생태공원 등 각종 시설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4대강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박근혜 정부가 안고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 ckpark@c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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