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 년 생명 품은 영랑호를 그대로 두라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과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환경연합 바다위원회는 지난 10월 18일 영랑호 다리 공사를 중단하라며 수중 시위를 벌였다 사진제공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들 수십 개가 영랑호로 쏟아졌다. 자연 석호인 영랑호를 가로지르는 다리(부교)를 놓겠다며 벌리는 공사다. 영랑호 물가에는 철빔을 박는 공사도 진행중이다. 영랑호 일대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소란과 소음에 사람들도 놀라고 철새들도 놀라 숨어버렸다. 속초시의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에 속초 시민들은 ‘영랑호 훼손사업’이라며 당장 중단하라고 외쳐왔지만 속초시는 끝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부교가 놓일 영랑호 수면은 수면성 물새들의 자리다. 고니류와 수면성 오리류를 비롯해 수영은 하지만 잠수하지 못하고 수면에서 머리만 넣고 물고기나 수서곤충, 식물 뿌리를 캐 먹는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고니와 같은 수면성 물새들의 자리다. 영랑호 물 속은 수영도 잘하고 잠수도 잘하여 물속을 헤엄치며 다니는 가마우지, 물닭, 논병아리, 뿔논병아리, 비오리, 검은머리흰죽지, 흰죽지, 흰뺨오리 등 잠수성물새류의 밥상이고 물고기들의 놀이터다. 물과 뭍이 만나는 갈대숲 언저리는 물가 새들의 밥상이다. 수영도 못하는 새들, 그저 물가를 걸어 다니며 갈대 사이에서 노는 물고기나 수서곤충들을 먹이로 구하는 백로, 왜가리 류와 얕은 물에서 갯지렁이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1만여 km를 날아가야 하는 도요, 물떼새 류의 목숨과도 같은 중간기착지다.
 
속초시는 과연 이런 사실을 아는 것인가. 알고도 이런 참담한 짓을 벌이겠다는 것인가. 
 

7천 년 생명을 품어온 자연 석호, 영랑호

 
영랑호를 찾은 고니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바다의 호수라 불리는 동해안 석호는 모두 바다가 만들어냈다. 윤순옥 교수는 “석호는 최종 빙하기와 간빙기 동안 해수면 변동이 일어나면서 하천과 파랑의 작용으로 형성되었으며, 신생대의 마지막 지질시대인 홀로세 해안경관을 대표하는 독특한 지형”이라고 설명한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빙하가 사라진 것은 9000년 전에서 6000년 전 사이(최덕근 서울대 교수)로 아마 이 무렵에 석호들이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 동해안 석호는 약 7천 년 동안 바다가 만들어낸 자식 같은 곳이다.  
 
석호는 바다와 특별하게 연결되어 있다. 비가 오지 않는 가을과 겨울이면 파도와 바람으로 바다와 호수 사이에 모래 언덕이 쌓여 호수와 바다를 막는다. 그러다 비기 많이 내리는 봄과 여름에는 주변의 빗물이 호수 안으로 들어와 제일 약한 모래 언덕을 밀어내며 바다와 연결된다. 이런 현상을 ‘갯터짐’이라 부르는데 이런 갯터짐은 들숨 날숨처럼 매년 반복되어 석호의 생명을 유지시킨다. 주기적인 갯터짐으로 석호는 엄마인 바다를 만나 바닷물과 민물이 일정량으로 조절되어 건강한 석호를 유지하고 이로써 석호 또한 많은 생명을 품는 또 다른 생명의 어머니가 된다. 석호인 영랑호는 물속의 물고기, 저서생물과 물 위의 물새들, 그리고 물가의 갈대를 비롯한 식물들, 수서곤충, 도요새, 물떼새, 백로, 왜가리들 등 온갖 생명들을 품는다. 
 
영랑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호이자 얼마 남지 않은 자연석호 중 하나다. 늦가을이면 겨울 동안 머물 겨울철새들이 영랑호로 날아든다. 겨울이면 시베리아나 캄차카반도에는 모든 것이 얼어붙어서 물새들은 먹이를 구할 수 없다. 봄, 캄차카반도에서 부화한 어린 새끼들과 함께 먹고 살려고 겨울에도 얼지 않는 동해안 석호인 영랑호를 찾아 5천여km를 날아온다. 3박 4일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않고 반수면 상태로 거의 기진맥진하여 엄마 품에 안기듯 영랑호에 떨어진다. 이렇게 영랑호를 찾은 물새들은 영랑호에서 겨울 동안 새끼들을 잘 먹이고 잘 키워서 봄이 되면 다시 캄차카반도로 돌아간다. 그렇게 영랑호는 겨울철새의 도래지이자 생육지로서의 서식지가 되는 것이다.
 
영랑호를 찾은 알락꼬리마도요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봄이면 강남에서 제비를 비롯하여 물을 근거로 살아가는 새들이 영랑호로 온다. 봄에 새끼를 낳고 키워서 가을이면 강남(양쯔강 이남지역)으로 돌아간다. 대표적으로는 개개비, 붉은머리오목눈이다. 개개비는 영랑호 가장자리 갈대숲에 둥지를 틀고, 그곳에서 새끼를 낳고 기른다. 그렇게 영랑호는 여름철새의 도래지며 번식지로서의 서식지가 된다.
 
봄과 가을이면 시베리아와 캄차카반도에서 호주, 뉴질랜드까지 오가는 도요물떼새들이 영랑호에 잠시(10일~약 한 달) 쉬었다 간다. 지난 봄,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과 속초시, 문화재청 직원들이 조사를 왔을 때 멸종위기종 2급인 알락꼬리마도요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이때 수달 흔적도 함께 발견되었다. 그렇게 도요새들에게는 장거리 여행에 쉬며 몸을 추스르는 휴게소인 영랑호는 생명의 중간기착지다. 
 
영랑호에는 수많은 법정보호종이 살아간다. 고니, 큰고니, 혹고니, 원앙, 수리부엉이, 흰꼬리수리, 알락꼬리마도요, 개리, 큰기러기, 수달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이들은 멸종되지 않도록 국가가 법으로 정해 보호하는 종들이다. 법정보호종을 보호하려면 무엇보다 서식지를 잘 지켜야 한다. 법정보호종의 서식지인 동해안 석호 영랑호는 반드시 그대로 지켜져야 하며, 어떤 이유로도 훼손해서는 안 된다.  
 

“STOP 영랑호 다리공사”

 
영랑호 수변을 갈라놓은 부교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제공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과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회원들, 그리고 환경연합 바다위원회가 지난 10월 18일 영랑호에 모였다. 7천 년 전부터 영랑호에서 살아온 생명들을 대신해 물 위에서, 물 아래서, 뭍(땅)에서 외치고 또 외쳤다. 
 
“STOP 영랑호 다리공사” 
 
글 / 장석근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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