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flows 캠페인 05] 댐 공화국 대한민국 앞으로의 20년을 그리다

하천을 가로막은 보 ⓒ김종원
 
“3만4000개. 우리나라 하천에 있는 보와 댐의 숫자입니다.” 
신입 활동가로 하천운동 교육을 받던 중 듣게 된 말이다. 놀랐다.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은 댐이 있는 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댐이라고는 유명한 몇 개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교육을 들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도심이나 농촌에 있는 이름 없는 보의 숫자까지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댐 공화국 대한민국

 
3만4000여 개의 보를 전국 하천의 총 길이인 2만9783킬로미터에 대입해보면, 약 0.6킬로미터당 하나 꼴로 보 또는 댐이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하천의 연결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게 많은 보들이 지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가 하천을 바라봤던 시각과 관계가 있다. 대부분의 보는 농업이나 레저 등 각종 활동을 위한 용수 확보, 홍수 등 재해경감과 같은 이치수의 목적을 위해 지어졌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보를 많이 지어서 나쁠 것이 없다. 보의 건설로 인한 수질과 생태계 변화는 정부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보로 인해 흐르지 못한 물은 고이게 되고, 물길이 막힌 물고기는 썩어가는 물에서 서서히 죽음을 맞이했다. 우리나라의 하천 0.6킬로미터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동강댐 건설에 대한 논쟁은 우리나라 정부가 댐 건설,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에 대해 어떤 시각을 보여주는지 알려주는 사례이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정부의 검토를 통해 댐 건설 예정지로 동강 상류 유역이 공표되었다. 댐의 목적은 홍수 예방이었다. 하지만 당시 현장 조사 결과는 달랐다. 댐 건설이 예정되었던 지역은 유역의 폭이 좁고 험준하여 집중호우의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고, 오히려 피해를 유발할 수 있었다. 
 
만약 동강 댐이 건설되었다면, 동강의 생태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동강은 수달과 동강할미꽃과 같은 천연기념물, 지역 고유종 등이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댐 건설로 인해 사라졌을 수도 있다. 댐을 건설함에 있어서 물을 어떻게 쓸지만 궁리하지, 지역의 생태계를 어떻게 보존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던 정부의 시각이 여실히 보인다.
 
결국,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지자체 등이 합심하여 댐 건설 반대를 주장하고 국민들도 동강을 지키자고 힘을 보태면서 2000년 6월 5일인 환경의 날에 정부는 동강 댐 건설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였다. 이를 계기로 시민들도 무리한 개발보다 보존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영향은 정부의 정책에도 영향을 줘, 2007년 댐장기기본계획에 댐 건설 예정지는 고시되지 않았다. 한국의 댐 신규 건설이 사실상 완료되었다고 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미래 20년, 하천 연결성 회복을 위한 시간

 
2007년 댐장기기본계획이 발표된 후, 확실히 우리나라의 신규 댐 건설 사업은 주춤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직 수많은 댐과 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현재 전국의 하천은 댐과 보를 비롯한 하천 구조물로 인해 연결성이 훼손된 상태이다. 결국, 연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댐과 보를 철거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진행하고 있는 ‘Love Flows 캠페인’은 하천의 연결성 회복을 위한 운동으로, 전 세계적인 운동의 흐름이기도 하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댐 해체가 하천의 연결성을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적극적으로 많은 댐과 보를 해체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 또한 많은 하천 구조물로 인한 훼손이 심각한 만큼, Love Flows 캠페인을 통해 하천을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3만4000여 개의 보와 댐 중 방치되어 있는 보와 댐은 약 3800개라고 한다. 전체의 10분의 1에 달하는 보와 댐이 수몰, 용도 상실 등의 이유로 폐기되어 방치된 것이라고 한다. 
 
서울 지역 하천에도 용도가 불분명한 채 남아있는 보가 상당하다. 과거 주변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한 용도로 지어진 보들은, 농지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그 용도를 잃었다. 용도가 사라진 보들은 해체되거나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도심 한복판에 아직도 농업용수를 가둬두기 위한 수많은 보가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질문제와 수생태계에 대한 악영향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다. 
 
문제점이 자명해 보임에도 보를 허무는 일은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은  보가 없어지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가 존재했던 그 세월 동안, 보는 주민들과 같이 그 지역을 살아온 것이다. 주민들에게는 보가 있는 하천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무언가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주민들에게 보 해체를 설득할 수 있을지도 과제다. 
 
중요한 것은 일단 변화를 하는 것이었다. 탄천의 미금보도 해체 전까지 지자체를 포함해 주변의 많은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원래 있던 보가 사라지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함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보가 해체되고 여울이 형성되면서, 보가 있던 자리의 생태계가 빠르게 회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보지 않은 길, 새로운 국회의 역할

 
보 해체를 통한 하천 생태계 회복,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다. 새로운 시도는 항상 반발을 일으키고, 불확실함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며 실패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몇 되지 않는 시도에도, 우리는 보 해체를 통해 하천의 생태계가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는 진정으로 변화를 위해 도전해야 할 때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공감과 함께 확실한 추진 동력이 필요하다. 바로 이것이 21대 국회에 기대하는 역할이다. 
 
얼마 전 개원한 21대 국회의 시작은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지난 국회와 비교해서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물, 하천 관련 공약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녹색당 등 일부 정당을 제외하고는 여야 할 것 없이 굵직굵직한 정당에서 하천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자연스럽게 4대강을 비롯한 하천 재자연화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렸다는 인상을 받았다. 20대 총선 당시 정권 교체의 영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사업 심판론이 이슈가 되어 여야 구분 없이 하천생태복원을 외치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총선 당시 약속했던 공약들만이라도 잘 지켰더라면 다행이지만, 20대 국회는 4년의 기간 동안 세종보 하나 철거하지 못했다. 저들의 약속은 그저 표를 얻기 위한 가식이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비록 공약에서 국회의원들의 의지를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이번 국회는 전례 없는 추진력을 얻었다. 의욕에 찬 초선 국회의원 또한 많다. 그동안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댐과 보 철거의 움직임을 함께할 좋은 기회다. 새로운 활기를 얻은 이번 국회에서 보 철거를 통한 생태환경 회복이라는 블루오션을 제대로 소개하고, 운동의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근 정부의 그린뉴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 각계에서도 환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기관과 국회의원, 시민단체, 학자 등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나라 하천의 생태계를 회복하고, 강을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글 / 김종원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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