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Flows 01] 자유로이 흐르는 강, 푸른 심장을 되찾다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댐 철거 심포지엄에서 참가자들이 한국 경청하고 있다 ⓒ신재은
 
“Incredible!” 
2019년 9월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댐 철거 심포지엄에서 낙동강의 녹조 슬라이드가 나타나자 150명 남짓 모인 미국과 유럽의 공무원, 전문가, 활동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국의 댐 현황, 댐 반대운동과 정책의 변화과정, 4대강사업과 자연성회복 추진 현황에 대해 총괄적으로 준비한 발표가 끝나자 모든 참가자들이 찾아와 위로를 전했다. 
 
그들은 한국에서 발생한 비상식적인 4대강사업에 놀라고, 4대강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녹조, 큰빗이끼벌레, 물고기집단폐사 등에 두 번 놀라고, 완공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댐에 대한 해체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에 세 번 놀랐다. 이탈리아의 한 활동가는 이탈리아는 여전히 많은 댐을 짓느라 철거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의 철거 논의를 부러워했고, 덴마크의 전문가는 70년대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댐을 짓지 않는다며 자랑을 했다. 미국 산림청에서 온 전문가는 한국은 다이내믹한 힘을 가진 것 같으니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응원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의 4대강을 복원하는 데 자신들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기꺼이 돕겠다며 4대강의 복원을 응원했다. 이미 오랜 시간 댐의 폐해를 경험하고 해법을 찾아온 그들이기에 10년이 넘는 시간을 치열하게 싸워온 한국의 운동가들을 한눈에 이해하고 있었다. 
 

미국 “댐 철거는 가장 효과적인 유역 복원”

 
미국과 유럽은 이미 지난 100년 동안 수많은 댐을 철거해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사회적으로 필요한 인프라는 거의 갖추어졌고, 오히려 경제성 없이 사용하지 않는 노후 댐이 늘어났다. 용도도 없이 남겨진 댐은 하천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1970년부터 2012년 사이 담수종은 약 81퍼센트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해양종은 36퍼센트 감소, 육상종 38퍼센트 감소에 비하면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하천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댐 철거가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미국은 공식 등록된 댐이 9만 개이다. 등록되지 않은 댐은 약 250만 개로 추정된다. 이 중 국제대형댐위원회에 등록된 높이 15미터 이상 대형 댐은 9254개이다. 그야말로 댐 공화국이다. 대다수의 댐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에 집중적으로 건설되었다. 그리고 지난 1970년대 중반부터는 용도 없는 댐에 대한 철거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1912년 이후 철거된 댐은 1605개에 달한다. 이제는 댐 철거 공화국이라 해야 할까. 
 
미국 역사상 철거된 가장 큰 댐은 엘와 댐(높이 33미터, 1913년 건설)과 글라인즈캐니언 댐(높이 64미터, 1927년 건설)이다. 두 댐은 엘와 강의 연어를 비롯한 어족자원 복원과 안전성 문제의 제기로 인해 각각 2011년, 2014년 철거되었다. 미국 환경청(EPA)과 연방에너지국(FERC)은 1991년 댐 철거만이 엘와 강 생태계의 완전한 복원을 가져온다고 공식발표했다.  다음 해인 1992년 부시 대통령은 ‘엘와강 생태계와 어장복원법’에 서명했고 1995년 두 댐의 철거를 결정한 이후 차분한 준비를 통해 2011년부터는 철거가 시작되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엘와 강은 완벽하게 복원되었고, 철거 이후 해가 갈수록 연어의 회귀 그래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엘와 강의 성공 이후 미국은 더욱 큰 규모의 강 복원 프로젝트를 결정했다. 클라마스 복원 프로젝트는 클라마스 강 50킬로미터 구간에 있는 대형 댐 4개를 동시에 철거하는 계획이다. 아이언게이트 댐(53미터, 1962년 완공)이 들어선 후 클라마스 강의 어장들은 완전히 붕괴됐다. 댐에 갇힌 물에서는 남조류가 창궐했고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1만㎍/L에 달했다. 급기야 2001년에는 댐에서 농업용수 사용이 금지됐다. 결국 2016년 4월 아이언게이트 댐을 포함한 4개 댐 철거가 결정되었다. 
 
미국은 청정수법과 멸종위기종법, 연방에너지법, 그리고 각 주에 만들어진 하천복원 전담기구를 통해서 지난 100년간 수많은 강이 흐르도록 만들어왔다. 
 

유럽 전체 수역 ‘좋음’ 달성해야

 
철거중인 프랑스의 브쟁 댐 ⓒ신재은
 
유럽 역시 수많은 댐이 존재하고 있다. 최대 180만 개의 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물관리기본지침에 따라 2027년까지 전체 수역이 생태학적 ‘좋음’ 상태를 달성해야 한다. 현재 하천 수역의 40퍼센트가 ‘좋음’ 상태를 달성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럽이 택한 방식은 댐 철거다. 현재까지 스웨덴,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스위스와 프랑스에서 확인된 수치에 따르면 4800개의 댐이 철거되었다. 이 가운데 프랑스가 2300개, 스웨덴이 1600개의 댐을 철거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프랑스의 브쟁 댐(36미터, 1920년대 건설)과 라오쉬꾸부아 댐(16미터, 1930년대 건설)이다. 두 댐은 수력발전 댐이지만 댐 상류 저수지에 퇴적물이 채워지며 경제성이 저하되고, 여름철 남조류 문제가 발생하면서 2017년 프랑스 정부는 2019년 봄부터 두 댐을 철거하겠다며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강력하게 반대했다. 전력의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고, 100년 동안 존재해온 댐을 철거한다는 것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소풍을 가고, 친숙하게 보아온 댐 상류 호수가 사라진다는 것은 경제성이나 환경성과는 다른 정서적 장벽을 만들어냈다. 
 
프랑스 댐 철거 국제심포지엄을 준비한 유럽강네트워크(ERN)의 로베르토 역시 “거의 100년 동안 수력발전을 해온 오래된 댐을 철거하는 것은 유럽의 강과 에너지 생산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덴마크는 강 복원을 어류 복원과 지역경제가 상호 윈윈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 푸넨 섬은 송어 개체 수 회복과 스포츠 어업경제를 목표로 생태관광의 일환으로 ‘푸넨 송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송어는 1킬로그램당 약 600유로에 달해서 은(silver)의 가치와 유사한데, 댐과 보 등을 철거하면서 송어가 늘어나자 지역의 경제도 살아났다는 설명이다. 송어 관광을 오는 관광객의 경우 한 사람이 한 번 방문할 때 약 85만 원을 지출하는데, 연간 6만4000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푸넨을 찾으면서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된 것이다. 
 

한국, 4대강사업을 넘어서 뒤틀린 물 정책 바로잡기

 
2018년 탄천을 막고 있던 미금보가 철거됐다 ⓒ성남환경운동연합
 
한국의 상황 역시 미국, 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다. 195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집중적으로 댐 건설이 이루어졌다. 대형 댐은 1300개에 달하고, 농업용 보는 확인된 것만 3만3842개다. 더 이상 댐을 지을 곳조차 없고, 기존에 건설된 시설은 노후화되고, 도시화로 인해 농업용 댐은 용도를 잃어버렸다. 흐름이 가로막힌 강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질이나 생태계 문제 등은 이미 선진국이 겪어온 일들이다. 
 
사실 댐 건설 중심의 법정 계획인 국토부 수자원장기종합계획과 댐장기기본계획은 2006년과 20007년 환경적인 방식으로 대대적으로 변화했고, 환경부는 2006년 용도를 상실한 농업용 보를 철거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하기도 했다. 
 
도시화 등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용도가 폐기된 농업용 보는 3826개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도 189개의 농업용 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식적으로 용도가 폐기된 보를 매년 100개씩 철거해도 40년이 걸린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반도대운하와 4대강사업에 집착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도 미국과 프랑스, 덴마크처럼 이미 10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댐을 철거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우리는 이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으려고 한다. 한반도대운하 건설을 위해 용도 없이 지어진 16개의 거대한 댐의 수문을 여는 것뿐만 아니라 용도가 없이 방치된 댐, 노후하고 관리가 되지 않아서 편익보다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댐을 하나씩 발굴하고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강의 흐름을 되찾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해야 할 때다. 
 
강은 땅에서 흘러온 많은 오염물질을 자정작용을 통해 정화시키는 심장과도 같다. 특히 대륙 동안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강은 홍수기와 평수기의 유량차가 크기 때문에 힘찬 맥동을 가지고 있는 푸른 심장 같다. 자유로이 흐르는 강물이 도랑에서 하구까지 힘차게 흘러가는 꿈을 꾼다. 힘차게 뛰는 푸른 심장을 복원하는 일은 아직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우리가 딛는 곳까지 길이 될 것이다. 
 
글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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