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flows 04] 보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취수구 폐쇄로 용도가 폐기된 양지천 이진말보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보(洑, weir)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일종의 전문용어였다. 보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줄 의도로 앞 문장처럼 한자와 영어를 병기까지 하면 ‘처음 보는 한자다’, ‘영어로 발음이 무엇이냐’는 둥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곤 했다. 그랬던 ‘보’가 4대강사업이 시작되고,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이제는 보통의 사람들도 좀 알만한 말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보에 대해 온갖 말들의 잔치가 벌어졌던 거 같다(혹은 벌어지고 있다). 보로 홍수를 방어할 수 있다! 보로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 보로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마치 하천을 살리는 만병통치약이 ‘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보의 기능과 부작용

 
전문용어로서 ‘보’는 어떻게 정의되는 것일까? 수자원 용어사전을 찾아보았다.
 
“각종 용수의 취수, 주운 등을 위하여 수위를 높이고 조수의 역류를 방지하기 위하여 하천을 횡단하여 설치하는 제방의 기능을 갖지 않는 시설”
 
이 정의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먼저 보는 제방의 기능을 갖지 않은 시설이다. 제방은 홍수를 방어한다. 보는 제방의 기능을 갖지 않으므로 홍수를 방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홍수를 유발하는 시설이다. 왜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정의에 나오듯이 보가 수위를 높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수위를 높인다는 것은 물 많은 홍수 때는 불리하지만, 물 없는 갈수기에는 취수를 용이하게 하는 순기능도 있다. 바로 ‘수위를 높이다’는 것이 보의 주 기능이라고 보면 된다.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이나 과정된 것이다.
 
수위가 높아지면 또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정의에서 보듯이 주운(배를 띄움)을 할 수 있다. 항공, 철도, 도로가 미비했던 100년 전에는 주운이 물류 이동의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주운이 과거의 문화유산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 것이다. 끝으로 보의 정의에는 보가 조수의 역류를 방지한다고 쓰여 있다. 국내 대표적인 조수 방지용 보는 한강 하류에 설치된 신곡수중보이다. 
 
여기서 또 의문이 생긴다. 조수의 역류를 방지하는 것이 순기능일까? 과거 농사를 짓기 위해 강물을 취수할 때 바닷물이 침입하면 문제가 되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강변 고양, 김포 논들은 대부분 택지로 개발되어 사라졌다. 농업용수의 수요가 사라지고 있다. 강의 끝, 바다와 만나는 기수역에서 조수의 역류는 당연한 이치다. 이 이치를 거스르고 만든 보로 인해 수질 악화, 생태계 파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신곡수중보 철거가 논의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보의 역기능은 이것에 그치지 않는다. 하천에서 물의 흐름을 약화시킴으로서, 유속을 떨어뜨리고 물리적 자정능력을 줄어들게 한다. 하천에서 자정작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생물화학적 자정작용과 물리적 자정작용. 생물화학적 자정작용이란 하천으로 유입되는 오염물, 특히 유기물을 미생물이 먹어치움으로써 물이 자정되는 일련의 과정이다. 흔히 수질의 좋고 나쁨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 BOD는 이러한 생물화학적 자정능력을 수치화한 것이다. 수질(BOD)을 좋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하천으로 유입하는 오염원을 차단하거나 줄여야 한다. 결국 오염원 저감은 보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좋아졌다는 것은 환경기초시설이 늘어나 오염원의 유입을 줄였기 때문이지 보 때문은 아니다. 물리적 자정작용은 하천으로 유입된 오염물을 하류로 빠르게 이동시키거나(이송), 확산시켜 농도를 희석시킴을 의미한다. 바로 보의 역기능은 물리적 자정작용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속담은 이와 일맥상통한다. 보가 수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따질 때 물리적 자정작용만을 고려해야지, 다른 수질지표를 끌어들여 혼돈을 야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용도 잃고 방치된 보들 늘어 

 
노후화로 보체가 파손된 석현천 산서1 낙차공
 
‘보는 수자원을 확보한다’라는 신화는 또 어디에서 왔을까? 보와 댐을 혼용해서 쓰면서 나온 말이다. 댐은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홍수 때 큰 물그릇에 물을 담아 두었다가 갈수기에 가두어 둔 물을 하류로 내려 보내 부족한 물을 쓰게 한다. 그러려면 큰 물 그릇이 필요하다. 하여 댐은 평상시에 댐 상류 대규모 지역을 침수시킴으로써 물그릇을 확보한다. 반면 보는 물그릇 자체가 없거나 빈약하다. 평상시에 보 상류 지역이 침수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심지어 댐 규모만큼이나 높이가 높은 4대강에 설치된 보도 상류지역이 침수되지는 않는다. 이것은 수자원을 담을 물그릇이 없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보는 수자원을 확보할 수 없다.
 
높은 보체로 인해 생태통로를 단절시키고 있는 가정천 복개보
 
10여 년 전 4대강사업으로 우리나라 주요 대하천에도 보가 생겼지만, 중소하천은 그 이전부터 촘촘할 정도로 많은 보들이 널려 있었다. 이는 과거에 논 농사 위주의 경작방식과 논에 물을 대는 손쉬운 취수방식으로 보 설치를 택했기 때문이다. 이제 상황이 많이 바뀌고 있다. 재배작물의 다양화와 도시화로 논들은 사라지고 있다. 수위를 높여 논에 댈 물을 쉽게 취수하게 했던 보들이 그 용도를 잃어가고 있다. 용도를 잃은 보들이 훼손되고 방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음과 같은 기준을 바탕으로 용도나 기능여부를 판단하여 그 기능과 용도를 상실한 보는 적극적으로 철거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보 본체의 노후화나 파손 여부
● 취수구의 폐쇄나 훼손 여부
● 보 상류부 유사퇴적으로 기능 상실 여부
● 보 상하류 수질오염 여부
● 생태통로단절 여부
● 주변지역의 토지이용변화로 물 수요 소멸 여부
 
끝으로 낙차공에 대해서 언급하고 글을 맺고자 한다. 낙차공은 본래 낙차가 심한 하상에 발생하는 세굴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천에 횡단으로 설치된 구조물이다. 외관상 보기에 취수 목적의 보와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고, 규모가 큰 경우 보 못지않게 종적 연결성을 훼손한다. 취수와 무방하므로 철거 절차가 상대적으로 용이할 수 있다. 낙차공을 철거했을 때 홍수 시 하상 불안정으로 치수가 걱정된다면 생태통로 확보 및 낙차공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다단낙차공(stepped fishway)이 대안으로 제안되기도 한다. 
 
다단낙차공은 기존의 콘크리트 낙차공을 철거한 이후 돌을 이용하여 높이가 낮은 낙차공들을 다단으로 연속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이다.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낙차공의 본래 목적인 하상 세굴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태통로 확보에도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안양천 안양대교 하류 보 철거 후 다단낙차공 설치가 대표적이다. 
 
이 보는 주변지역의 도시화로 취수 용도를 상실한 상태였으나, 낙차공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서 철거한다면 심각한 하상 세굴이 예상되었다. 그래서 보 철거 후 다단낙차공을 시공하여 하상 안정성 및 생태통로 확보를 도모하였다. 갈수기에도 원활한 흐름이 생성될 수 있도록 다단들의 위치를 지그재그로 배치하여 생태통로확보에 주력하였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다단낙차공은 용도를 상실한 도심지역의 보나 취수 기능을 갖지 않는 낙차공의 대안으로 사용될 수 있다.
 
 
글・사진 / 백경오 한경대학교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이자 생명의강특별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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