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flows 10] 우리 강에 더 많은 생명이 흐르도록 Love Flows!

하구를 가로막은 새만금 방조제. 최근 해수 유통이 불가피하다는 정부 연구용역 보고서가 발표됐다 ⓒ새만금위원회
 
2016년, 육아휴직을 끝내고 ‘댐졸업’이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준비해서 돌아왔다. 도시화 등의 이유로 인해 더 이상 쓸모없이 하천에 방치된 농업용 보(weir)를 철거하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댐졸업’이라는 단어는 그동안 성실히 역할을 해준 시설물을 고맙게 떠나보낸다는 의미도 있었고, 더 이상 댐이라는 인프라의 추가 건설이 필요 없어진 한국사회에서 너무나 많은 댐을 짓고 있는 상황을 벗어나보자는 의미도 있었다. 
 
사실 새로운 캠페인 이름을 준비한 가장 큰 이유는 정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대한민국의 제왕적 권한을 지닌 한 대통령이 4대강사업을 강행하면서 너무 많은 전문가, 언론, 행정, 공권력 등을 악용했기 때문에 ‘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나 정치적인 이슈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강물은 정치적이지 않다. 강물을 막아 세우는 정치인이 어느 정당인지와 상관없이 정체된 강물은 녹조로 신음하고, 흐르는 강물 속을 살아가는 생명들은 서식처를 잃고, 홍수기 거센 물살은 보를 만나 제방을 위협한다.
 
댐졸업 캠페인은 농업용 보를 비롯해서 우리사회가 얼마나 많은 댐을 가지고 있는지 시민들에게 알리고, 쓸모없어진 댐을 철거하자고 제안하고, 복원 이후 강의 모습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2020년, 댐졸업 캠페인은 ‘Love Flows’로 이름을 바꾸고 다시 시민들을 만나 강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성남 탄천에서 양양 남대천까지

 
성남시 분당구를 가로질러 흐르는 탄천은 15개의 농업용 보가 있었다. 그중 미금보는 2018년 5월 철거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보 철거는 금기에 가까운 표현이었다. 하지만 2017년 11월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금강 세종보 수문개방이 시작되고 보 철거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뜨거운 시기에 미금보 역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미금보 철거 이후 1년이 지나자 보가 철거된 자리에는 흰목물떼새가 자리를 잡았다. 성남환경운동연합은 미금보 철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지역사회를 설득해왔다. 그 결과 남은 14개 보에 대해서도 논의를 할 만큼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11월 10일, 경기연구원, 성남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한 ‘탄천 보 철거를 통한 생태하천복원’ 토론회가 성남시의회에서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지자체, 전문가, 시민사회는 한목소리로 “탄천 농업용 보 15개 철거를 통해서 탄천의 흐름을 되찾자”고 입을 모았다. 미금보 철거의 경험과 역량이 새로운 시도의 발판이 된 것이다. 
 
성남환경운동연합의 탄천 복원 도전은 다른 지역에도 길잡이가 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서울의 중랑천과 우이천, 수원시를 가로지르는 수원천, 대전의 유등천과 갑천 등을 다니며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생태하천조성사업의 모범사례로 언급되는 전주천은 현장조사 결과 보에 가로막혀 악취와 오니에 시달리고 있었다. 
 
양양 남대천 현장조사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자료로만 보던 연어의 귀향을 마주하는 것은 매우 벅찬 일이었다. 남대천 연어는 알래스카에서 베링해를 건너 1만7000km를 헤엄치고, 흐르는 강물을 찾아서 알을 낳기 위해 온몸으로 강물을 거스르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보가 강을 가로막고 있고, 그나마도 강을 건너온 녀석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인공 포란장으로 유인되어 자연스러운 산란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의 하구를 바다로 열자

 
양양 남대천에서 연어를 만난 즈음, 낙동강 하굿둑 개방으로 인해 온천천과 밀양강에 연어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에 따르면 1987년 낙동강 하굿둑 건설 이후 자취를 감췄던 연어가 하굿둑 개방실험이 시작되자 올해만 세 번째로 목격됐다. 아마 남대천을 찾아온 녀석들과 비슷한 시기에 알래스카를 출발한 연어들이 하굿둑이 개방되자 흐르는 강물을 따라 거슬러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낙동강 하굿둑은 개방실험이 끝나면 다시 수문이 닫힐 것이고, 하굿둑 상류에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8개의 보는 낙동강과 연어의 숨통을 막을 것이다.
 
세계 최장 방조제가 하구를 가로막은 새만금에도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새만금 유역의 물을 농업·도시 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질을 높이려면 해수 유통을 해야 한다는 정부의 연구용역 보고서가 발표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새만금 유역 2단계 수질대책에 3조 원이 투입됐는데도 새만금호의 수질이 더 악화되는 등 더 이상 해수유통을 피할 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직 본격적인 해수유통까지는 험난한 길이 남아있지만, 기존의 담수화를 고집해온 정부의 방향이 전환되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강 하구를 가로막고 있는 신곡수중보 역시 철거 방향을 정리하고, 개방 실험 준비에 나서고 있다. 신곡보 철거를 추진해온 박원순 시장의 서거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서울시의회가 나서면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고 있다. 서울특별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문장길 의원은 지난 11월 21일 ‘신곡수중보 개방 검토 이후, 한강복원 전망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신곡수중보가 그 주요 목적을 상실한 지 오래고, 오히려 한강의 흐름을 동서로 단절시키는 구조로 인해 수질 악화의 주범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시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향후 한강의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4대강으로 건설된 16개 보 가운데 2019년 2월 보 처리방안이 발표된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역시 올 한해 느리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었다. 금강/영산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2개 보 철거, 2개 보 상시개방, 1개 보 부분철거를 제시한 환경부 보 처리방안 원안이 의결된 것이다. 아직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의결이 남아있지만, 한걸음 내딛은 것이다.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뿐만 아니라 하굿둑 역시 개방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도해본다. 
 

기후위기 시대, 담수생태계 멸종을 막아야

 
우리는 과도한 개발과 기후위기로 말미암아 이른바 6차 대멸종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세계어류회유재단(World Fish Migration Foundation)과 런던동물학회(Zoological Society of London)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회유성 민물 어류의 개체군은 약 76% 감소했다. 민물 어류의 감소는 해양이나 육지 생태계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개체 수 감소는 대부분 인간의 과도한 개발이 원인이다. 보고서에서 지적하는 주요한 원인으로는 서식지의 파괴와 변화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북아메리카 지역은 그 감소세가 28%로 나타나는 등 상황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아메리칸 리버스(American Rivers)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00년간 약 1700개의 댐을 철거하면서 유역의 생물다양성이 개선되고 있다. 우리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과도한 개발로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의 서식처를 빼앗기만 해왔던 우리가 이제는 담수생태계 멸종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책임을 다해야만 하는 것이다. 
 
기존의 정쟁에서 벗어나서 우리강의 연결성을 회복하기 위해 전국의 크고 작은 강에서 지자체와 전문가,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이 같은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환경부는 2021년 12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서 예결위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면 2006년 공릉천 시범사업 이후 환경부가 처음 나서서 보 철거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2021년 Love Flows 캠페인은 본격적인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시민들과 함께 물고기의 이동을 막는 저 크고 작은 장벽을 넘어서 서해바다에서 탄천까지, 그리고 태평양에서 남대천까지 물고기들의 서식처를 회복해나갈 것이다. 힘차게 우리 강을 헤엄칠 연어를 생각하니 심장이 요동친다. 
 
글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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