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큐레이터의 영화 속 환경 13] 인류는 이주 행성을 찾을 수 있을까?

 
2012년 영화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John Carter)』은 우리에게 『타잔』 원작자로 알려진 미국 소설가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의 1912년 『존 카터』 시리즈 1편 ‘화성의 프린세스’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소설이 만화, 애니메이션, TV, 영화 등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SF 고전이라는 점에서 ‘서양의 삼국지’라고 평가하는 이도 있다. SF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는 1950년 『화성 연대기』를 냈다. 소설에서 브래드버리는 대략 50년 뒤인 2000년 경이면 인류가 화성인을 만나고, 또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다고 상상했다.
 
이러한 문학 속 화성과 화성인 이미지는 우습게도 19세기 ‘오역’ 때문에 번졌다. 1870년대 조반니 스키아파렐리는 당시 최고 성능의 망원경을 제작해 태양계를 관찰하다가 화성 표면 짙은 줄무늬를 보고 이탈리아어로 ‘통로’라는 뜻인 카닐리(canali)라고 불렀다. 이를 영어권 사람들이 ‘운하(canals)’라고 번역했는데, 대중들은 이를 마치 화성의 지적 생명체가 만든 인공 수로라고 받아들였다. 덕분에 사람들은 화성에 생명체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외계인 = 화성인’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타임머신』 원작자로 유명한 허버트 조지 웰스는 1898년 레이저 광선, 로봇 등 당시 상상할 수 없는 과학 기술을 지닌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우주 전쟁』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1953년 영화화한 데 이어 200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다코타 패닝 주연으로 리메이크됐다. 
 

‘우주 탐사’에서 ‘우주 식민지’로 

 
인류가 공상 영역이 아닌 현실에서 화성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 시기부터였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을 즈음 미소 양국은 우주 정거장, 달 기지, 화성 탐사 등을 계획했다. 민간인 달 관광도 머지않을 것으로 봤다. 그때부터 반백 년이 지난 현재 지구 궤도 우주 정거장은 현실이 되고 화성에 무인 탐사선을 여럿 보냈지만, 달 관광은 물론 달 기지, 화성 유인 탐사선은 아직 소식이 없다.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과학저술가 로드 파일은 “인류는 우주 망원경으로 태양계 안팎의 행성들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라면서도 “그럼에도 우주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아직 걸음마 단계일 뿐”이라 지적했다. 이어 “현 상태에서 우주에 대해 단언 가능한 사실은 ‘아무것도 단언할 수 없다’는 것 말고는 없다.”라고 말했다.
 
수많은 SF 영화에서 그려낸 이른바 ‘폼나는’ 우주선과 우주 탐사는 단지 영화일 뿐 착각하면 안 된다. 우주 탐사는 승무원과 탑승객 안전 문제 등 불확실성이 너무 커 한계가 뚜렷하다. 지구 중력에 적응된 인간이 무중력 상태에서 장기간 머물면 사람의 뼈는 칼슘을 만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변을 통해 칼슘이 빠져나간다. 또 체액이 상반신으로 쏠리면서 얼굴이 붓고 안구가 납작해지면서 시력 손상이 일어난다. 우주 방사선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막대한 비용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최대 12명이 거주하는 축구경기장(110~120m) 길이 우주 정거장 제작과 우주 왕복선이 36차례 왕복하는 등의 비용에 1400억 달러, 현재 환율로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36퍼센트에 해당하는 167조 원이 들었다고 한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달에서 원료를 채굴해 달 기지 건설과 화성 유인 탐사선 발사 등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초기 기반 투자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미 항공우주국은 2017년 미 연방의회 제출 법률에서 자신의 임무를 “NASA는 우주 탐사 및 개발에 정진해 인간의 지구 밖 우주 정착을 가능하게 하려 노력한다.”라고 규정했다. 로드 파일은 나사의 ‘우주 정착’을 ‘우주 식민지’ 계획으로 보고 있다. 최근 우주 식민지는 군사적, 경제적 차원만 강조되지 않는다. SF 영화처럼 지구가 심각하게 오염되거나 자원고갈, 재난 등으로 회생 불가능해졌을 때 호모 사피엔스의 종속을 위한 피난 공간, 즉 제2의 지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고인이 된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2017년 “인류가 멸종을 피하려면 100년 이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며 “기후변화와 전염병 대유행 등의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기를 특정할 수 없어도 지구 생명체 멸종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 말했다.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펜데믹 상황은 위기감의 실체를 더해준다.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영화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주연의 2014년 작 『인터스텔라(Interstellar)』다. 영화는 머지않은 미래가 배경이다. 지난 시기 인류의 무분별한 탐욕은 지구의 신 가이아를 성난 야수로 만들었다. 세계 각국 정부와 경제는 붕괴상태다. 인류는 식량 부족 해결에 매달리지만, 밀은 병충해로 망해 버렸고 남은 건 옥수수뿐이다. 하지만 수시로 들이닥치는 먼지 폭풍 때문에 오래갈 수가 없다. 사람도 기관지와 폐질환으로 수명이 단축되고 있다. 남은 희망은 이주 가능 제2의 지구를 찾는 방법뿐. 다행히 토성 고리 부근에 50년 전 다른 은하계로 통하는, 즉 항성 간 이동(인터스텔라)이 가능한 웜홀(wormhole)이 생겼고, 미 항공우주국은 이를 통해 인류의 거주 가능 행성을 찾고자 한다. 이것이 플랜 A였다. 혹 탐사대의 지구 귀환이 어려울 땐 화물칸에 실린 5000개의 인간 배아를 통해 인류의 종속을 도모하는 게 플랜 B였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만약 영화 속 상황이 실제 벌어진다면 인류는 과연 거주 가능 외계 행성을 찾을 수 있을까?
 

외계 행성 이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2015년 미국 하버드 대학과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공동으로 결성한 천문물리학센터는 미항공우주국의 케플러 망원경(위성 관측 장비)을 통해 지구와 비슷한 행성 8개를 찾았다. 센터는 이 중 2개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97%에 이른다고 봤다. 생명체 존재 가능성 판단은 3가지 조건이 따른다. 첫째, 행성의 크기가 지구 이상이어야 대기층을 형성할 중력이 존재한다. 둘째, 행성이 기체가 아닌 암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셋째,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해야 한다. 대중 과학저술로 유명한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은 “액체 상태의 물, 에너지원 그리고 유기 탄소화합물만 있다면 어느 행성에서라도 생명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 봤다. 태양과 너무 가까운 금성은 물이 없고, 너무 멀리 떨어진 천왕성은 얼음 행성이기에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작다.
 
화성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깝다는 이유로 이주 가능 행성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화성은 현재 메마른 붉은 사막이지만 35억 년 전 지구와 비슷했다고 한다. 2012년 탐사선 큐리오시티는 과거 화성에 짙은 농도의 대기층과 엄청난 양의 물 그리고 풍부한 산소가 있었다는 걸 밝혔다. 현재 화성 남극 부근에서 20km 길이의 얼음 호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테슬라사(社) CEO 출신 일론 머스크는 민간 우주 개발 기업 스페이스X를 세워 화성 정착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머스크는 평균 영하 63℃인 화성을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바꾸는 테라포밍(Terra forming) 방법으로 화성 극지방 상공 핵폭탄 투척을 제안했다. 핵폭탄의 뜨거운 열기로 지표 밑 얼음을 녹이면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서 온실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2018년 7월 31일 『중앙일보』는 미국 콜로라도 대학 연구팀 연구 결과를 통해 “화성 테라포밍은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이라 보도했다. 화성은 지구 크기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중력이 지구의 약 38퍼센트밖에 안 된다. 중력이 약한 상태에서 이산화탄소 등을 붙잡으려면 대기의 질량이 커야 하는데, 화성의 모든 얼음을 녹여도 충분한 양이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대기 구성이 가능해지려면 화성의 암석과 흙에서 대기압 형성에 필요한 기체를 뽑아내고 화성 밖 우주에서 얼음을 끌어와야 하는데, 이 정도의 기술력은 향후 500년이 걸린다는 전망이다.
 
다른 태양계 행성은 어떨까? 앞서 천문물리학센터가 97%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행성들은 지구와 470광년, 1100광년 떨어져 있다. 아인슈타인은 특수 상대성이론에서 빛보다 빠른 우주여행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빛의 속도로 간다고 해도 470년, 1100년 떨어진 행성으로 이주는 불가능하다. 2016년 유럽천문대는 우리 태양계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구 조건과 비슷한 행성(프록시마 b)을 발견했다. 거리는 대략 4.2광년. 빛은 지구에서 달까지 1초 조금 더 걸리지만, 아폴로 10호는 3일이 걸렸다. 아폴로 10호는 시속 4만 킬로미터(대략 한 시간에 지구 한 바퀴 도는 속도)로 현재까지 인류가 개발한 가장 빠른 우주선이다. 이 우주선을 타고 프록시마 b 행성까지 10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지구는 여전히 유일한 인류의 생존 터

 
과학자들은 더 빠른 우주 여행 방법을 고민했다. 1950년대엔 오리온 계획(Project Orion)이라고 원자폭탄 폭발력을 이용한 방법이 제시됐다. 이론상 수천 톤의 핵폭탄을 탑재한 우주선은 4.4광년 거리의 행성까지 133년 걸린다고 한다. 핵폭탄을 탑재해야 하기에 이 우주선은 최하 5000톤은 되어야 하고, 이 우주선을 궤도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800회 핵폭발을 해야 한다. 로드 파일은 “조금 과장하자면 방사능 낙진 때문에 우주선에 탄 사람만 살고 지구에 남은 인류는 멸망할 것”이라 지적했다. 천문학적인 비용도 문제다. 미국의 아폴로 전체 계획에 200억 달러가 들었지만, 핵폭탄 우주 비행선엔 1960년대 기준 1조 달러가 예상됐다. 1960년대엔 수소폭탄 방식이 제안됐지만, 이 역시 현실 가능성이 작았다.
 
이후 영화 『스타트렉』과 『스타워즈』에서처럼 워프 항법(warp navigation)과 『인터스텔라』에서처럼 웜홀 방식 등이 제시됐지만, 여전히 이론상이다. 더욱이 90cm 웜홀을 만들려면 목성 질량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실 가능성은 제로다. 최근 들어 영화 『패신저스』에서 등장하는 광자를 이용한 태양 돛(solar sail) 방식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이론일 뿐이다. 설사 인류가 지구와 비슷한 외계 행성을 찾아 이주한다 쳐도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영화 『우주전쟁』에서 화성인을 물리친 지구 비밀병기는 미생물이었다. 제2의 지구에 존재할 수 있는 미생물은 인류가 여태껏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존재라는 점에서 잘못하면 영화 『에어리언 커버넌트』에 등장하는 진균류 기생충처럼 미생물의 숙주로 전락할 수 있다. 인류의 과학기술로 통제할 수 있다고? 2012년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다. 1980년대 세계적으로 대유행했던 에이즈의 경우 40년이 지난 현재 완치제가 아닌 바이러스 증식 억제제만 나왔을 뿐이다. 또 미생물은 짧은 시간 수많은 변종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도 위험성은 가중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100년 동안 제2의 지구를 찾아 이주할 계획을 잡는 것보다 인류의 지혜를 모아 현재 우리가 사는 지구를 지키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기후위기가 날로 심각해지는 현재 해외에서는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번지고 있다.
 
지구 역사에서 다섯 번째 대멸종이 있었고 현재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란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대멸종 역사에서 당시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다는 게 이정모 관장의 지적이다. 현재 지구 최상위 포식자는 바로 우리 호모 사피엔스다. 이정모 관장은 “진화사 관점에서 대부분 종은 500만~600만 년 정도 존재한다. 인류처럼 커다란 종도 100만~200만 년 존재한다.”며 “호모 사피엔스는 이제 겨우 20만 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위기는 우리 자신을 지구 진화사의 적색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우리가 멸종 저항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2의 지구가 아닌 하나뿐인 지구에서 지구를 지키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래야 다음 세대 역시도 ‘하나뿐인 지구’에서 멸종 없이 생존할 수 있다.
 
 
참고 도서 김용섭. 2020. 『언컨택트』. 퍼블리온 / 로드 파일. 2018. 『예언된 미래 SF』. 타임북스 /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2018. 『화성탐사: 붉은 행성의 비밀을 찾아서』. 한림출판사 / 이정모. 2015. 『공생멸종진화』. 나무나무 / 이철재・박현철. 2018. 『수돗물 아리수의 힘』. 서울시
 
글 / 이철재 에코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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