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큐레이터의 영화 속 환경 16] 두 얼굴의 희귀금속

 
‘아다만티움(Adamantium), 언옵테늄(unobtainium), 비브라늄(Vibranium)’
발음조차 낯선 ‘윰(ium)’ 돌림 형제의 정체는 뭘까? SF 영화광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들이다. 바로 영화 속에서 등장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금속들이다. 아다만티움은 영화 ‘X맨(X-Men) 시리즈’에 등장했다. 『X맨』에는 불, 얼음, 금속을 조정하거나, 순식간에 타인의 모습을 복제하는 등 다양한 능력의 뮤턴트, 즉 돌연변이가 등장한다. 이중 ‘울버린’은 이름에서 풍기듯이 야수의 감각과 힘 그리고 사기적 자가 치유 능력을 지닌 캐릭터다. 특히 양쪽 주먹 마디에서 다이아몬드만큼의 강도를 지닌 아다만티움 칼날을 돌출시켜 강철을 무 썰 듯 베어버리는 전투형 뮤턴트다. 2009년 『울버린의 탄생(X-Men Origins Wolverine)』을 보면, 울버린은 원래 금속이 아닌 뼈를 돌출시켰는데, 운석에서 미량의 아다만티움을 모아 골격 자체를 이 금속으로 바꾼다.
 
역설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금속(un-obtain-ium)’이란 의미의 언옵테늄은 『터미네이터』(1984년), 『에이리언 2』(1986년), 『타이타닉(1997년)』 등의 작품으로 전 세계적인 흥행 기록을 세운 제임스 카메론 감독 작품에 등장했다. 바로 명작 반열에 오른 『아바타(Avatar)』(2009년) 에서다. 영화 『아바타』서 거대한 산들이 하늘에 떠 있는 건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이 금속 때문이다. 그만큼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다는 설정이다. 지구 자원 고갈로 외계 행성까지 진출한 거대 다국적기업은 나비 족의 판도라 행성에 이르러 언옵테늄이 대량으로 매장된 것을 확인한다. 첨단 산업의 필수품인 언옵테늄은 기적의 광물이라 불리는 것처럼 1kg당 2000만 달러(약 226억 원)에 거래되는 그야말로 대박 광물이다. 이 때문에 용병을 동원해 언옵테늄을 강탈하려는 거대 기업과 생존 터전을 지키려는 나비 족의 처절한 전투가 벌어진다.
 
비브라늄은 ‘어벤져스(The Avengers) 시리즈’에 등장하는 금속이다. 시리즈 중에 비브라늄의 배경과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 아프리카 출신 흑인 히어로가 전면에 등장하는 2018년 작 『블랙 팬서(Black Panther)』였다. 블랙 팬서의 고향 와칸다는 선대의 전통과 고도의 과학 기술이 묘하게 공존하는 왕국이다. 와칸다 기술 문명은 운석으로 생긴 비브라늄 광맥에서 시작했다. 이 때문에 스탠퍼드 대학교수 세바스찬 알비라도는 『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박지웅 옮김. 하이픈)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비브라늄은 인류가 사용하는 가장 기이하고 희귀한 금속’이라며 ‘원석일 때는 폭발성이 강하고 불완전하지만 가공하면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금속 합금, 섬유, 에너지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비브라늄은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블랙 팬서의 사기급 최첨단 슈트 등 방어구뿐 아니라 타노스 외계 군단에 맞서는 강력한 공격 무기로도 사용됐다.
 

희귀금속, 첨단 산업의 필수품

 
아다만티움, 언옵테늄, 비브라늄은 모두 실존하지 않지만, 지구상 특정 지역에서만 구할 수 있고 극히 소량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희귀금속이다. 영화는 희귀금속을 둘러싼 정치·경제·사회의 단면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과학 저술가 키스 베로니즈는 2019년 『교양으로 읽는 희토류 이야기』(임지원 옮김. 반니)에서 ‘지구상에 적은 매장량’, ‘채굴이 어렵고 산업계 수요가 공급을 앞선 금속’을 희귀금속으로 분류했다. 철, 구리, 아연, 알루미늄, 납 등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금속에 속한다. 반면 세륨, 네오디뮴 등 17가지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metals) 금속을 포함해 코발트, 탄탈럼, 갈륨 등 30여 종은 미국 지질조사국과 유럽연합이 희귀금속으로 선정한 금속이다. 사실 상당수 희토류는 철보다는 적지만 금, 은, 백금보다 매장량이 많고 구리 등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 금속들은 채굴하고 정제하는 과정이 어려워 희귀금속으로 분류된다. 또 채취하기에 적당할 만큼 집중된 곳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한다.
 
 
프랑스 다큐멘터리 PD인 기욤 피트롱은 2021년 『프로메테우스의 금속』(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에서 ‘철의 1년 생산량은 20억t이지만, 희귀금속 생산량은 13만t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또 희귀금속 중 희토류 연간 생산량은 ‘강철 생산량의 0.01%도 되지 않는다.’라고도 밝혔다. 이렇게 적은 생산량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8세기부터 학자들은 희귀금속을 분류해 주기율표를 채워나갔지만, 기술력의 한계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진 못했다. 희귀금속은 1970년대 들어 초강력 자석으로 제작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 희토류 전문가인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은 2011년 『희토류 자원전쟁』(미래의 창)에서 1979년 소니가 출시한 소형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2억2000만 대 가량 판매됐는데, 사마륨이라는 희토류 자석이 있었기 때문에 크기를 줄여 휴대가 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희토류인 네오디뮴은 이를 활용한 합금 자석의 경우 최대 1000배나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려 ‘자석의 왕’이란 타이틀을 받았다. 휴대전화 역시 초강력 자석과 탄탈럼 축전기가 개발되면서 옛날 벽돌폰이 오늘날처럼 소형화, 경량화할 수 있었다. 희귀금속으로 만든 영구자석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에도 필수로 들어간다. 피트롱은 ‘(희귀금속) 자석 덕분에 우리는 우리를 대신하여 똑같은 움직임을 반복하는 수십억 개의 크고 작은 엔진들을 만들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희귀금속의 광학적, 화학적 특성을 활용해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는 장치가 개발됐고, 풍력 발전 등에서 사용되는 고밀도 에너지 축전기도 가능해졌다. 자동차와 비행기 에너지 효율 향상만 아니라 정보통신 분야 신기술에도 빠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첨단 산업의 비타민’, ‘녹색 산업의 필수품’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희귀금속을 ‘녹색 자본주의의 핵심’이라 평가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희귀금속을 둘러싼 어두운 면도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베로니즈는 “갈등의 씨앗이 되는 금속은 사람들이 열망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투쟁해온 또 다른 자원, 석유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다. 이 금속들은 앞으로 다가올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정치적, 심지어 군사적 충돌의 촉매가 될 수도 있다.”라고 경고한다. 피트롱 역시 “차와 석탄, 향료와 튤립, 화약과 석유에 이르기까지 원료는 항상 제국주의와 전쟁을 동반했다. 이는 종종 역사의 전진을 가로막았다.”라고 지적했다. 많은 전문가는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하는 경향에 따라 국제적 갈등으로 번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희토류 등 희귀금속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가 군사 등 안보 분야라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자원의 저주’

 
영화 『아바타』는 중앙아프리카의 광물 전쟁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였다. 또 『울버린의 탄생』에서 돌연변이 특공대는 아다만티움 운석을 주민들에게서 약탈하고, 비밀 유지를 위해 마을 주민을 몰살시킨다. 실제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에서 벌어진 전쟁 양상이 이와 유사하다. 1961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이후 네 차례 전쟁 동안 정부군과 반군 등은 전쟁 자금과 군사 지원을 받기 위해 금과 탄탈럼의 원광인 콜탄 같은 희귀금속을 약탈했다. 주민을 광산 노예로 잡아가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2차 콩고 전쟁에서 500만 명이 사망했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희생을 치른 전쟁으로 기록됐다. 공식적인 전쟁은 끝났지만, 콜탄 생산지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부식되지 않는 금속으로 축전기 효율을 높여주는 탄탈럼은 그리스 신화의 비극적 인물인 탄탈로스에서 따왔다. 신들을 탄탈로스를 지하 세계 가장 깊은 곳으로 쫓아내고 영원한 갈증과 욕망이라는 형벌을 내렸다. 베로니즈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두고도 굶주릴 수밖에 없는 민주콩고 국민의 현 상황이 탄탈로스의 형벌과 비슷하다고 진단한다. 
 
희귀금속 채굴에 따른 환경 문제는 더 근본적이다. 바나듐과 세륨, 갈륨, 루테늄 1kg을 얻으려면 각각 8.5t, 15t, 50t, 1200t의 바위를 정제해야 한다는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다른 광물질 생산과 연계 하는 사례도 있지만, 희귀금속을 얻기 위해 인류는 너무 많은 대지를 훼손하는 게 현실이다. 희귀금속 정제 과정 역시 만만치 않다. 금의 경우 원광에 시안화나트륨을 섞어주면 추출할 수 있지만, 희토류는 9단계를 거쳐야 한다. 희귀금속에 따라서는 24단계 공정이 필요한 예도 있다고 한다. 1~3단계는 바위를 모래 또는 실트 크기로 가공하는 과정이다. 4단계부터 황산염, 암모니아 등 막대한 양의 화학 약품이 사용된다. 김동환 원장은 “단 1t의 희토류 정제를 위해서는 무려 6300만ℓ에 이르는 황산과 플루오린화수소산이 혼합된 폐가스, 또 약 20만ℓ의 산성 성분 폐수 그리고 1.4t에 달하는 방사성 공업폐수가 발생한다.”라고 분석했다. 희토류를 함유한 모나자이트 원광에는 방사성 물질인 토륨이 포함돼 있어서 방사선 폐기물이 발생한다. 
 
방사능 등 환경오염 문제는 미국과 중국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 희토류 세계 소비량의 50% 이상을 공급했던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티 패스 광산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 60여 차례 400만ℓ의 방사능물질과 유독성 화학 폐기물을 무단 방류하다 적발됐다. 중국은 ‘환경 덤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했다. 실제 중국 내 최대 희토류 생산단지가 있는 네이멍구 바오터우 시 인근 2억3000만t 규모의 광미댐은 45년 동안 유독성 액체가 쌓였고, 이따금 황하강으로 유입된다는 지적이다. 이 지역 인근 방사성 물질의 양은 다른 지역에 비해 36.6배에 달한다고 한다. 1990년대 북한 희토류 광산이 정제 시설이 있었지만, 폐수 처리에 비용을 쓸 경제력이 안 됐기 때문에 생태적으로 안전하게 처리했을 거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본 기업이 희귀광물 채굴을 벌였던 동남아시아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중국을 제외하고 희귀금속의 생산지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최빈국 몫이고, 그 피해 역시 그대로 축적되고 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세계 소비량은 현상을 유지하거나 감소 추세라는 분석이다. 반면 희귀금속 수요는 폭발적 증가하고 있는데, 『프로메테우스의 금속』에 따르면 해마다 각종 금속을 20억t 이상 소비한다. 이 정도면 하루에 에펠탑 500개를 쌓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또 2035년이면 게르마늄 수요는 2배, 디스프로슘과 탄탈륨 수요는 4배, 팔라듐 수요는 5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스칸듐 시장은 9배, 코발트 시장은 24배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생태적 지속가능성이 담긴 녹색기술로

 
2019년 3월 9일 『중앙일보』는 민주콩고 상황에 대한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이 ‘콩고 주민에게는 탄탈륨이 들어간 휴대폰을 갖는 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휴대폰 때문에 그들은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어 ‘휴대폰 이용자들이 기기를 바꿀 때마다 콩고 국민 수십 명이 죽는다는 말도 있다.’며 ‘피 서린 휴대폰(bloody mobile)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다.’라고도 지적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2007년 작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만이 아닌 희귀금속도 가리킨다. 또 아프리카 가나의 아그보그블로 시와 중국의 구이유 사례처럼 전자 폐기물의 ‘위험한 재활용’ 문제도 빼놓기 어려운 과제다. 
 
월드워치연구소는 현재 지구로부터 뽑아내는 1인당 자원이 미국 수준이라면 세계는 14억 명만 부양할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불행히도 성장 숭배에 빠진 이들은 이러한 경고를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는다. 녹색기술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희귀금속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오늘날의 금속 소비 행태는 필연적으로 다음 자원 식민지를 목표로 삼는다. 몇 해 전 일본은 도쿄 남동쪽으로 2000km 떨어진 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희토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바다 희귀금속 채굴은 저인망 어업과는 비교조차 될 수 없을 정도의 생태계 파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지구 밖 남의 행성까지 넘보는 상황에서 지구에서 유일하게 소유권이 없는 남극도 머지않아 논란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녹색기술은 단지 기술만이 아니라 사회적,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즉 성장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식이 동반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 이철재 에코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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