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과 그린벨트를 지켜낸 사나이 정기용 씨

갯벌과 그린벨트를  지켜낸 사나이 정기용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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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환경연합 정기용 회원


화성시 서신면 서쪽 바닷가를 따라 가면 제부도로 들어가는 길이 바다를 가로지른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길을 지났을까. 헌데 그거 아시는가. 제부도로 들어가기 전 오른쪽으로 돌리면 천혜의 갯벌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정기용 씨는 이 갯벌을 화성의 숨은 보물이라고 손꼽는다.

 

귀한 것들과의 즐거움 만남
오전 10시 바닷물이 빠지고 드러난 갯벌은 기름을 발라놓은 듯 매끈하다. 바다로 향한 갯벌은 뒤로는 산으로 병풍을 쳤고 뭍에서 흘러온 강물이 갯골을 따라 바다로 흘러간다. 고렴갯벌이다. 넉넉잡고 한 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 작은 갯벌이지만 산과 바다가 바로 인접하다보니 육지, 사구, 갯벌에서 볼 수 있는 식생을 한 눈에 다 담을 수 있다. “산으로 이어진 곳은 도둑게 천지에요. 야생화도 많이 피고 찍사들이 굉장히 좋아할 만한 난초들도 많아요. 가만히 서있으면 칠게에 농게 등 웬만한 게들은 다 볼 수 있을 정도에요. 화성의 숨은 진주죠. 헌데 화성사람들도 잘 몰라요. 저 역시 제부도는 여러 번 다녔는데 바로 옆에 이런 갯벌이 있는지 몰랐어요.”


그도 2년 전 화성으로 이사 오고 화성환경연합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고렴갯벌을 알게 됐다. “환경연합 회원으로 가입한 지는 10년 정도 되는데 회비만 내고 활동은 못했어요. 그러다가 2009년에 화성으로 이사 온 후 화성환경연합에서 진행하는 생태안내자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솔직히 열심히 활동하겠단 생각은 없었어요. 화성으로 이사 오니 갯벌도 있고 철새도 날아오고 해서 단지 철새를 알고 보면 더 재미나겠단 생각에 교육을 받았죠.” 하지만 갯질경이, 칠면초, 병아리난초, 황조롱이, 흰뺨검둥오리, 수리부엉이 등 하나하나 직접 만나고 알아가는 재미를 끊을 수 없었다. “공부하고 난 후 갯벌을 보니 더 재미나고 이곳이 아주 중요한 곳이란 걸 알게 됐어요. 얼마 전에는 이곳에서 수리부엉이도 봤어요. 바로 코앞에서 푸드득 날아가는데 정말 장관이었죠. 귀한 동식물 만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우리는 심 봤다고 하는데 그 기분을 끊을 수가 없어요. 일종의 중독이죠.” 그 맛에 그는 자연스레 화성의 지킴이이자 생태안내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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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귀한 것들을 보는 즐거움은 나눠야 한다는 정 씨는
환경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화성의 귀한 것들을 찾고
즐기는 법을 하나 둘 알려 준다 제공 화성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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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렴갯벌에 한 차례 위기가 또 지나갔다.
고렴갯벌을 지키기 위해 그는 할 일이 많다

 

갯벌과 그린벨트를 지켜내다
하지만 이런 보물을 하마터면 잃을 뻔했다. 경기도가 전곡항에 요트조성사업을 벌이면서 고렴갯벌을 매립해 숙박시설, 휴양시설, 상업시설 등 배후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실 경기도와 화성시의 고렴갯벌 매립 시도는 2003년부터 2010년 6월, 2010년 11월 줄기차게 있었다. 국토부조차 타당성이 없다며 그때마다 미반영 결정을 내렸지만 그럼에도 화성시와 경기도는 포기할 줄 모르고 기회만 되면 매립계획을 제출한 것이다.


정 씨는 화성환경연합과 함께 고렴갯벌 생태조사를 진행, 보고서를 만들어 국토부를 찾아가 매립계획은 부당하다며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지난 6월 30일 중앙연안관리심의위원회는 화성환경연합의 의견을 받아들여 고렴갯벌 매립 계획을 반영시키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쁘죠. 조사하면서 우리도 놀랬어요. 이렇게 생태계가 우수할 줄은 몰랐거든요. 무엇보다 8000억 정도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화성시가 5000억 정도 부담합니다. 전곡항 요트시설, 산업단지 조성 분양 모두 실패했는데 이대로 가면 화성시, 부도납니다.”
하지만 정 씨에게 승리의 기쁨은 잠시였다. “최근 동서남해안특별법 관련해 다시 또 제출을 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개발을 위한 특별법 아닙니까. 고렴갯벌을 지키는 일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역주민들에게 고렴갯벌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려 지역주민들과 함께 갯벌 지키기에 나설 계획입니다. 그리고 화성시에 습지보호구역이 없습니다. 고렴갯벌이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면 더 바랄 게 없죠.”


그의 승리는 이것뿐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그린벨트 지역 내에 들어서려던 골프장을 막아냈다. 그와 화성환경연합이 소식을 접하고 대응할 당시 이미 경기도 승인이 난 상태였다. 더군다나 골프장 건설계획을 막아낸 사례가 드물어 주변에서도 승산 없는 싸움이니 힘 빼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화성환경연합과


정기용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골프장 심의가 남아있었다. 골프장 예정지를 찾아가 생태조사를 진행해 원앙, 말똥가리, 삵 등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야생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또한 지역주민들을 만나 골프장 부지의 부당함을 하나 둘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의견서를 작성해 심의위원들에게 일일이 보냈다. 결국 올해 4월 송라리 골프장 건설 계획은 경기도 심의에서 부결됐다. 골프장을 막아낸 것이다. “업자가 골프장을 하겠다고 올린 것을 화성시가 기본적인 대책이나 현황조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심의에 올린 것이라 아무런 타당성이 없었어요. 워낙 그린벨트지역이라 녹지도 우수하고 생태계도 우수했죠. 또 예정지 바로 옆에 저수지가 있었는데 마을 주민들이 농업용수, 생활용수로 사용하셨어요. 여러 가지 조건상 맞지 않았어요.”


그는 요즘 동탄 2지구 생태조사를 하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009년에 분양이 들어가야 했으나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곳이다. 택지수용도 끝나 사람도 살지 않지만 그는 이곳에서 뭔가를 찾아다닌다. “작년 9월부터 매달 1회씩 동식물 실태조사를 하고 있어요.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해봤는데 대책이 너무 미흡하더라고요. 새들은 날아갈 것이고 동물들은 이동할 것이라는 식이더라고요. 모니터링을 하다 보니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되지 않았더라고요. 우리 같은 아마추어들이 열 번 정도 모니터링 했음에도 원앙, 삵, 수리부엉이, 황조롱이, 말똥가리, 맹꽁이 등을 찾아냈는데 환경영향평가에는 다 없더라고요.”


최근엔 맹꽁이 소리를 듣고 올챙이들을 확인했다. “이미 택지수용도 끝나고 개발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개발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보호대책이라도 세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실태조사를 나섭니다. 다 부수고 없앤 후 새로 공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이곳에 있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야생동물들이 사는 곳을 지켜내면서 만들 수 있잖아요.” 다행히 경기도와 LH공사에서도 관심을 보인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5년 후의 약속
그의 신조는 ‘오늘 하루 충실하자.’이다. 흔한 말이지만 그에겐 절실하다. 그의 건강은 많이 좋지 않다. 신장수술 부작용으로 췌장을 잘라냈고 당뇨병까지 왔다.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숱하다. 시간에 맞춰 약을 먹어야 하고 늘 허리춤에 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하지만 자신은 다른 이들보다 시간적으로도 여유롭고 자유로운 영혼이라 환경연합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아이들과 교육하는 것도 재밌지만 귀한 것들을 발견했을 때의 감동과 떨림은 상상을 초월해요. 아무리 힘들어도 피로가 확 풀려요.”


그의 건강을 걱정하자 그는 환경연합에서 활동하면서 몸무게가 늘었다며 웃는다. “화성지역을 다니며 숨은 보물을 찾는 일이 재미나요. 사진을 찍고 자료를 만들고 조사하고 현안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그가 환경연합과 함께 이루고 싶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화성도 3~4년 이내에 환경센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 화성지역 환경교육에 변화가 오겠죠?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사람 중심의 환경적인 삶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적인 삶을 익혔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역 내에서 환경, 교육, 먹을거리 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물론 지역의 자연 환경을 지키는 일이 기본이 되겠죠. 5년 후에 다시 오면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는 꿈이 아니라 5년 후의 화성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고렴 갯벌에 안부를 묻고 그는 아이들과 숲에서 환경교육을 하기로 했다며 다시 길을 나섰다. 5년 후, 지금보다 더 건강해져있을 그와 그가 지켜낸 화성의 보물들을 만날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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