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산황산 지킴이를 법정에 세우는가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산황산 지킴이가 법정에 섰다. 이재준 고양시장과 고양시청 공무원들은 고양환경운동연합 조정 의장과 민주노총 고양지부 김영중 사무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폭행과 퇴거불응으로 고양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에 대한 선고가 지난 11월 20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있었다. 재판부는 조정 의장에게 벌금 500만 원을 민주노총 김영중 차장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고에 앞서 재판부는 이들의 시청 앞 농성에 대해 그 과정과 정당성은 고려하지 않고 제기된 행위 자체만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에서 3520명(자필탄원서 120건, 공동탄원서 서명 3400명)의 시민들은 이들의 처벌이 부당하다며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에게 가볍지 않은 처벌을 내렸다.  
 
법정에 선 조정 의장은 담담했다. 하지만 변호사가 울음을 터트리자 조정 의장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아침에 손녀가 꼭 이기고 오라고 했는데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저보다 함께 처벌 받은 연대단체 활동가에게 미안하다. 또 이번 판결로 시의회 앞 농성장마저 철거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그리곤 이내 고양시의회 앞에 마련된 농성장으로 돌아와 선고 전 그랬듯 농성장을 지켰다. 도대체 산황산 지킴이는 무슨 죄를 지은 걸까. 
 

골프장 반대 운동 고소한 고양시

 
고양시장과 고양시청 공무원들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그날로 돌아가 보자. “2018년 12월 3일이다. 고양환경연합과 산황산골프장증설반대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고양시청 앞에서 산황동 골프장 증설사업 직권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텐트를 치려고 하자 공무원들이 이를 제지하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그때였다. 비명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척추 장애가 있는 운영위원이 텐트 밑에 깔렸는데 그 위를 공무원들이 누르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회원들과 함께 위원을 구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떼어냈다.” 조정 의장이 떠올린 그날의 일이다. 
 
당시 현장을 취재한 지역신문의 기사(고양신문, 2018.12.03.)에 따르면 시청 청사보안요원이 천막설치를 막아서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골프장 반대 주민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이송됐다는 소식과 함께 고양시의 과잉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양시는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폭행을 당했다며 범대위와 주민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폭행으로 고발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텐트를 쳤지만 고양시는 4일 저녁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발부했고 다음날인 5일 오전 공무원 100여 명을 동원해 텐트를 철거했다. 계고장을 발부하고 12시간도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고양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파주의보가 발효되어 농성자의 건강상 문제가 우려되어 부득이 5일 아침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여 텐트 등 시설물 철거를 시행하게 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뒤로는 반대 시민들을 퇴거에 불응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사실 고양시장이 이런 식으로 압박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우리 말고도 그 전부터 시청 앞에 천막농성을 하거나 심지어 시청 안에까지 들어가 시위를 하는 단체나 시민들이 있었고 시장은 그런 분들과 대화를 해서 문제를 해결한 적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시청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하루도 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다.” 
 

고양시 “골프장은 불필요하나 직권 취소는 불가”

 
시민들이 산황산 골프장 증설 반대에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나선 것은 그날이 처음이 아니었다. 산황동에서 9홀 짜리 골프장을 운영하던 사업자가 18홀로 골프장을 증설하겠다며 고양시에 신청서를 제출했고 2014년 고양시가 이를 승인해주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골프장 증설 예정지는 그린벨트 지역이며 고양시민의 먹을 물을 공급하는 고양정수장이 지척에 있는 등 문제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양환경연합은 지역 시민단체, 지역주민들과 함께 범대위를 구성해 골프장 증설 반대운동에 나섰다. 범대위는 토론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반대의 뜻을 밝히고 시민들과 함께 골프장 증설 반대 시민걷기 행진과 문화제, 버스킹, 거리 서명전, 릴레이 단식 등을 진행했다. 거리 서명전에는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골프장 증설 반대에 서명하기도 했다. 
 
고양시는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고양시는 골프장 증설로 고양정수장 오염 문제가 대두되자 수자원공사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거짓 발표를 하는가 하면 환경부로부터 환경영향평가 승인이 보류되자 골프장 사업자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일부 부지에 대해 쪼개기 편법으로 승인을 내주는 등 골프장 증설이 일사천리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 범대위 주장이다.
 
2018년 6월 새로 취임한 이재준 시장도 다르지 않았다. “취임 직후부터 시장에게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나 공개토론회를 요청했지만 이 시장은 모두 거부했다. 그러면서 골프장이 불필요하지만 적법한 과정으로 집행되었기 때문에 취소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국토법 48조에 따라 시장이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업은 재검토를 하게 되어있고 어떨 경우에 재검토를 할 수 있는지도 행정지침으로 다 나와 있다.”고 조 의장은 설명했다. 고양시장만이 산황산 골프장 증설 계획을 재검토하고 취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황에서 범대위는 시장에게 직권취소와 대화를 요청해왔다. 그날도 이를 요구하며 고양시청 앞에 모였던 것이다.   
 
고양시는 직권취소를 할 경우 행정소송 및 손해배상청구 등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 중 하나로 든다. 이에 대해 조정 의장은 “계양산 골프장의 경우 부지 87퍼센트가 사업자 소유였고 환경영향평가도 조건부 동의를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인천시장은 인천시민들의 요구에 계양산 골프장을 취소했다. 사업자가 인천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도 인천시의 손을 들어줬다.”며 “산황산 골프장은 공사가 1도 진행되지 않았고 사업자가 구매한 토지도 단 한 평도 없는 상황이다. 구상권을 걱정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조정 의장은 현재 사업자가 골프장 증설을 추진할 능력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2014년 사업자의 경영 상태를 살펴보니 최악이었다. 제1금융권에 채무가 900억 원이 넘고 사채도 많았다. 게다가 불법회원권을 150억 원치 팔았다. 9홀 골프장은 회원권을 팔 수 없다. 헌데 사업자는 곧 18홀이 된다며 회원권을 팔았다. 애초에 사업 부지조차 확보할 능력이 없는 사업자에게 골프장 증설 사업을 내준 것이다. 결국 2016년 골프장 사업자가 부도를 냈고 2019년 5월에 회생신청도 거절돼 청산을 앞두고 있다.”며 “2014년 국토교통부가 산황산 개발제한구역의 관리계획을 승인해주면서 조건을 달았다. 사업 절차에 따른 재정이 사전에 준비되지 않으면 취소하라는 것이다. 현재 사업자가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자 부도에도 살아남은 수상한 골프장

 
골프장 증설 예정지에 불법으로 벌목된 나무 ⓒ조정
 
골프장 사업자 청산 소식에 이어 국토교통부가 골프장 증설 예정 부지를 통과하는 도로노선을 발표하면서 골프장 증설 계획이 취소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았다. 관련해 범대위는 고양시장 측으로부터 ‘산황산에 도로가 계획되어 골프장이 취소될 테니 농성텐트를 치워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골프장 취소 환경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산황산 골프장 증설 계획은 취소되지 않았다. 고양시는 사업자의 청산 결정이 내려진 지 1년 반이 넘었지만 여전히 사업자가 사업을 진행할 능력이 있는지 타진중이라는 말만 하고 있다. 골프장 사업자를 위해 시간을 벌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함께 골프장 뇌물수수 사건도 또 다시 회자되고 있다. 2016년 골프장 부도로 소유권 분쟁에 휘말리자 검찰이 골프장 압수수색을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검찰은 골프장 증설과 관련해 고양시 유력인사 최소 37명이 뇌물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고양시 공무원 과장은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재준 시장은 전국 최초로 나무권리선언을 발표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며 예산을 들여 하천변과 자투리땅에 나무 심기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 최근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유치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린벨트이자 자연 숲인 산황산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라고 조 의장은 꼬집었다. “산황산은 고양시 중심에 자리 잡은 곳으로 고양시 허파다. 이런 곳에 골프장을 증설해 환경오염을 시킬 이유가 있는가. 기존의 숲이 갖고 있던 환경적 기능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이에 더해 오염된 공기와 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미 원당에서 삼송, 불광으로 이어진 녹지에 11개 골프장이 펼쳐져 있다. 이곳마저 골프장에 내놓아야 하나.”며 산황산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산황산 포기야말로 직무유기”

 
선고 후 조정 의장은 고양시의회 앞에 꾸려진 신황산 골프장 증설 반대 농성장 앞에서 각오를 밝혔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한편 검찰은 산황산 지킴이들에 대한 판결이 가볍다며 항고할 뜻을 내비쳤고 산황산 지킴이들도 항고할 계획이다. “골프장 반대 운동하면서 모진 소리도 참 많이 들었다. 골프장에서 돈 받으려고 한다, 정치에 나서려 한다, 근래에는 남편이 정치하려고 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혹자는 질 게 뻔 한 싸움을 왜 하냐고도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포기하다면 그것이야말로 직무유기다. 징벌을 감수하더라도 산황산을 지키는 운동을 지속할 것이다.” 한낮에도 손발이 얼어붙는 듯한 농성장에서 산황산 지킴이는 다시 한 번 각오를 밝혔다.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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