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여름이네 탄소제로 도전기

글 박현철 편집 주간 parkhc@kfem.or.kr  일러스트 김소희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생활은 가능할까요?
전혀 배출하지 않고 살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획기적으로 줄일 수는 있습니다. 탄소 배출 저감 생활, 어디까지 가능한지 한 가족이 24시간 탄소 배출 제로 생활에 도전했습니다.

 

한 여름에 태어날 거라 태명이 ‘여름’이었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사는 여름이는 하루에도 옷을 서너번씩 버려가며 집 안팎에서 잘도 뛰어놉니다. 환경연합 회원인 여름이 아빠가 어느 주말 가족들에게 제안했습니다. “여름이가 앞으로도 건강한 여름을 맞을 수 있도록 지구를 위해 오늘 하루 탄소 배출 제로 생활에 도전해 봅시다. 해보고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앞으로도 실천하는 것으로 하고요.”
탄소 제로 생활에 대해 설명을 들은 할머니는 가장 먼저 이렇게 걱정하셨습니다. “아범아, 그럼 냉장고도 꺼야 하니?” 여름 아빠는 순간, ‘헉!’ 싶었습니다. 그래도 여기서 약한 모습 보이면 도전 자체를 못할 것 같으니 전혀 당황하지 않은 척 표정관리를 하며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어머니, 그렇게 전기를 끊으면 문제가 바로 생기는 건 포함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탄소 배출한 걸 상쇄하는 다른 실천을 해야지요. 그러니까 나무를 심는다든가, 다른 탄소 상쇄 프로그램에 기부한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여름이네는 용감하게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여름 엄마가 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여름이가 나가 놀고 싶어할 텐데….” 맞벌이하는 여름이 부모는 주말에 여름이와 함께 나들이하는 게 낙이기도 하고 주중에 함께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적어 여름이도 주말 나들이를 당연히 기대합니다. 그런데 그 나들이라는 게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는 게 보통이라 문제 아니냐는 것입니다, 여름 엄마의 걱정은.
“꼭 멀리 안 가도 아이와 함께 실내외에서 할 게 많을 거요. 함께 생각해 봅시다.”

 

AM 09:00

도전 24시! 계획 세우기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한 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3톤에 달합니다. 4인 가족인 여름이네 집의 연간 배출량은 약 37톤, 하루 100킬로그램에 달합니다. 물론 이것은 산업 공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까지 포함된 수치로 순수하게 생활에서 배출되는 양은 더 계산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먼저 가전제품과 조명기기 등 전기와 취사용 가스 등의 에너지 사용량, 물 소비량과 쓰레기배출량, 자동차 이용거리, 상품구매 등 일상적인 탄소배출 행위들을 짚어보고 그에 따르는 탄소 배출량을 계산했습니다. “에어컨은 없고, 선풍기는 돌리고, 텔레비전은 주말에 평균 2시간 시청하고, 컴퓨터 2대는 음, 두 사람이 합해 5시간 정도, 세탁기를 한 번 돌리고 대청소 하면 진공청소기도 돌리고, 전기밥솥을 하루 두 번 쓰고 헤어드라이기….” 그렇게 꼽으면서 계산하니 놀랍게도 여름이네는 20킬로그램이 넘는 탄소(KgCO2)를 거의 매일 배출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덜 쓰고 안 쓰고 산다고 자부했기 때문에 그 결과는 가족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가장 큰 배출 주범은 자동차였습니다. 여름 엄마가 원거리를 자동차로 통근하니까 당연한 일입니다. 음식물 소비도 큰 부분이었습니다. 생산에 소요되는 에너지 소모를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하고, 유통거리까지 감안하면 해남에서 올라오는 밀가루 1킬로그램을 구매하면 63KgCO2을 배출한 것이 됩니다. 음식물의 푸드마일은 그래서 짧을수록 좋은 것입니다.

여름 아빠는 괜히 시작했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려 가며 계산기를 두드린 뒤 여름이네 1일 평균 탄소 배출량인 20.3킬로그램을 하루 동안 배출 제로로 만들자고 가족들에게 말했습니다. 첫 시작은 여름이와 아빠가 시간대 별로 실천 시간표를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여름이네 탄소 제로 도전기 24시간이 시작됐습니다.

 

AM 10:00

새는 탄소 잡기

 

모든 전자기기를 안 쓰기로 했습니다. “금식하는 거랑 똑같구나!” 권사님으로 교회일에 열심이신 할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탄소 제로 도전은 탄소 금식 도전입니다. 가장 먼저 엄마, 아빠, 할머니의 휴대전화를 껐습니다. 그리고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뺀 나머지 전자기기 플러그를 콘센트에서 뽑았습니다.

 

AM 11:00

물 한 바가지로 씻기

 

하루 동안 쓸 물을 여름이 욕조에 받았습니다. 물 한 바가지로 세수와 양치질만 하기로 하고 샤워 대신 물수건으로 몸을 닦기로 했습니다. 먹을 물도 평소 쓰는 물병에 담아 함께 두었습니다. 어떻게 머리감기를 생략할 수 있냐는 여름 엄마의 항의는 하루 세 번 샤워할 정도로 땀을 흘리는 여름이가 아무 불평을 하지 않았기 때문(아마도 안 씻어서 더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에 묵살됐습니다. 샴푸를 자주 하는 게 두피 건강에 안 좋기도 합니다. 매일 샤워하고 머리감지 않는 게 사실 건강에 더 좋습니다.

 

 

탄소 제로 도전의 유일한 예외는 냉장고입니다. 전기를 빼면 당장 상하는 게 여름철 음식이라 방법이 없었습니다. 다만, 자꾸 냉장고문을 여닫지 않기 위해, 그리고 가스렌지도 사용하지 않기 위해 현재 냉장고에 든 모든 잔반을 동원해 3끼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냉장고 안에는 수박 한 통, 방울토마토, 깻잎, 상추, 파프리카 같은 야채류들이 있었습니다. 수박은 욕조에 받아둔 물에 담가 냉장고에 의존하지 않고 차갑게 하기로 했습니다. 여름이가 좋아하는 바케뜨 빵에 치즈,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들도 있었습니다. 아마 여름이는 이것으로 한 끼를 해결할 듯 싶습니다.

탄소 배출을 제로로 하려면 절대적으로 화식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하루 정도는 도전할 만합니다. 화식을 안 하면 육식을 안 하게 됩니다. 식사량도 적절해지고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지 않게 되고 발생해도 생쓰레기라 퇴비화가 가능합니다. 여름이네가 선택한 화식이 필요하지 않는 식사 아이템은 야채비빔밥! 그리고 샐러드였습니다. 설거지도 중요합니다. 채식 위주로 화식을 안 하면 사실 씻을 게 없습니다. 세제를 안 쓰고 아크릴수세미로 한 번 스윽 닦아주기만하면 됩니다. 

 

 

PM 12:00

냉장고에서 구한 재료로 탄소 제로 식사하기

 

PM 02:00

더위 즐기기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어도 더위를 이길 수 있습니다. 창문 활짝 열고 최대한 시원한 옷으로 갈아 입고 도전을 시작했기 때문에 부채와 물수건으로 더위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름이가 떠먹는 요구르트를 먹고 남은 플라스틱 숟가락을 재활용해 만든 제 부채와, 엄마 부채를 사진으로 남기려는 아빠에게 “아빠 내 공룡들이랑 같이 찍어주세요!” 합니다. 부채 위의 공룡들 이름은 여름이만 압니다.

 

PM 03:00

여름이의 놀이

주말마다 나가던 교외 나들이를 못 갔으니 여름이가 심심해했을 것 같다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름이는 오전에 물풍선을 만들어 굴리며 거실에서 놀았고, 솜뭉치공 불기를 하며 할머니와 놀았습니다. 점심 먹기 전에 잠깐 엄마랑 산책도 갔다왔습니다. 점심을 샐러드와 빵으로 먹은 뒤 잠시 “배 부르다.”며 늘어져 있더니 금세 덥다고 ‘높은음자리 분수’를 보러가자고 합니다. 아빠와 걸어서 동네 인근의 분수에 가서는 옷이 흠뻑 젖도록 뛰놀다 왔습니다.

 

PM 06:00

저녁 식사와 산책

저녁식사는 오이냉국에 말아먹는 찬밥입니다. 배불리 먹은 뒤 온 가족이 인근 대학의 학습림이 있는 곳에 산책을 갔습니다. 큰 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길을 여름이는 좋아라 내달렸습니다. 아무래도 아끼고 아낀 물을 두세 바가지 써서 온몸을 닦아주어야 할 듯합니다.

 

PM 08:00

물수건 샤워

산책에서 돌아와 땀에 절은 여름이를 물수건으로 샤워시켰습니다. 먼저 흥건히 물수건을 적셔 닦아주고 마지막에 물 한 바가지 부어주었습니다. 시원해져서는 뒹굴대며 이런 저런 옛날 얘기를 해달라고 할머니를 조릅니다.

 

PM 09:00

잠자리 준비

어두워진 실내에는 형광등 대신 촛불을 켰습니다. 여름이는 촛불을 켠 욕실에 가서 받아둔 물을 양치컵으로 떠서 이를 닦습니다. 모두들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습니다. 모기장에 들어가서는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해달라고 할머니를 부릅니다.

 

다음날AM 09:00

도전 완료! 다음날 오전 9시

여름이는 아침 일찍 잠에서 깼습니다. 일찍 잤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햇빛 잘 드는 거실에서 아침 먹기 전까지 레고블럭으로 공룡을 만들며 놀더니, 아빠에게 묻습니다. “아빠 인제 공룡다큐 봐도 돼요?” 아직 안 된다는 아빠의 말에 실망한 표정이더니 다시 묻습니다. “그럼 토마스는요?” “아이고! 그것도 아직이란다. 한 시간만 기다려!”

여름이를 달랜 여름 아빠는 다시 계산기를 가져와 탄소 제로 도전기를 정리했습니다. 냉장고를 돌렸고 해먹은 음식을 구입했을 당시에 발생한 탄소가 도전기간 중에 소비됐으므로 그로 인한 탄소 배출도 계산해야 합니다. 음식을 구입해 먹는 생존행위도 탄소를 배출하는 행위이긴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20킬로그램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던 여름이네는 24시간의 탄소 제로 도전기간 중에는, 냉장고 사용과 식품 소비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제외한 나머지 19.63킬로그램의 탄소 배출을 줄였습니다. 0.67킬로그램의 탄소를 상쇄하려면 1.7그루의 소나무 묘목을 심어야 합니다. 탄소나무계산기 http://carbon.kfri.go.kr 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여름이네는 탄소 제로 도전 이전의 일상적 탄소 배출량인 하루 20.3킬로그램의 탄소 배출을 상쇄하려면 일 년에 모두 2700그루의 묘목을 심어야 합니다. 여름 아빠는 하루의 도전이었으니 묘목 두 그루 값을 환경단체에 기부할까 하다가 더 좋은 생각을 해냈습니다. 여름 아빠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환경연합 회원 가입을 부탁했습니다.

여름이네가 ‘탄소 제로 도전 24시간’을 끝낸 올 여름 어느 일요일 오전, 환경연합 회원 두 사람이 늘었습니다. 여름이와 친구들의 미래를 위해 다행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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