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이유 66] '착한 곰’의 대청호 지키기

[희망의 이유 66] '착한 곰’의 대청호 지키기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대청호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호소로 충청 300만 여명의 시민들의 젓줄이기도 하다. 2002년 대청호에 대조류가 발생해 식수원에 비상이 걸린 사건이 발생했다. 수자원공사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궁지에 몰린 수자원공사는 시민단체에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대청호보전운동본부다. 이강혁(40세) 씨는 6년째 이곳에서 관과 시민단체의 다리 역할을 하며 대청호를 지키고 있다.  

8O8O7385.jpg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자 대청호보전운동본부 활동가인 이강혁 씨 ⓒ함께사는길 이성수

기분 좋은 변화들
대청호에서 만난 이강혁 씨는 ‘착한 곰’이라는 별명이 딱 들어맞는 마냥 순해 보이는 충청도 사내다. 그는 이곳에서 대청호 유역 하천 감시와 조사 활동, 상하류 주민들과의 교류사업, 환경영화제 대청호보전을 위한 정책연구활동 등 대청호와 관련된 일을 해오고 있다. 대청호 상류에 누가 사는지 어떤 생물종이 서식하는지 대청호 수질이며 관련법에 대해 술술이다. “사실 충청도 청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대청호나 금강에 대해 잘 몰랐어요. 헌데 대청호보전운동본부에 들어와 처음 준비했던 게 금강대탐사였어요. 탐사를 준비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죠. 코스를 위해 사전에 대청호 상류를 다녔는데 별 일이 다 있었어요. 그 때는 내비게이션도 없이 지도만 보고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는데 나오지 못할 길로 들어가 고생한 적도 있고 사고 날 뻔한 일도 있고…… 금강 상류를 말 그대로 몸으로 부딪히며 하나하나 배웠죠. 그래서 그런지 애착이 커요.” 30년을 봐온 금강보다 이곳에서 본 6년 동안의 금강이 더 크다는 그다. 

“첨엔 상류주민들에게 욕도 엄청 먹었어요. 상류주민들은 대청호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해요. 각종 규제로 묶인 데다 하천주변이나 댐 주변에서 낚시하고 더럽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 사람들이에요. 도시 사람들이 대청호 살리자고 하면 좋게 받아들이겠어요?” 그렇다고 물러날 수는 없었다. 대청호를 지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주민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계속 찾아가 이야기하면서 마을 주민들도 서서히 마음이 열리고 마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제안하고 함께 하면서 마을 주민들도 대청호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에 그도 있었다.  

옥천마을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옥천마을은 대청호와 인접한 마을이에요. 워낙에 (외지인들이) 낚시도 많이 오고 특히 겨울에 대청호가 얼면 빙어 낚시하러 오는 사람도 많고 외지인이 들어와 썰매를 팔기도 했어요. 마을을 바꿔보자고 해서 마을주민들이 마을 계획을 수립할 때 도움을 드렸죠. 지금은 주민들이 직접 대청호도 지키고 마을도 살리고 있어요. 여름에 반딧불이가 많아 반딧불이 체험사업도 하고 겨울에는 상인들이 팔던 썰매를 다 사서 주민들이 직접 썰매축제를 열기도 해요. 특히 호수변에서 오랫동안 경작해오던 경작지를 포기하고 대신 수생식물을 심어 마을에서 내려오는 정화시스템을 만들었어요. 그런 부분들이 어느 기관이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어요.” 기분 좋은 변화다. “각종 규제로 피해를 받고 있는 상류 주민들을 위해 하류 주민들이 내는 주민 지원 사업비가 있습니다. 근데 그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요. 마을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사용되어야 하는데 군수 등이 마치 개인 돈처럼 여기고 길 만드는 등 치적 쌓기에 사용되는 게 안타까워요.” 

“대청호 골프장 절대 안 돼”
대청호보전운동본부는 민관협력운동기구다. 대청호유역 지자체와 기관, 시민단체들이 함께  어울려 활동하다 보니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영동군에서 금강 인근에 대규모 축사를 유치하려고 했어요. 인근 지자체에서 반대하고 나섰죠. 특히 영동군에서 강 건너면 무주군인데 무주군에서 엄청 반대했어요. 이사회에서 논쟁이 심하게 벌어지기도 했죠. 결국 영동군은 축사를 추진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얼마 있다가 무주군에서 금강 지천에 축사 건립을 허가해주는 일이 생겼어요. 다 막지는 못했고 규모를 반으로 줄였죠.”

답답할 때도 있다. “사실 시민단체도 함께 하지만 지자체, 기관 등도 함께 하는 거버넌스 구조라 현안에 전면적으로 나서기 힘든 구조에요. 4대강사업으로 대청호 상류 쪽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는데 직접적으로 행동하지 못했어요. 소식지에 4대강사업 찬반 입장을 담자고 했는데 찬성하는 글을 쓰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싣지 못한 적도 있어요. 그동안은 큰 문제가 없었는데 현 정부 들어 이런 저런 잡음이 좀 있어요.” 

그런데 이번 대청호 골프장 문제엔 대청호보전운동본부가 이례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반대운동에 전면으로 나섰다. 대청호 골프장은 옥천군이 옥천군 동이면에 27홀, 약 49만 평 규모로 계획하고 있는 골프장이다. “정부 법령에 따라 충청북도가 신발전지역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시행할 경우 사업자에게 조세와 부담금 감면, 용지 매입 자금 등을 지원해주는 사업이에요. 옥천군이 골프장을 신발전지역사업 일환으로 추진하는 겁니다.” 옥천군이 비공개로 추진하던 사업은 지난해 11월 골프장 업체가 옥천군에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가본 사람들은 다 놀라요. ‘도대체 여기에 어떻게 골프장을 세우겠다는 거지?’ 마을 뒤에 산이 있고 앞에 강이 흘러요. 참 아름다운 마을이죠. 그런데 마을 바로 뒷산을 골프장으로 만든다는 거예요. 마을이 골프장을 업고 살거나 마을이 없어져야 할 판국인 거죠. 다른 골프장 싸움에서 보면 지역이 찬반으로 나뉘는데 이 마을은 일부 땅주인만 빼고는 다 반대에요.” 

골프장 인근 마을주민들과 생태계 파괴 우려뿐만 아니라 골프장 부지는 금강과 대청호와 약 1~2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대책지역 2권역으로 300만 충청인의 젖줄인 대청호 수질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했다. 해당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청호 유역 전반의 문제였다. 그래서 그는 옥천 골프장이 아니라 대청호 골프장 문제라고 말한다. 초기 4개 마을 주민들이 대책위를 꾸려 반대활동을 해오던 것이 현재는 대청호 유역권 70개 단체와 마을이 참여하는 대책위로 확대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대청호 상류에 그것도 수질보전대책지역에 골프장 건설 계획이 추진될 수 있을까. “원래 1, 2권역에는 골프장 건설을 할 수 없어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고시를 바꿨어요. 2009~2012년 8월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2권역에도 골프장을 지을 수 있도록 문화관광부 입지 규정 고시를 바꾼 거예요. 고시는 내부절차만 거치면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거라 별 문제 없이 고시를 바꿀 수 있었죠.” 설명을 하는 이도 듣고 있는 이도 기가 막혀 헛웃음만 나온다. 

“사실 현재 분위기로는 대청호 골프장은 절대 못 들어와요. 주민들도 반대하고 옥천군을 제외한 다른 지자체나 기관에서도 찬성하지 않거든요. 옥천군에서 계속 추진한다고 해도 환경영향평가나 도 차원까지 다 통과하기는 힘들 겁니다. 어떤 형태로든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하지만 시간이 꽤 걸리잖아요. 주민들도 힘들고. 아예 옥천군에서 끝내야죠. 그리고 그 어떤 골프장도 대청호에 들어서지 못하도록 싸워볼 생각입니다.”    

그가 그리는 대청호의 꿈
사실 충청 300만의 식수원을 지키겠다는 큰 뜻을 품고 시작한 활동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하고 졸업 후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졌던 그가 환경문제, 그것도 관과 함께 하는 단체에서 활동하기는 썩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청호를 통해 강에 대해 알게 되고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그는 대청호의 꿈을 이야기한다. ‘자연과 사람, 모든 생명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꿈, 호수의 위쪽과 아래쪽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물을 소중히 하며 함께 어울리는 꿈, 흰줄납줄개, 각시붕어, 돌상어, 점줄종개 등 지금은 사라진 물고기들도 다시 돌아와 맑은 대청호의 주인공이 되는 꿈’, 이강혁 씨가 그리는 대청호의 꿈이다. 
그의 활동은 대청호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전환경연합 회원이기도 한 그는 지역 환경현안에도 관심을 갖고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하고 대전환경연합뿐만 아니라 10여 개 시민단체에 회원으로 가입, 도움을 주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해 야학 선생님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어릴 때는 돈 걱정 안하고 공부하는 게 꿈이었어요.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하면서는 노동운동에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었고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것에 매진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꿈이에요.”

인터뷰가 끝나고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한다. 대청호 골프장 반대 대책위 회의가 있단다. “막아야죠.”라는 그의 한 마디에 결의가 묻어난다. 대청호의 꿈을 위해 그리고 그의 꿈을 위해 그는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맞고 있다. 

IMG_8351.jpg
대청호를 지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마을주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강혁 씨 사진제공 이강혁

대청호 골프장.jpg
환경의 날을 앞두고 6월 4일 옥천의 지역주민들과 충북 및 충남 대전의 시민단체들이 
대청호 골프장 반대 범유역 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강혁 씨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청호 골프장 반대에 소리를 높였다 사진제공 대전환경운동연합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