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돌아온 컵 보증금제

쓰레기통에 버려진 1회용 컵 ⓒ서울환경운동연합
 
1회용 컵 보증금제가 강산이 한 번 반쯤 바뀌고서야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왔다.
과거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운영되었던 컵 보증금제로 종이컵 수거율이 초반 18.9퍼센트에서 2007년 37.2퍼센트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법적 근거에 기반을 두지  않은 자발적 참여 방식과 미반환 보증금의 관리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컵 보증금제가 폐지되었다. 폐지될 당시 실용정부의 기업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 성장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었다. 
 
컵 보증금제의 폐지 이후 프랜차이즈 방식을 기반으로 한 식음료 산업과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배달 산업의 발달은 1회용품 사용의 폭발적 확산을 가져왔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가맹점 기준 커피전문점, 제과점, 패스트푸드점은 3500개소(2008)에서 3만549개소(2018)로 8배 이상 증가했고, 컵 사용량도 4.2억 개(2007)에서 25억 개(2018)로 6배나 급증하였다. 비가맹점을 포함하면 연간 61억 개의 컵이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컵 사용량은 증가했지만 재활용률은 5퍼센트 미만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소각 처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와 서대문구 등 일부 지자체가 1회용 컵 모양의 전용 수거함을 운영하여 재활용률을 높이려 했지만 취지와 달리 캔, 휴지 등 생활쓰레기의 혼입 문제로 선별에 어려움이 생겨 재활용이 쉽지 않았다. 이 와중에 터진 2018년 폐기물 대란은 1회용 컵 보증금제가 다시 돌아와야 하는 명분을 제공해주었다.
 

2020년부터 시행되는 자원순환 보증금제

 
컵 보증금제 내용이 담긴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2년 넘게 국회에 계류되어 있었다. 시민사회는 이 법의 통과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통과 요구 온라인 서명운동을 통해 7개월간 시민 3000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전달하였다. 또 ‘플라스틱 컵 줍깅’ 활동을 펼쳐 50여 명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1시간 30분 동안 버려진 1회용 컵 1200여 개를 회수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및 언론 활동과 의원실 방문을 통한 국회 압박 활동도 병행해나갔다. 20대 국회 마지막 법안 통과 기회인 2020년 5월 8일, 환경노동위원회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다급하게 서울환경연합, 여성환경연대, 녹색연합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의원들의 의원실을 방문해 의견서 전달과 함께 법안통과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5월 20일, 드디어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렸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시민사회는 1회용컵 보증금제 도입을 요구해왔다 ⓒ서울환경운동연합 
 
법안 통과로 컵 보증금제 재도입의 물꼬가 트였다. 무분별한 1회용 컵 사용에 대한 최소한의 제동을 걸 수 있게 된 것이다. 1회용 컵 보증금제는 작년 가을 환경부가 발표한 ‘1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 내 기존 빈병보증금제와 함께 ‘자원순환 보증금제’라는 이름으로 2022년부터 시행된다. 법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재도입되는 컵 보증금제는 합성수지와 종이컵 모두 포함되며 미반환 보증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단위도 구성될 예정이다. 미반환 보증금은 1회용 컵 사용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보증금을 반환받지 않을 경우 발생하게 된다. 향후 미반환 보증금으로 1회용 컵을 재활용하거나 폐기처분하는 비용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1회용 컵 사용량 저감, 회수를 통한 재활용과 함께 다회용컵 사용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전과정평가(LCA)에 따라 다회용 컵의 환경영향을 살펴보면 합성수지 컵 대비 다회용 컵 82회, 종이컵 대비 다회용 컵 172회를 사용할 경우 환경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컵 보증금제 재도입으로 인해 1회용 컵 사용량 30퍼센트 감축, 회수·재활용하여 온실가스 66퍼센트 감축 등 연간 445억 원의 비용편익이 발생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페트병과 캔류 보증금제도 도입해야

 
1회용 컵 보증금제가 도입되는 2022년까지 정부와 기업은 각자의 준비와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다양한 밑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1회용 컵 무단 투기를 막고 반환을 높이기 위해 적정 금액을 얼마로 책정해야 하는지 소비자, 업계,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1회용 컵 보증금제 재도입을 걱정하는 영세자영업 및 소상공인들의 부담감을 덜어주어야 한다. 영세자영업 및 소상공인 단위의 목소리를 잘 청취하고 조율해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우려와 걱정은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2년간의 유예기간을 손 놓고 먼 산 불구경 하듯 바라보는 시간으로 보내면 안 된다. 컵 보증금제를 기업 운영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1회용 컵 사용 저감과 재활용을 높이기 위한 차별화된 환경 경영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번 컵 보증금제 재도입으로 만족하기에는 가야 할 길이 멀다.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사례처럼 매장 내에서 뿐만 아니라 테이크아웃 되는 경우도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회수하는 제도로 확대·발전되어야 한다. 최종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CRV(California Refund Value)처럼 페트병과 캔류도 보증금제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보증금제가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지만 폐기물의 자원화와 순환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컵 보증금제가 재도입될 때까지 남은 기간 동안 잘 준비하여 폐기물 관리에 좋은 제도로 남길 바란다. 
 
글 / 김현경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 생활환경담당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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