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을지 고민이라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오프라인 외식이 크게 줄고 배달음식과 식재료 주문 사이트가 활황을 맞았다. 배달음식이 생활방역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과연 건강한 식생활을 보장할 수 있을까. 그 점은 자신하기 힘들다. 외식업소들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외식 대신 온라인으로 주문한 식재료로 집밥을 해먹는 이들이 늘어난 것은, 소비자와 식재료 유통사, 생산 농·어·축산민들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잘나가던 온라인 식재료업체들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 5월 유명 온라인 식재료 유통업체들의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발생하는 일이 생겼다. 그 직후 공동주택들은 관리사무소 명의의 ‘**택배, **배송업체 물품을 택배기사들이 집 문 앞까지 배달하지 못하도록 한다. 주문한 주민들은 물품을 경비실에서 찾아가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내건 곳들이 생겨났다. 코로나19 전염시대의 씁쓸한 풍경이자 안타까운 자구책이다.
 

얼굴이 있는 만남의 힘

 
비대면 비접촉 온라인 식재료들이 안전하리라 여겨졌던 미신을 깬 것은 다름 아닌 계약직과 일용직 택배기사들을 다수 고용해 영업하던 온라인 식재료상들의 고용 관행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방역 안전을 엄격하게 지키는 근무 규칙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속감이 약한 데다 일별 근로실적에 치여 안전은 뒷전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집단감염은 ‘왜 노동자에 대한 안전교육과 관리가 가능한 고용(정규직)이 좋은 형태의 고용과 노동’인지 드러낸 코로나19 감염시대의 역설이다. 
 
온라인 식재료 유통기업들이 확진자를 대규모로 발생시키는 가운데 생활협동조합 물류센터에서는 전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대조적이다. 이는 생협의 물류체계가 정규직 노동을 근간으로 하고 있어 방역 안전을 엄격하게 지키는 노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게다가 온라인 배달이 아닌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확진자 발생이 없는 것은 매장 내 판매자와 소비자 조합원들이 모두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얼굴이 있는 거래’ 관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근무자뿐만이 아니라 소비자까지 서로를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 등 생활방역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총매출액 성장률이 가장 높은 생협은 두레생협이었다. 생협들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속적으로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두 자릿수 성장은 4월부터 본격화됐다. 4월에는 14.7% 신장이 됐고 5월에는 다시 24.7%가 늘었다. 한살림은 4월 신장률이 16.4%였고 5월에는 18.4% 늘어났다. 아이쿱도 4월 13% 성장한 뒤 5월에는 7.3%(기타 매출 제외 시 9.8% 성장) 성장했다. 이어 행복중심생협의 경우 4월 성장률이 8%였고 5월에는 7%(급식 포함 시 82.7%)로 증가했다.
 
두레생협연합(환경운동연합 에코생협이 회원생협으로 참여하고 있는 생협연합)의 2020년 5월 매장사업 총매출액 성장률이 국내 생협 중 가장 높았다. 그러나 온라인사업은 4월 실적 대비 25.9%나 줄어 다른 생협들보다 가장 극적으로 줄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사용되면서 온라인을 이용하던 일부 조합원들이 재래시장 등 다른 일반 오프라인 업소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더 많은 온라인 이용 조합원들이 온라인 대신 직접 두레생협 매장을 찾아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으로 이용 형태를 바꿨다(2020년 6월 에코생협 이사회 자료). 
 
온에서 오프로 이용 형태가 바뀌었어도 총매출의 증가가 이어진 것은, 두레생협 조합원들이 온라인 시스템만큼이나 ‘생협 매장의 안전을 신뢰’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생산과 소비, 유통의 전 영역에서 ‘얼굴이 있는 거래’를 추구하는 생협의 힘이 드러난 일이기도 하다. 
 

식탁 안전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

 
농업은 지구 총탄소배출량의 최소 19%에서 최대 29%에 이르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농지는 지구 총물사용량의 70%가 사용되는 최대 물 사용처이기도 하다. 오늘날 세계 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투입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계를 이용해 대규모 경작지에서 초국적 기업이 짓고 있고 생산된 농작물 또한 초국적 유통기업에 의해 산지에서 소비처로 옮겨져 판매되고 있다. 필연적으로 제철에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와 무관한 먼 나라 생산지에서 생산되어 먼 거리를 이동한 먹을거리를 소비하는 식문화, 대량생산과 소비를 위해 화학과 공학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식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유전자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GMO 푸드, 화학합성물질인 613종의 식품첨가물로 범벅된 가공식품들, 항생제·살충제·성장촉진제를 이용해 밀집사육으로 생산되는 공장식 축산물로 우리 식탁은 차려져 왔다. 코로나19 유행이 불러온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전염병으로부터의 안전’에서 시작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안전한 식탁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심화되고 있다. 이 시기 생협의 약진이 그 증거다.
 
최재숙 에코생협 상무는 코로나19 전염시대의 슬기로운 집밥생활의 요체를 한 마디로 짚었다. “사람과 자연에 두루 이로운 먹을거리로 차리는 식탁,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유기농·축산물을 식재료로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연의 면역력이 살아있는 제철 국산 유기농·축산물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우리 곁에 있었다. 생협이다. 코로나19 전염시대, 식탁의 안전지대가 거기에 있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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