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로 머리감고 구연산으로 헹궈보니

비누로 머리감고 구연산으로 헹궈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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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긴 머리의 그녀는 최근 삼푸를 끊었다. 우연히 친구에게 선물 받은 천연비누와 구연산은 풍성한 거품과 꽃향기, 과일향 나는 삼푸와 린스를 밀어냈다.  


비누는 천연성분 함유가 아니라 온전히 천연재료로만 만든 것으로 모양이나 향이 화려하지는 않다. 비누로 머리에 비누칠을 하고 3분 정도 머리를 구석구석 문지른다. 삼푸에 비해 거품은 그리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정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거품이 많다는 건 계면활성제가 많다는 것뿐 세정력과는 상관이 없다. 물로 헹군다. 당근 뻣뻣해진 머리가 손에 느껴질 것이다. 머릿결이 상했다는 착각은 말길! 비누의 알칼리 성분으로 잠시 뻣뻣해진 것이니.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구연산을 밥숟가락으로 한 숟가락 넣어 녹인다. 그리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다. 소금 같은 구연산은 물에 넣자마자 녹는다. 구연산은 레몬이나 귤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공업용 구연산은 사탕수수나 당밀 등을 발효해 얻는다. 초기에 린스의 주성분이기도 했다. 린스의 원조답게 구연산 물에 머리를 헹구면 마술처럼 뻣뻣했던 머리는 부드러운 비단결처럼 변한다. 비누의 알칼리성을 구연산의 산성이 중화시키면서 나타난 반응이다. 약간 신 냄새가 나긴 하지만 킁킁 대야만 느낄 수 있고 또 금세 사라진다.


삼푸와 린스를 끊은 지 두 달, 일단 머리카락이 덜 빠진다. 긴 머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삼푸로 머리를 감고나면 하수구 구멍에 머리카락이 가득했다. 비누로 바꾸고 나서는 손에 몇 가닥 나올 정도다. 물을 덜 쓴다. 삼푸의 거품을 헹구려고 세숫대야로 3번, 린스 질에는  2번, 총 세숫대야 5개의 물이 필요했다. 반면 비누는 세숫대야로 2번, 구연산으로 헹굴 때 한 번, 총 3번의 물이 필요하다. 이틀에 한 번 머리를 감는 그녀에게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당연히 바쁜 출근 시간도 절약된다. 무엇보다 이름도 생소한 각종 화학물질과 방부제로 가득한 삼푸로 머리를 감을 때마다 영 찜찜했는데 그런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머리 가려움증도 사라진 것 같다. 


푸석하고 머리끝이 갈라져 도저히 못 참는 분이라면 차라리 잘라버리길. 머리카락이 건조하고 거칠어진 건 머리카락을 감싸고 있던 비늘층이 손상됐기 때문이다. 또 머리끝이 갈라졌다면 모발섬유소의 끝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장시간 햇빛 노출과 영양결핍 등의 요인도 있지만 염색이나 파마 같은 화학적 요인이 크다. 삼푸나 트리트먼트는 손상된 틈을 계면활성제 등 화학물질로 채워 매끈하게 보여줄 뿐 결코 손상된 모발을 치료해주지는 않는다. 윤기 나고 풍성한 광고모델 머리에 속지 말자. 세제는 세제일 뿐 의약품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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