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이 아니라 지역과 사람을 지킨다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에서 재확인한 협동조합의 정체성

 
지난 12월 1~3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 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제 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가 지난 12월 1~3일까지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대회를 개최한 국제협동조합연맹(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 ICA)은 1895년에 설립된  가장 오래된 비영리 국제민간단체 중 하나이다. ICA는 오늘날 112개국에 323개 회원조직을 두고 있고 전 세계 300만 개 협동조합과 10억 명의 협동조합인들의 목소리를 국제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조직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두레생협은 대학생협, 한살림, 전국협동조합협의, 일하는 사람들의 협동조합 연합회와 함께 만든 ICA 회원단체인 <한국협동조합국제연대(Korea Cooperative Solidarity , KCS)> 소속 멤버십을 가지고 이번 대회에 참여하였다. 한국에서는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산림조합, 아이쿱생협, 한국협동조합국제연대(두레생협, 대학생협, 한살림,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일하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연합회) 등 7개 단체가 ICA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ICA에서 주최하는 세계협동조합대회는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을 채택한 1995년 맨체스터 대회에서 보여지듯 국제협동조합운동의 정책과 방향을 논의하고 합의하는 공론장으로의 역할을 해왔다.
 

협동조합, 우리는 누구인가?

 
이번에 개최된 제 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의 의미를 살펴보면 1992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 30차 대회 이후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대회이며  국제협동조합연맹 설립 125주년과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25주년을 기념하면서, 21세기의 변화하는 사회에서 걸맞는 협동조합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고 향후 10년간의 세계협동조합의 방향을 모색하는 대회이다.
 
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는 ‘협동조합 정체성에 깊이를 더하다(Deepening Our Cooperative Identity)’라는 대주제 아래, △협동조합 정체성 점검하기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하기 △협동조합 정체성에 헌신하기 △협동조합 정체성 실천하기라는 4가지 주요 주제로 구성되었고 각 주제마다 기조연설, 종합세션(Plenary Session), 주요 주제별 5개 소주제를 토론하는 개별세션(Parallel Session)이 꾸려져 총 24개 세션으로 진행되었다. 
 
11월 30일 사전행사로 진행된 환영만찬에서 캐나다의 존휴스톤 감독의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이라는 캐나다 이누이트족의 협동조합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소개와 제작자와의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이누이트협동조합의 여성 지도자는 모든 조합원들이 5센트를 모아 공동으로 배를 가지게 된 이야기(Leaving None Behind by John Houston)를 자랑스럽게 들려주었는데 특히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 위해선 모든 이를 참여시켜야만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으려면 모두를 참여시켜야 한다!” 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에 참여한 이누이트협동조합이 소개한 ‘5센트를 모아 공동의 선반을 마련한 프로젝트 (Leaving None Behind by John Houston)’를 소재로 만든 다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을 소개하는 영상
 
12월 1일 대회 개막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방문하여 대회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개막을 축하하고, 협동조합을 비롯한 우리나라 사회적경제의 성장과 확장에 정부가 계속해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개회사에서 아리엘구아르코 ICA 회장은 “협동조합 모델이야말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조합원들을 지원하고 지지할 수 있는 모델이며 이것은 모두 협동조합의 정체성 덕분이며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전 세계에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동조합 정체성에 대한 자기 탐구와 재확인

 
4대 주요 주제별 핵심 발제 내용을 살펴보자.
 
첫 번째, △협동조합 정체성 점검하기에 관한 기조연설을 담당한 박영범 농림축산부차관은 “협동조합이 좀 더 인간의 경제조직으로서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해야 된다”라며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관련된 원칙을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조직, 공공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주체들 사이에서 새로운 형태의 협력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이 지향하는 정체성에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을 명시적으로 담을 필요가 있다 등 협동조합 정체성 심화를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언했다.
 
두 번째,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하기에 관해서 발언한 아도이아 부지사(스페인 바스크 주)는 지방정부의 입장에서 협동조합에 내재한 가능성을 짚었다. 그는 협동조합이 높은 회복탄력성을 보인다고 말하며 “세계 금융위기, 코로나19 등의 사례를 봤을 때 위기에 적응하고 변화하는 협동조합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협동조합은 사람 중심 조직으로서 사람과 기업 모두에게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 바스크에서는 공공기관이 지역 대학이 협동조합에 대한 지식을 청년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협동조합 정체성에 헌신하기에 관한 기조연설을 담당한 엘라 바트(Ela Bhatt) 인도 자영업여성연합(Self-Employed Women’s Association, SEWA) 설립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도시와 농촌의 여성과 그 가족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여성노동조합 SEWA를 조직했던 경험을 통해 협동조합의 가치와 정체성을 설명했다. 엘라 바트와 조합원들은 높은 고리대금, 출산으로 인한 사망 등 조합원이 필요성과 요구에 귀 기울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동조합은행을 설립하고, 출산보험을 만들었다. 또한, GDP에 집계되지 않았던 노동의 가치를 협동조합으로 공식화하고, 수치화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조합원의 정체성도 강화한 것이다. 현재 SEWA는 200만 조합원을 두고 있으며, SEWA 협동조합은행은 현재 300만 여성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바스크어로 왜 안 되지?(Why not?)라는 뜻을 가진 말, 타제바에즈(Tazebaez)를 협동조합 명칭으로 삼은 타제바에즈협동조합의 설립자인 아나 아기래(Ana Aguirre)는 “청년은 사회의 소수자가 아닌 다수로서 그 지위를 높이기 위한 수용과 포용의 관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세대는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가치관과 밀접한 일자리를 통해 미래의 불안과 불확실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라며 청년 세대가 지닌 과제를 공유했다. 그는 협동조합의 세대교체와 관련해 “협동조합은 참여하고, 소유하고, 경영하며 주인의식,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이는 청년을 포함한 누구나 교육으로 학습될 수 있다. 차세대 대표가 될 수 있는 청년을 찾아내, 청년이 헌신할 수 있도록 청년에게 자리를 내주고, 힘을 부여하고, 권한을 이양한다면 세대교체가 통로가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두레생협 김영향 회장은 △협동조합 정체성에 헌신하기 주요 주제 세션의 소주제 세션 중 하나인 ‘강점을 살려 위기에 맞서기 위해’에서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두레생협의 민중교역 사례’를 주제로 활동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민중교역 생산자 공동체의 자립 기반을 만들어온 민중교역 사례와 코로나 19의 어려움을 생산자와 조합원들이 함께 극복해온 사례를 소개하면서 두레생협 민중교역의 성과를 공유하여 전세계토부터 모인 참가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네 번째, △협동조합 정체성 실천하기에 관해서 기조연설을 한 나지크 연구원은 기조연설을 통해 ‘협동조합이 SDGs 달성에 기여한다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정책과의 연계, 파트너십, 비즈니스모델, 조합의 지향, 회복탄력성 등 내외부적인 요소 및 동력을 파악하고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며 협동조합 모델이 일반기업과 차별화되며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과 사람을 다시 돌아보다

 
3일간 진행된 이번 대회는 전 세계 곳곳에서 엄선된 발표자와 토론자 100여 명이 현장 또는 온라인으로 참가하여 협동조합 정체성에 관련된 여러 쟁점들을 토론하고, 현장 참가자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참가자들의 질문과 토론이 이루어졌다.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조직들은 인류공동체의 일원인 동시에 오래된 지속가능 모델로서 어떻게 전지구적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할 것인가?’ 이 거대한 질문에 대해 지구촌 각지의 현장에서 해답을 찾아내는 활동을 진행해온 대해 이번 대회 참가자들이 가장 공감한 것은 대회의 대주제 자체가 품고 있는 가능성의 재확인이었다.  
 
‘협동조합은 이윤 추구라는 단순한 동기가 아닌 조합원과 지역사회를 위해 원칙과 가치에 기반하여 운영되는 조직’이다. 이 소박하지만 엄중한 원칙과 가치 기반을 오늘날 협동조합원 개개인들은 일상적 협동조합 경제활동 속에서 종종 잊어버리게 된다. 이번 대회는 협동조합에 대한 이 근본적 질문 앞에서 당당하려는 노력이 ‘세상과 우리를 건강하게 하는 근거’가 된다는 사실에 대한 세계 협동조합의 공감과 이해를 높인 계기가 되었다. 2012년 「협동조합법」을 제정 이후 10년, 이번 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를 계기로 한국 협동조합들이 오늘의 활동을 ‘협동조합 원칙과 가치의 기반’ 아래 재점검하고 다시 전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글 / 유경순 두레생협연합회 두레교육활동센터 사무국장
사진제공 /  두레생협연합회
 
 
제작년월: 

환경단체 소식

사이트 소개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뉴스&월간 환경잡지 입니다.

청소년 보호 정책

구독

구독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