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쓰린 속을 다슬기는 풀어줄까

 
어떤 음식은 추억에 따라 그 맛이 좌우되기도 한다. 다슬기보다 올갱이나 골뱅이가 더 맛있다고 우기는 이유는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가족의 여름휴가는 늘 강이었다. 강가에 텐트를 치고 깊어봤자 허리까지 오는 강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혔다. 물놀이가 싫증날 때면 돌이나 바위에 붙은 다슬기를 주워 어른들에게 자랑하곤 했는데 엄마는 그중 씨알 굵은 것들만 골라내고 자잘한 녀석들은 다시 강으로 돌려보냈다.
 
솥에 물을 끓여 소금을 약간 넣고는 깨끗이 씻어낸 다슬기를 넣고 삶으면 구수한 향이 퍼졌다. 한창 물놀이로 허기진 아이들은 그 앞에서 침을 꼴딱 삼켰다. 이쑤시개를 꽂아 살살 돌려주면 청록색 내장까지 속살이 그대로 빠져나오는데 짭조름하고 쌉싸름하면서도 단맛이 났다. 이쑤시개 없이도 다슬기 밑동을 이빨로 살짝 깨트린 후 앞쪽을 쪽 빨면 속살이 그대로 입안에 들어왔다. 된장을 살짝 풀어 끓인 다슬기된장국도 훌훌 잘도 넘어갔다.  
 
다시 그 추억을 맛볼 수 있을까 싶어 강을 찾았다.  
 
 

그 많던 다슬기는 다 어디로 갔나 

 
다슬기는 강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생물인데 물살에 따라 물 깊이에 따라 그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다슬기, 참다슬기, 주름다슬기, 좀주름다슬기, 곳체다슬기, 주머니알다슬기, 염주알다슬기, 구슬알다슬기, 띠구슬알다슬기 등 총 9종이 서식하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다슬기는 참다슬기와 곳체다슬기이다. 껍질에 굵은 돌기가 돋아나 있는 곳체다슬기는 3급수에서도 서식이 가능하다. 다슬기는 야행성인 탓에 낮에는 돌 틈에 숨어 있다가 해가 지면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돌에 붙어 있는 이끼나 물고기 사체 등 유기물질을 갉아먹고 살아 강의 청소부로도 불린다. 하지만 다슬기도 반딧불이 유충 앞에서는 먹잇감에 불과하다. 
 
충북에서는 다슬기를 올갱이라고 부르며 유명한 올갱이마을이 있다. 마을을 따라 흐르는 달천강에 사는 다슬기를 이용해 올갱이잡기, 텃밭체험 등 농촌체험형 마을로 조성한 곳이다. 올갱이 식당도 많다. 괴산에서는 된장을 풀고 아욱을 넣어 올갱이해장국을 끓여낸다. 특이하게 올갱이살에 계란옷을 입힌다. 다슬기는 간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튼튼하게 만드는 아미노산과 타우린 성분을 함유하고 있고 숙취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술꾼들이 지나칠 리 없다. 그래서 이름도 올갱이된장국, 다슬기된장국 대신 올갱이해장국, 다슬기해장국이라 하지 않겠는가. 어느 식당이든 자기네가 원조이고 저마다 자연산이라고 내세우지만 사실 그 맛은 거기서 거기다. 그보다 올갱이해장국을 좋아하는 이들은 전에 비해 해장국에 들어가는 올갱이 크기가 작아지고 개수가 적어졌다며 탄식한다.
 
강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다슬기라고 하지만 매년 각 지자체마다 수만 마리의 다슬기 치패를 뿌리고 다슬기양식까지 하고 있지만 다슬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중국 등에서 수입까지 하고 있다니 어리둥절하다.
 
도대체 그 많던 다슬기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실제로 다슬기 수확량은 2009년 930톤에서 2013년 490톤으로 줄었다.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는 과도한 남획과 함께 하상정비 등 서식지 파괴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참다슬기는 우리나라 금강, 섬진강, 영산강 등 중서부지방의 하천과 한강수계에서도 여울이나 하상이 돌이나 자갈로 된 지역에서도 많이 분포한 종이지만 댐이나 농업용 보가 많이 시설되는 상황에서 이 종의 서식지역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관련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국 고유종으로 패각에 염주알 같은 굵은 돌기가 돋아난 염주알다슬기는 이미 멸종위기야생동물에 이름을 올렸다. 수심이 다소 깊은 하천 상류의 유속이 빠른 곳에서 서식하지만 보와 댐 시설로 인한 서식처 파괴, 남획 등으로 우리 강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4대강사업은 다슬기처럼 강바닥에 사는 생물들에게 큰 재앙이었다. 실제로 4대강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가 4대강사업 후 남한강 보 구간 강바닥을 조사한 결과 재첩이 대량으로 죽은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어민들도 다슬기가 4대강사업 이전에 비해 채취량이 줄었다고 울상이다. 
 
 
 
 
 

강을 빼앗긴 지금

 
강천보 상류 남한강은 다행히 4대강사업을 피했다. 태양이 한풀 꺾이자 슬금슬금 기어 나온 다슬기들로 강이 새까맣다. 아낙들은 강에 들어가 다슬기 잡기에 흠뻑 빠졌다. “물에 담갔다가 그냥 삶아서도 먹고 국 끓여서도 먹고 그러죠.”하며 돌에 붙은 다슬기를 부지런히 주워 담는다. “저 아래는 모래밭이라 재첩이 많았어요. 근데 지금은 없어요. 있어도 저리 깊은 강을 어떻게 들어간대요.”하며 아쉬워한다.
 
다슬기를 못 먹는 것보다 한여름 시원하게 발 담그고 물장구치고 다슬기 줍던 강을 이제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현실에 속이 쓰리고 답답하다. 다슬기해장국도 이 쓰리고 답답한 속을 달래지는 못할 것이다.
 
글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제작년월: 

환경단체 소식

사이트 소개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뉴스&월간 환경잡지 입니다.

청소년 보호 정책

구독

구독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