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비의 삶

서울환경연합에는 지구를 지키는 ‘제비’들이 있다. 그들은 새가 아니다.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실천하는 시민들이다. 이 ‘제비’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지난 3월 서울환경연합은 ‘제비의 삶’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은 일주일에 한 번 제로웨이스트와 비건 미션을 수행해 SNS에 ‘#제비의삶’으로 올려 참여자들이 함께 인증하는 캠페인으로 약 200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 때 참여한 분들이 서울환경연합의 제비들이다. 놀랍고 유쾌한 일은 캠페인에 참여했던 제비들이 캠페인이 끝났어도 여전히 ‘제비’라는 이름으로 제로웨이스트와 비건 실천을 SNS에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SNS의 ‘제비의 삶 해시태그’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실천을 구경하고, 서로 ‘좋아요’를 누르고, 다른 제비들의 실천에 자극받아 다시 새로운 실천을 인증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실천하는 하나의 커뮤니티가 탄생된 것이다. 
 

제로웨이스트와 비건

 
제비들의 생활 속 ‘제로 웨이스트’와 ‘채식’ 실천 인증샷
 
서울환경연합이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실천하는 캠페인’을 구상한 이유는 ‘기후위기’ 때문이다. 막연한 미래의 문제로 여겨졌던 기후위기가 이제는 현실이 되어 일상에 스며들었다. 매년 여름마다 예측불가능한 폭염과 폭우가 찾아오고,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생산이 불안해지고 이 때문에 물가가 상승하기도 한다. 기후위기를 실생활에서 직접적으로 경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현실인식은 환경에 대한 관심을 날로 증대시키고 있다. 늘어난 그 관심이 집중되는 부문이 쓰레기 처리 문제와 과도한 육식으로 인해 기후와 지구생태에 가중되는 부담이다. 생활 쓰레기와 과도한 육식은 우리 생활 속의 문제적 일상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국내 폐기물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710만t으로 국가 총배출량의 2.3%나 차지한다. 특히 심각한 것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폭발적인 증가와 이로 인한 탄소 배출량 증대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 주립대 연구팀 발표에 따르면 가장 탄소 집약적인 생애주기를 갖는 플라스틱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기준 2015년 1.8GtCO₂(기가이산화탄소톤)에서 2050년에는 6.5GtCO₂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추정대로면 2015년 플라스틱 온실가스 배출량의 비중은 전체의 3.8%이지만, 플라스틱 생산 증가 추세가 지속된다고 할 때 2050년에는 세계 잔여 탄소배출허용총량(carbon budget)의 15%까지 늘어난다.
 
인류의 육식에 따른 기후환경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20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발표(육류 소비행태 변화와 대응과제)에 따르면 2000~2019년 기간에 우리나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31.9㎏에서 54.6㎏으로 연간 2.9% 증가했다. 세계 최대 육식 국가는 미국으로 연간 1인당 육류 소비량이 99kg나 된다. 미국 절반 수준이고 OECD국가 평균 70.1kg(2018년)에 비해서도 15kg이나 낮으니 괜찮은 수준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지구 전체의 평균, 아니 아시아 평균만 따져도 엄청난 육식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압도적인 아시아 1위 육식 국가이다. 축산업 관련 부문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은 지구 총 배출량의 16.5%(2010년 기준)에 달한다. 육류용 가축 방목을 위해 숲이 베어지고 집약적 육류생산을 위해 고안된 공장식 축산은 그만큼 집약적인 수질오염원이자 대기오염원이며 무엇보다 비윤리적이고 잔인한 사육방식의 문제를 안고 있다. 
 
결국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로웨이스트(Zero + Waste)의 생활화와 식생활을 채식과 비동물성 제품 중심으로 전환하는 비건이 되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항하여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고 확실한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삶의 방식

 
제비들의 생활 속 ‘제로 웨이스트’와 ‘채식’ 실천 인증샷
 
기후위기 해결을 개인의 몫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오늘의 기후위기는 화석연료를 남용하는 산업과 이를 정책적으로 방관한 정부의 몫이 크다. 그럼에도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이 1차적인 실천, 행위를 넘어 ‘삶의 방식을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배출하는 쓰레기들을 살펴봐야 한다. 쓰레기를 살펴보다보면 대다수의 물건들이 재사용,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것이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즉,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소비하던 모든 물건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밖에 없다. 결국 제로웨이스트는 내 삶을 구성하는 물건들을 ‘계속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생활방식의 전환을 뜻하는 것이다. 비건 또한 마찬가지이다. 채식이 오늘날처럼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식생활이 동물성 제품에 크게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육식을 위한 고기는 물론, 모피류, 화장품, 의료용으로도 다양한 동물 유래 성분들에 우리 삶 전체가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비건의 실천은 원치 않는 동물성 제품과 물질이 어디서 오고 그 악영향은 무엇인지 자각하고 인지적 삶을 산다는 것을 뜻한다.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의 실천은 행위를 넘어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새 시각으로 바라보고, 인지하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가 먹고 쓰는 것들이 어디로부터 오고,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폐기되는지 그 맥락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삶을 알게 모르게 규정하는 자본의 흐름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의도치 않고 원치 않는 맥락에서 우리가 자발적으로 이탈한다면 그것은 곧 자본의 흐름을 변화시킨다. 우리의 소비가 기업, 정부,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이다. 
 

제비의 삶, 시즌 2

 
서울환경연합은 다가오는 8월 ‘제비의 삶, 시즌2’ 온라인 캠페인에 참여할 제비들을 모집한다. 모집기간은 8월 2일부터 22일까지이며, 캠페인은 8월 23일부터 9월 19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시즌에는 한 달 동안 제로웨이스트와 비건 미션을 번갈아 실천했던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제로웨이스트 미션과 비건 미션이 별개로 진행된다. 이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특별히, 이번 시즌 2에서는 ‘지구공’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캠페인이 진행된다. ‘지구공’은 제로웨이스트 샵과 연계된 실천 커뮤니티 앱으로 환경단체, 기업, 기관들과 함께 환경과 관련된 미션을 진행하고 참여자들은 환경을 위한 미션을 실천함으로 지구 포인트를 받는다. 그리고 지구 포인트로 친환경 제품을 할인 받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거기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실천이 실제로 환경에 기여한 정도를 탄소배출량과 인증 횟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커뮤니티 창을 통해 다양한 환경 콘텐츠를 접하고, 환경 관련 정보 또한 얻을 수 있다. 앱 ‘지구공’은 연결을 모토로 삼고 있다. 이 앱을 통해 환경을 위해 활동을 하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관, 사람과 친환경 제품의 연결이 더 쉬워지도록 하나의 공동체를 구성하고자 한다. 
 
함께 ‘제비의 삶, 시즌 2’를 준비하고 있는 김지원 <지구공> 대표는 ‘환경을 지키는 생활이 당연해지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지구공’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가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환경을 지키는 생활 속 실천의 어려움’에 대해 물었을 때 시민들이 가장 많이 한 답변이 ‘주변의 유별나다는 시선, 내가 실천한다고 바뀌지 않을 거라는 무력감, 친환경제품의 비싼 가격’이었다고 지적했다. “그 분들이 더 쉽게 기후와 환경을 지키는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앱 기반 서비스를 ‘지구공’이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서울환경연합은 앱 ‘지구공’을 기반으로 ‘제비의 삶 시즌 2’를 진행하면서 온라인 기반 캠페인의 모델을 만들어간다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새삼 절감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목표와 취지를 가진 캠페인과 그 실천을 보조하는 접근성 좋은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하는 시민들, ‘제비’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것을. 제비들이 서로의 실천을 응원하며 삶의 방식을 바꾸는 도전을 진행하고 있다. 
 
글 /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시민참여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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