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 무세제 세탁의 꿈 / 이상백

무세제 세탁의 꿈


지난 10월 10일 대우전자가 무세제 세탁기를 출시한 지 3개월이 지난 현재 첨예했던 타 가전업계
와 세제업계와의 대립은 의외로 무뎌졌다. 세제 없이 물로만 빨래하는 세탁기가 몰고 올 만한 파
장치고는 다소 의아한 상황이다.
대우전자는 특수 전기분해장치를 통해 일반 수돗물을 세탁과 살균에 필요한 세탁이온수로 변화시
켜 의류에 묻은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세균을 살균하는 방식의 ‘마이더스’세탁기를 출시했다.
이에 따라 세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환경오염과 피부질환 문제들이 해소되고 세균과 박
테리아까지 거의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탁력에 있어서도 세제를 쓰는 일반세탁기
에 비해 별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가전업체들과 세제업체들은 세탁에 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새로운 제품에 크게
반발하며 무세제 세탁기의 세탁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10월 14일 가전 및 세제업계는 <한국비누세제공업협회> 주관으로 무세제 세탁기의
세탁력 실험에 착수하기로 했었다. 실험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달 가량 소요될 것이라고 했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 실험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 무세제 세탁기의 판매실적은 약 5천여대. 대우전자 박선후 세탁기연구소장은 “2월부
터 다시 대대적인 광고와 더불어 공격적으로 제품홍보와 판매에 나설 것”이라며 정면돌파의 의
지를 밝히고 있다. 가격도 다소 비싼 129만원에서 20만원 정도 낮춘 109만원대의 제품을 출시해
경쟁력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사실 이 세탁기의 핵심기술은 중소기업 경원엔터프라이즈(주)에서 개발한 것이다. 이 업체에서
지난해 8월‘무세제 세탁시스템’기술로 산업자원부의 NT(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요. 일단 돈을 떠나서 가족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의식이 있는 사
람들의 수요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핵심부품인 ‘마이더스 키트’를 대우전자에 공급하고 있는
경원엔터프라이즈의 김희정 회장의 말이다. 세제 없이 세탁이 가능하다면 이로 얻을 수 있는 긍
정적 효과는 대단할 것이다. 우선 환경적으로 수질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독성이 강한 표백세
제로 인한 질환을 방지할 수 있다. 폐수처리 과정도 생략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생태계 보호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대우연구진에 따르면 2001년 10월 현재 우리나라 세탁기 보유대수는 1400만대, 연간 10억톤 이상
의 물이 세탁에 사용된다고 한다. 이는 만조시 팔당댐 56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설명대
로 무세제 세탁의 물 사용량이 기존 세탁기에 비해 2분의 1에 불과하다면 물 절약 효과도 엄청
날 것이다.
김 회장은 미국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물과학(Water Science)’
을 연구한 학구파 사업가다. 지난 2년간 산자부로부터 3개의 NT 인증을 획득했는데 무세제 세탁
시스템을 비롯해 나머지도 ‘난분해성 폐수 처리’기술과 ‘살균, 탈취, 세정수 촉매전극제조’
기술로 모두 물과 관련된 것들이다. 16년간 물에 집착해온 김 회장의 노력과 열정이 엿보이는 대
목이다.
“가전 3사와 다 접촉을 한 후 대우와 계약을 한 것은 대우연구진이 제일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신기술을 존중하는 분위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김 회장은 외국에서 생활을 적지 않게 한 탓
에 중소기업이 경쟁하기 힘든 한국사회의 사업 여건에 대해 불만이 많다. 그래서 이익을 떠나 자
신의 신기술을 진지하게 수용해 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마루베니 상
사를 비롯해 유럽, 중동, 중국 등에서 기술도입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한국사
회에서 이렇게 냉대를 받는다니…….”
실험적으로 가정에서 무세제 세탁기를 사용하고 있는 환경연합의 최재숙 총무팀장은 “세탁력은
일반세제 세탁기와 비교해 크게 차이가 없어요. 흰 빨래가 여전히 문제이긴 하지만 그건 뭐 세제
를 써도 비슷한 거니까. 일단 물이 적게 들고 소음이 작은 거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소비자의 선택은 분명하다. 세탁기는 빨래가 잘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가격과 환경
을 고려할 것이다. 무세제 세탁기에 관한 논란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오히려 그
렇게 되는 것이 소비자의 확실한 선택과 환경과 건강을 위해 좋은 일이다. 만약 환경친화적인 기
술과 제품임에도 온갖 이해관계 때문에 어물쩍 넘어간다면 우리 사회에는 여러모로 손해일 수밖
에 없다.

이상백 기자 leesb@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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