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도 국립공원이 있다면 _ 이상백


국립공원 추가지정 유형으로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습지.
람사르 지정 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갯벌 ⓒ함께사는길 이성수

지난 10월 실시된 국립공원 추가·확대 지정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립공원 면적은 국립공원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국립공원의 추가·확대 지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지정이 필요한 유형으로는 갯벌과 습지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그 이유로 수서생태계의 핵심지역이라는 점과 세계적인 유산으로 그 가치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우리나라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갯벌이나 습지는 전무한 실정이다. 총 20개의 국립공원을 자원유형별로 나누어보면 산악형국립공원이 16개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해상형 2개, 해안형 1개, 사적형 1개로 구분된다.

지난 20년간 국립공원 추가지정 없어
상지대 유기준 교수는 10월 24일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과 환경연합 주최로 서울 문학의 집에서 열린 ‘국립공원 추가·확대 지정을 위한 당면과제와 추진전략’ 심포지엄에서 위와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국립공원의 제도, 현황, 문제점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정해 이루어졌다. 집단별 표본수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40부, 국립공원 관련 학계 전문가 41부, NGO 회원 23부로 총 102부의 자료가 활용됐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정의에 따르면 국립공원은 ‘비교적 넓은 면적이어야 하며, 인간의 개발과 점용에 의해 물리적으로 변화되지 않은 몇 개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고, 동식물과 지형학적 위치 및 서식지가 특별한 과학적·교육적·여가선용적 가치를 지니고 수려한 자연풍경을 구비해야 하는 곳으로, 영감적·교육적·문화적 그리고 여가선용을 위한 특별한 조건하에서만 탐방이 허용되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1967년 지리산국립공원 지정을 시작으로 1988년 월출산과 변산반도국립공원 지정까지 총 스무 곳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국립공원 지정 이후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추가지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대로 단 한 곳도 추가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등 관련 환경단체는 지속적으로 “현재 지정된 국립공원으로는 충분한 생태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더 이상의 무분별한 이용을 막고 추가지정을 통한 국립공원의 생물다양성 보전 및 생물자원 보호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자료: 「국립공원 추가·확대 지정을 위한 당면과제와 추진전략」, 2007년

갯벌과 습지 선호도 높아
이번 조사에서 ‘현재 우리나라 국립공원 면적 규모가 국립공원 지정 목적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면적을 확보하고 있는가.’에 대한 항목에 그렇지 않다(55퍼센트)와 매우 그렇지 않다(25퍼센트)가 높게 나타나 80퍼센트의 응답자가 우리나라 국립공원 면적이 그 취지에 부합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공원 추가·확대 지정의 필요성’에 대한 분석에서는 매우 그렇다(55퍼센트)와 그렇다(41퍼센트)라는 응답이 높게 나타나 응답자 거의 대부분이 국립공원 추가·확대의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앞선 질문인 국립공원 지정 면적이 부족하다는 인식에 상응하는 결과로 판단된다.
‘어떤 유형의 국립공원 추가 지정이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다중응답을 실시한 결과 갯벌이 81회(35퍼센트)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습지 65회(28퍼센트), 산악 34회(16퍼센트), 해양 28회(12퍼센트), 하천 27회(12퍼센트)의 순으로 파악됐다.
추가지정 유형에서 나온 이러한 결과에 걸맞게 추가지정이 필요한 지역에 대한 문항에서도 강화도 갯벌 일대(7회), 새만금(6회), 우포, 4대강 발원지 유역, 전라남북도 지역 갯벌 일대, 기존 도·군립공원(4회), 울릉도/독도, 장항습지(3회) 등의 순으로 나타나 갯벌과 습지의 보전 필요성에 대해 높은 지지도를 보였다.
국립공원은 한 나라의 자연생태계를 대표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갯벌생태계는 국제적으로 그 중요성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정작 한국의 국립공원에는 갯벌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위상은 말이 아니게 된다.
람사르협약에서 규정하는 갯벌과 습지의 중요성은 생물다양성의 보고로서, 지역주민의 삶의 현장으로서, 지구생태계에 기여하는 바로서 이미 그 보전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강원 대암산 용늪, 경남 우포늪, 전남 장도습지, 순천만·벌교갯벌, 제주 물영아리오름습지 등 5개가 람사르 사이트로 등록되어 있다.
이날 ‘갯벌국립공원 추가·확대 지정 구상’에 대해 발표한 환경연합 습지센터 김경원 국장은 “정작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연구, 조사는 태부족인 채 그동안 갯벌의 간척과 매립을 둘러싼 개발과 보전 사이의 갈등과 충돌만 지속되어 왔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이미 갯벌이라는 자연생태계의 중요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상황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갯벌생태계를 중요한 자연생태계로 인식하고 보호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립공원으로서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려는 노력이 미흡한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상백 기자 leesb@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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