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다에 생명이 산다

 
해양생물은 사는 환경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눈다. 물 위에 떠다니는 부유생물, 바닥에 붙어사는 저서생물,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유영생물, 크기가 아주 작은 미생물 등이다. 해양폐기물이 배출되었던 해역의 수심은 서해병해역 80미터, 동해정해역 150미터, 동해병해역 200~2000미터 정도다. 저서생물은 이런 깊이에서도 얼마든지 살아가고 있다. 수심이 깊은 곳은 햇빛이 들지 않아 광합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곳에 사는 저서생물의 유일한 먹이는 위에서 떨어지는 생물사체, 먹다 남은 찌꺼기 등이다. 
 
필자는 3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동해정해역과 인접한 해역의 생태계를 조사하는 기회를 가졌다. 폐기물 배출해역을 조사하려는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해역으로부터 수십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바다를 조사했지만 이러한 자료로도 동해정해역의 저서생물상을 이야기 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0.1그램 저서생물이 떠안은 1억3000만 톤 폐기물  

 
수심 100~500미터 정도의 해저바닥에는 저서생물 약 200종이 살고 있으며, 가로 세로 1미터 면적에 600~1000마리 정도 살아가고 있었다. 해저 세계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종류와 수의 저서생물이 살고 있다. 200여 종의 저서생물에는 갯지렁이, 조개, 고둥, 거미불가사리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중에서 가장 마리수가 많은 것은 갯지렁이이고, 가장 무거운 것은 거미불가사리이다.
 
우리가 바다에 버린 폐기물이 얼마나 엄청난 양인지, 그리고 바다에 살고 있는 생물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는 숫자로 간단히 계산해보면 된다. 우리는 88올림픽을 치른 후부터 2002년 월드컵을 거쳐 지난해까지 28년 동안 총 1억3000만 톤의 폐기물을 바다에 버렸다. 폐기물을 배출한 해역 세군데(동해병, 동해정, 서해병)의 넓이는 약 8480제곱킬로미터로 우리나라 갯벌면적의 3배를 넘는다. 
 
동해정해역 같은 곳에는 1제곱미터 면적에 600~1000마리 정도 저서생물이 산다. 배출해역 전체로 환산하면 저서생물 4조~7조 마리가 살고 있는 셈이다. 폐기물 1억3000만 톤을 전체 마리수로 나누면 저서생물 1마리당 우리가 버린 해양폐기물을 20~30그램 정도 떠안고 살아온 셈이다. 
20~30그램은 어른 숟가락으로 밥을 한 술 가득 뜬 정도의 무게로 별로 양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폐기물 배출해역에 사는 저서생물 1마리의 평균무게는 0.1그램 정도다. 이렇게 크기가 작은 저서생물이 사는 동네에 28년 동안 20~30그램의 쓰레기를 버려온 것이다. 필자의 몸무게는 75킬로그램인데 누군가 우리 집에 15톤이나 되는 쓰레기를 버린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자기 집에 누군가 이 정도의 쓰레기를 버린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폐기물 배출해역에 살고 있던 저서생물들은 무슨 죄가 있는가?
 

바다를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

 
우리가 버려온 쓰레기를 아무 말 없이 받아줬던 저서생물들의 이름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예의일 것 같다. 가장 많이 사는 5종류의 저서동물 이름을 불러본다. 살시빗살거미불가사리(Ophiura sarsi), 은족해삼(Molpadia oolitica), 꼬마반달조개(Yoldiella philippiana), 바다반딧불이(Varugra hilgendorfii), 산발유령갯지렁이(Polycirrus nervosus).
 
해양수산부는 올해를 해양배출 제로 원년으로 삼고 폐기물 배출해역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수심이 깊은 곳을 복원한 사례는 전 세계에 찾아볼 수 없다. 심해생태계는 온도가 낮고 변화가 상당히 느려서 외부 충격에 상당히 민감한데 이를 어설프게 복원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심해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복원방법으로 검토되고 있는 방법 중에 항로를 준설한 흙을 가져다가 위에 덮어서 복원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아주 오염이 심한 지역(방사능, 중금속)을 격리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심해생태계를 두 번 죽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폐기물 배출해역이 심하게 오염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기술력은 있지만 경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폐기물 배출해역에 대한 조사결과가 일부 있었으나, 배출해역이 건강한 상태라고 보고해 폐기물 배출이 지속되도록 유도한 바 있다. 
 
당시에는 폐기물 배출해역이 건강해서 배출해도 된다고 하다가 지금에 와서는 생태계가 망가졌으니 복원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폐기물 배출해역 주변을 어업금지구역으로 지정한 뒤 이대로 두는 현재의 정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어설프게 손을 대서 망치는 것보다는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낫다. 
 
그래도 그동안 폐기물을 버려온 것이 미안해서 저서동물 오형제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다면 육지에서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폐기물을 해역에 투기하는 것은 범죄이나 길을 가다 버린 쓰레기가 빗물에 씻겨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하지만 저서동물 오형제에게는 두 경우 모두 누군가 자기 집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글 류종성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운영위원이자 안양대학교 해양바이오시스템공학과 조교수 jsryu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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