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인천시, 마지막 남은 송도갯벌이 위태롭다

두 얼굴의 인천시

마지막 남은 송도갯벌이 위태롭다


이혜경 인천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leehk@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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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보전지역’에서 흙탕물을 일으키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남선정


지난 11월 말, 숱한 시련의 역사 속에서 생명을 버텨가고 있는 송도갯벌이 누런 황토물로 뒤덮이는 사건이 일어났다. 갯벌에 인공수로를 파고 있는 것도 모자라 벌건 흙을 쌓아놓았는데 이것이 그대로 노출돼 밀려오는 파도에 의해 갯벌 전체로 퍼지고 있었다. 수많은 도요물떼새들은 흙탕물 위를 떠돌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이곳은 인천시가 보호를 위해 지정한 습지보호지역. 인천시는 놀랍게도 직접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었다. 


갯벌 파괴의 역사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송도갯벌은 ‘황금갯벌’이었다. 조개의 황제라 불리는 ‘백합’ 껍질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정월보름이면 송도의 모시조개(가무락)탕을 먹지 않으면 나이를 헛먹는다며 사람들은 송도를 찾았다. 송도갯벌의 꽃게가 맛좋기로 소문이 나자 장사꾼들은 다른 곳에서 잡은 꽃게에다 뻘을 발라 ‘송도꽃게’로 속여 팔 정도였다. 가도 가도 끝이 없어 ‘먼어금’이라 불리는 송도갯벌은 광활한 갯벌에 상합, 가무락, 동죽, 맛살, 비쭉이, 키조개 등 조개가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30여 년 사이 송도의 갯벌은 뭍으로 변했고, 아파트와 공장들이 들어섰다. 송도갯벌이 삶의 터전이었던 어촌계는 명맥만 유지할 뿐이다. 매립의 산물이다. 

어자원의 보고이던 송도 앞바다가 죽어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남동공단이 들어서면서부터다. 그리고 1990년대에 시작한 송도신도시 건설로 황금어장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1994년부터 시작된 송도신도시 매립은 그곳에 터 잡고 사는 모든 뭇 생명들에게는 사형선고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중에서도 갯벌 생태계의 상위포식자인 철새들은 생과 사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송도신도시 매립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1공구에서 5공구, 8공구 그리고 이제는 11공구까지. 530만 평에서 무려 1600만 평까지 송도갯벌 매립은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송도11공구라 불리는 고잔갯벌은 이제 인천의 육지 연안 쪽에 남아있는 마지막 갯벌이다.


최후의 갯벌 송도11공구

2009년 인천시는 마지막 남은 갯벌 중 일부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황당한 행태를 벌였다. 송도갯벌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매립공사로 수천만 평에 달하던 갯벌이 모두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송도11공구라 불리는 고잔갯벌 300만 평만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인천시가 300만 평 갯벌 중 200만 평마저도 매립계획을 세우며, 나머지 갯벌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작태를 벌인 것이다. 당시 인천시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생색내기용이란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이건만 인천시는 방조제를 보강한다며 갯벌을 오염시키고, 수로를 판다며 갯벌을 파헤치더니 결국 이번 흙탕물사태까지 일으키며 물의를 빚고 있다. 습지보호지역을 훼손하면 법적 처벌을 받는다는 안내판까지 설치해 놓고선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쌓아놓은 육지의 토사가 갯벌에 전체적으로 퍼지게 되면 수많은 갯벌생물들이 토사를 마시고 죽게 되고, 이를 먹고 사는 철새들에게도 위협요소가 된다. 

오늘도 마지막 남은 송도갯벌에서는 매립공사가 한창이다. 바다 쪽으로는 송도신항만이 건설되며 물길을 막고 있고, 육지 쪽으로 송도신도시를 더 확장하기 위한 매립공사가 진행중이다. 송도신항만이 건설되면 소형선박들의 운행이 어려워져 그 유명한 소래포구마저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송도의 남동유수지에서 번식을 하는 저어새들조차 송도11공구 고잔갯벌이 매립되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진정 환경도시를 꿈꾼다면

한동안 인천시는 기후변화와 지구환경을 위한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유치로 떠들썩했다. 인천시는 경제적 효과가 대단한 국제기구를 유치했다고 자랑하며 환경도시로 나아가겠노라 밝혔다. 하지만 자연환경에 대한 인천시의 인식과 실상은 이미 앞선 갯벌 문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바 대로다. 

인천시가 진정 환경도시가 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마지막 남은 갯벌인 송도11공구 매립을 중단해야 한다. 감사하게도 아직 마지막 남은 이곳에 수만 마리의 도요물떼새들이 도래하고 수많은 희귀조류가 찾아오고 있다. 매립을 중단하고 국제적인 철새생태공원을 조성하자. 그러면 송도신도시는 국제적인 해양도시로 거듭날 것이며 인천시의 이미지 또한 고양할 수 있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송도갯벌에서 수많은 철새의 비행을 목격하고 생명체에 대한 신비로움과 자연에 대한 감사를 느낄 수 있으리라. 이것이야말로 GCF를 유치한 인천시가 디뎌야 할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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