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협약에 걸맞은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한 8대 제안

제주 하도리 철새도래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우리나라는 1997년 3월 람사르협약에 가입했다. 이어 1999년 2월 「습지보전법」을 제정했다.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이 이루어졌으나 여전히 람사르협약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람사르협약에 걸맞은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한 8가지를 제안한다. 
 

1. 「습지보전법」의 ‘습지의 정의와 유형’에 대한 개정, ‘습지 유형별 관리권’에 대한 변경

 
「습지보전법」의 습지의 정의에 ‘강과 하천’을 포함시키고, 연안습지를 ‘만조 때 수위선과 지면이 접하는 경계선으로부터 간조 때 수심이 6미터를 넘지 않는 연안역’으로 법적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 또 강 하구와 석호를 람사르 협약의 습지유형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연안습지의 유형으로 변경시키고, 강 하구와 석호의 관리권을 환경부에서 해양수산부로 변경시켜야 한다. 인공습지의 규정을 추가시키되 논, 염전, 농업용 저수지를 관리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 
 

2. ‘습지보전법’에 모든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 명기

 
람사르협약 당사국들이 1999년 7차 당사국총회(COP7)에서 채택하고, 2002년 COP8에서 개정된 당사국 의무에는 ‘물새의 서식처로서 중요한 습지뿐만이 아니라 모든 유형의 습지를 보전하고 현명한 이용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를 위해 ‘지역·국가·국제적 협력을 해야 하며, 이를 통해 전 세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고 람사르협약의 핵심적 내용이 재정립됐다. 따라서 람사르협약 정신에 맞게 ‘모든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이라는 문구를  「습지보전법」에 포함시켜야 한다. 
 
논습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3. 습지 유형별 현황 대폭 확대, 더 엄밀한 습지조사 실시, 해당 결과의 정부 홈페이지 공개

 
「습지보전법」에 의하면, 5년마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이 습지보전기초계획, 습지보전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먼저 한국의 습지 현황을 살펴보자. 2018년 6월에 발표한 ‘제3차 습지보전기본계획(2018~2022)’에는 2017년 기준으로 내륙습지가 2499개소에 총면적이 734.591제곱킬로미터(전체 국토면적의 0.73퍼센트)다. 하지만 2019년 5월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하천(습지)의 면적은 2859.6제곱킬로미터(전체 국토면적의 2.8퍼센트)라고 했다. 람사르협약의 규정대로라면, 이들을 다 합한 내륙습지의 실제 면적은 3594.2제곱킬로미터(전체 국토면적의 3.64퍼센트)가 된다. 2018년 해양수산부의 발표는 2018년 말 기준으로 갯벌면적이 2482제곱킬로미터이고, 수심 0~6미터 해역(조하대) 면적은 3545.5제곱킬로미터라고 밝혔다. 따라서 람사르협약 규정대로 이들을 다 합한 연안습지의 실제 면적은 6027.5제곱킬로미터, 즉 전체 해양면적(EEZ) 30만6674제곱킬로미터의 1.97퍼센트가 된다. 인공습지 중에서 2019년 5월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논(습지) 면적은 1만1223.4제곱킬로미터(전체 국토면적의 11.2퍼센트)이다. 그런데 제주도의 갯벌과 조하대 면적에 대해 해양수산부가 전혀 조사하지 않고 있어서 면적이 얼마만큼이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분석 결과를 정부가 수용한다면, 정부가 발표하는 전국의 습지 유형별 분포 현황은 대폭 증가할 것이다. 
 

4. 지자체 내 전 습지 조사와 습지목록화, 전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계획의 수립과 이행

 
「습지보전법」에는 광역시장과 도지사가 국가 계획에 맞추어 5년마다 ‘습지보전실천계획’을 세우도록 돼 있다. 그리고 습지보호지역에 대해 해당 지정권자가 비정기적으로 ‘보전계획’도 수립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광역지자체 중에서 ‘습지보전실천계획’을 수립한 경우는 경상남도와 제주도뿐이다. 그 중 2016년 12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작성한 ‘습지보전종합계획’을 보면, 내륙습지 중에서 산지형과 호소형 습지에 대해서만 분석하고 있다. 내륙습지에 포함되는 하천습지, 그리고 연안습지, 인공습지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이렇게 부실하게 작성된 계획들에 대해 분석하고 수정 및 보완을 제기하는 노력조차 없었다.
 
광역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초지자체도 관할 내 모든 습지의 유형에 대해 습지 내 생물서식 상태와 습지 관리 실태, 소유권 여부, 위협 요인 등을 조사하여 ‘습지목록화’ 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습지의 보전 및 현명한 이용계획을 세우고 수립된 계획대로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5. 정부의 습지 훼손 중단 선언, 강력한 ‘습지 훼손 규제’ 담아야

 
2016년에 수립한 ‘제3차 자연환경보전기본계획(2016~2025)’을 보면, 국토의 환경능력과 수용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난개발로 인해 20년간(1989~2009) 습지 면적의 61퍼센트가 감소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2018년 6월에 발표한 ‘제3차 습지보전기본계획(2018~2022)’에는, 2017년 기준으로 내륙습지가 2499개소에 총 면적이 734.591제곱킬로미터이었는데, 환경부 국가습지센터가 시행한 제3차 내륙습지조사(2011~2015)의 중간 결과 분석에 의하면 2013년 기준으로 총 1727개소, 면적 1797.89제곱킬로미터로 나타난다. 이를 비교해 보면 4년 동안 772개소가 증가했으나 오히려 면적은 1062.939제곱킬로미터나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면적이 무려 59.12퍼센트나 감소한 것이다. 개소수가 증가했는데 면적이 감소한 곳은 강원도, 경기도, 전북, 제주도였고, 개소수와 면적이 모두 감소한 곳은 경남이었다. 서울시는 개소수의 변화가 없었으나 면적은 감소했고, 부산시는 개소수의 변화가 없었으나 면적은 증가했다. 울산시는 개소수가 감소하였으나 면적은 증가했다.
 
국립습지센터는 국가습지현황정보 목록에 등록된 2499곳의 내륙습지 중에서 1408곳의 습지를 대상으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제2차 전국내륙습지 기초조사사업’을 실시했다. 환경부는 이 기초조사사업의 중간 결과를 2019년 1월 3일 발표했다. 그 중간 결과를 분석해보면 74곳이 소실됐고 91곳은 면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소실과 감소의 원인은 90퍼센트(148곳)가 논, 밭, 과수원 등 경작지로 이용되거나, 도로와 같은 시설물 건축 등 인위적 요인에 의한 훼손으로 드러났고, 나머지 10퍼센트(17곳)는 자연적인 요인에 의한 초지나 산림으로 천이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리고 2019년 6월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8년 사이에 감소한 갯벌면적이 60.8제곱킬로미터이었고, 2008년부터 2018년 사이에 감소한 갯벌면적이 7.4제곱킬로미터이었다. 그런데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갯벌복원이 2개 지역에 면적 1.08제곱킬로미터이었고, 갯벌 물길회복이 6개 지역에 3.4킬로미터 구간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갯벌이 매립되는 면적(7.4제곱킬로미터)이 갯벌 복원을 하는 면적 1.08제곱킬로미터보다 많았을 뿐만 아니라 갯벌 간척과 복원이 병행되는 모순적인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습지는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있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습지 훼손 중단 선언’을 하고, 어떤 습지도 훼손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규제 내용을 담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자연자원(습지)총량제’를 도입해 대체습지를 만들도록 허용하는 것은 오히려 습지 훼손을 부추기고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높으므로 시행하지 말아야 한다. 
 
증도 염전 ⓒ함께사는길 이성수
 

6. 사유지 매입, 주민 재정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 법제화, 습지복원·조사 예산 확보

 
전국의 모든 자연습지를 조사해 보면, 상당한 지역들이 개인 사유지이다. 더욱이 2018년 6월에 발표한 ‘제3차 습지보전기본계획(2018~2022)’을 보면, 2017년 기준으로 습지보호지역 내 사유지는 12개소, 총 13.602제곱킬로미터이고, 이중 5년간 3.155제곱킬로미터(23.2퍼센트)를 102억7400만 원의 예산으로 사유지를 매입했다. 나머지 사유지(9.641제곱킬로미터)를 매입하는데 약 3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한 뒤, 2022년까지 전체 사유지의 20퍼센트(1.928제곱킬로미터)를 매입하고 2045년까지 9.641제곱킬로미터 전체를 매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습지보호지역 내 훼손지는 13개소, 총 2.595제곱킬로미터이고, 이중 5년간 0.484제곱킬로미터(18.6퍼센트)를 162억4100만 원의 예산으로 훼손된 습지를 복원했다. 나머지 훼손지(2.11제곱킬로미터)를 복원하는데 약 2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 뒤, 2022년까지는 전체 훼손된 습지의 30퍼센트(0.633제곱킬로미터)를 복원하고, 2040년까지 훼손된 습지 2.110제곱킬로미터 전체를 복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전국 내륙습지 생태계 조사’는 5년간 73억9100만 원을 사용했고, 5년간 환경부가 내륙습지 보전관리사업에 사용한 금액은 총 339억600만 원이었는데 이는 연평균 67억8100만 원이 사용된 것이다.
 
이상의 기록과 예상을 볼 때, 습지보호지역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습지 내에 포함된 개인 사유지를 정부가 매입하거나 토지 소유자에 대해 임대료를 지불하고 재산세를 감면해 주는 등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습지 주변 주민들에게도 ‘습지마을 만들기 사업’ 등의 습지 관련 마을 활성화 사업을 실시하여 주민들을 습지 보전의 주체로 세우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의 실행을 위해 정부 예산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7. 하굿둑 해수유통·유량변동 복원, 연안과 강·하천의 정비사업 시행과 시행방식 재검토

 
갯벌의 생성과 건강한 갯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갯벌에 퇴적물과 유기물을 공급해 주는 강과 하천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강과 하천의 하굿둑 해수유통과 기수역 복원으로 강과 하천이 바다와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해야 하다. 그러나 해수유통은 낙동강 하구에서 시범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며, 다른 강과 하천은 거의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강과 하천의 중상류에 설치한 각종 댐과 보, 그리고 4대강사업 때 만들어진 보(댐)를 철거하거나 수문을 상시 개방하여 강과 하천의 상류에서 강하구와 바다까지 흐르는 물의 유량변동 복원, 즉 자연스런 물의 흐름을 최대한 복원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해양수산부가 진행하는 연안정비사업, 환경부와 건설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하는 강과 하천, 농수로에서 진행하는 생태하천 조성사업, 하천정비사업, 농수로 정비사업의 시행 여부가 근본적으로 다시 논의되어야 하고, 필요에 따라 시행되어야 한다면 습지생태계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엄밀한 방식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8. 습지 유형별로 체계적 관리와 현명한 이용을 위한 전담기구 설치

 
내륙습지에 대한 관리를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의 국가습지센터가 맡고 있는 것처럼 연안습지와 해양의 체계적인 관리와 현명한 이용을 위해 해양환경공단이 아니라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인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해양보호센터 같은 전담조직을 만들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농림축산식품부가 관할하는 논습지와 염전, 농업용 저수지 등 인공습지의 보전과 관리에 대한 규정이 습지보전법에 포함된다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촌진흥청 내에 인공습지센터 같은 전담조직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이들 습지별 전담기구의 소통과 협력을 위한 체계도 동시에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이들을 모두 통합해 관리하는 독립기구가 설치돼야 할 것이다.
 
 
글 /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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