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진정한 보호는 해양포유류보호법으로 완성된다

우리 바다에서 유영하는 남방큰돌고래 사진제공 국립수산과학원
 
지구에서 가장 진화된 동물은 포유동물이다. 포유동물은 한자로 ‘먹을 포(哺)’와 ‘젖 유(乳)’를 써 젖먹이동물로 불린다. 포유동물은 새끼를 낳고, 젖을 먹여 키우며, 머리카락과 털을 지니고, 뇌의 주름진 부분인 신피질이 발달하여 높은 지능을 갖는다. 분류학적으로는 이 4가지의 특징을 모두 지닌 동물을 포유류라 한다. 
 

바다에 살고 있는 포유동물, 고래

 
해양포유류는 바다에 살고 있는 포유동물을 말하며 분류학적으로는 5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있다. 첫째 그룹은 고래목에 속하는 고래와 돌고래, 둘째 그룹은 식육목 기각상과에 속하는 물개, 물범, 바다사자, 바다코끼리, 셋째 그룹은 식육목 족제비과에 속하는 해달, 넷째 그룹은 식육목 곰과에 속하는 북극곰, 다섯째 그룹은 바다소목에 속하는 듀공과 매너티이다. 
 
해양포유류의 대표는 단연 고래다. 고래는 물고기를 사냥하는 이빨고래와 플랑크톤을 걸러서 먹는 수염고래로 구분된다. 이빨고래는 이빨을 가지고 있는 고래류를 말하며 돌고래, 흰고래(벨루가), 범고래, 향유고래 등이 있다. 수염고래는 이빨 대신 수염을 가지고 있으며 회색고래, 혹등고래, 밍크고래 등이 속해 있다. 북태평양에는 2개의 회색고래 개체군이 서식한다. 러시아에 살고 있는 북서태평양 개체군 회색고래는 가을에 남하하여 우리나라와 일본을 거쳐 대만 부근 바다에서 겨울을 나고 다시 북상하여 오호츠크해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동경로 상에 있는 동해에 자주 출몰하였으나 일제 강점기에 포경과 남획으로 말미암아 1977년 이후에는 더 이상 동해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회색고래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귀신고래로 불린다. 북극 베링해에 사는 북동태평양 개체군 회색고래는 가을에 남하하여 캐나다와 미국을 거쳐 멕시코 앞 바다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다시 북상하여 북극해에서 먹이를 먹는다. 미국 해양포유류보호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북동태평양 개체군은 1994년에 개체수가 2만 마리를 넘어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된 바 있다. 혹등고래는 겨울에 하와이 인근에서 새끼를 낳고 봄이 되면 먹이활동을 위해 북극해로 이동한다. 미국은 1992년에 하와이 인근 해역을 혹등고래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서식지를 특별히 보호하고 있다. 밍크고래는 우리나라, 일본, 러시아를 오가며 서식하는데 일본 포경선의 집중적인 어획 대상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15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10년간 약 800마리의 밍크고래가 우리 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사망하였다. 이런 속도로 사망률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 바다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강도 높은 미국의 고래보호법, 한국은?

 
고래를 위협하는 요인은 포경, 혼획, 플라스틱, 소음, 먹이부족 등이다. 태평양 먼 바다와 남극해에서 매년 수백 마리의 고래를 잡아온 일본은 올해 7월 1일부터 일본 영해에서 상업포경을 시작한다. 올해 포경 어획쿼터는 383마리로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밍크고래, 큰부리고래 등의 생존에도 큰 위협이 된다. 우리 바다의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는 매년 1000여 마리가 그물에 걸려 사망한다. 작년 11월에 인도네시아 해변에 떠밀려온 향유고래의 뱃속에서 1000조각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고래가 집단자살하는 원인이 소음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해군 작전이나 석유 탐사에서 발생하는 소음 강도는 화산폭발이나 해저지진에 맞먹는다.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 태평양 해안가에 죽은 채 떠밀려온 회색고래가 70마리에 달하는데 사망원인으로는 먹이부족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러한 위협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해양포유류보호법 제정이 시급하다.
 
미국은 1972년에 해양포유류보호법을 제정하여 해양포유류 5그룹을 강도 높게 보호하고 있다. 동법 제3조에서는 해양포유류의 포획뿐만 아니라 포유류의 행동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해안가에 쉬고 있는 물개에 소리를 지르거나 돌을 던져 귀찮게 하는 행위(harassing)도 금하고 있다. 1994년에는 해양포유류의 혼획을 가져올 수 있는 어구로 잡은 수산물의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을 추가하여 혼획 가능성이 있는 미국 국내 수산업을 완전히 정리하였다. 
 
2016년에는 혼획을 유발하는 어구로 잡은 수산물과 이를 원료로 하는 식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2022년 1월 1일에 시행되며, 미국의 인증을 받지 못한 그물로 잡은 수산물과 수산식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양포유동물과 해양보호생물의 보호를 위한 해양생태계법과 혼획된 고래의 유통을 허용하는 고래자원 고시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해양생태계법은 해양포유동물의 서식지, 산란지, 회유경로를 보호하고(제16조), 해양포유동물 및 해양보호생물이 혼획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제18조)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해양보호생물의 포획, 채취, 이식, 가공, 유통, 보관, 훼손을 금지(제20조)하고 있다. 반면 고래자원 고시 제10조에서는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지 않은 고래가 혼획될 경우 판매를 허용하고 있어 해양보호생물에 속하지 않는 고래 25종이 불법 혼획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고래고기 유통을 허용하게 되면 고래가 지나는 길에 그물을 쳐서 걸리게 하는 의도적 혼획을 방치하는 셈이 된다. 이러한 의도적 혼획은 우리 바다에서 고래의 멸종을 가져올 수 있는 큰 위협이 된다.
 
우리 바다에 서식하고 있는 고래 41종은 모두 해양포유동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중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는 16종에 불과하다. 밍크고래는 한 마리에 4000만 원을 넘어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데 우리 바다에서 매년 50~100마리가 혼획된다. 밍크고래는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범고래도 우리 바다에 살고 있으나 3년에 한 마리 꼴로 혼획된다. 범고래 역시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반면 상괭이는 2016년 해양보호동물로 지정된 후 매년 혼획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상괭이의 혼획 마리수가 감소하는 원인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첫째 2016년 이후 혼획된 사체의 판매가 금지되어 의도적으로 상괭이를 혼획하는 경우가 줄어든 것이다. 둘째는 혼획된 사체를 판매할 수 없어 신고하지 않고 바다에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고래 41종 전체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것이 의도적 혼획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임에는 분명하다. 
 
2017년 8월과 2018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고래상어를 풀어준 사례가 있다. 그물의 손실비용을 보전해 준다면 훨씬 더 많은 해양보호생물이 혼획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포유류보호법 제정해야

 
 
해양포유류를 위협하는 요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해양포유류보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해양포유류에 대한 포획, 채취, 이식, 가공, 유통, 보관, 훼손 금지 △해양포유류의 중요한 서식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 △해양포유류의 서식지에서 혼획을 야기하는 낡은 그물의 사용 금지 및 대체 어구와 어법 개발 지원 △해양포유류가 이동하는 경로에서 선박의 운항속도 감속 △해양포유류의 서식범위, 개체군 규모, 사망률, 먹이환경 등을 정확히 조사하고 이를 기반으로 과학적인 해양포유류 관리계획 수립 등이다. 특히 해양포유류의 먹이가 되는 물고기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은 해양생태계의 건강이 회복된다는 징조이다. 
 
미국 워싱턴 주는 2019년부터 2년간 1조3000억 원을 투자하는 범고래 관리방안을 발표하였다. 예산 세부내역을 보면 범고래의 먹이가 되는 연어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하구 복원에 4000억 원, 연어 양식장 증설에 200억 원, 범고래관광을 3년간 금지하고 여객선의 디젤엔진을 소음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전기엔진으로 교체하는데 1200억 원을 책정하였다. 범고래를 보호하겠다고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미국의 사례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 
 
고래를 보호하는 것이 곧 우리에게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수천만 년을 바다에서 진화해온 해양포유류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건강한 바다이다. 고래를 자원으로 보는 후진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보호대상으로 보는 선진적인 수준의 나라로 탈바꿈해야 한다. 해양포유류보호법 제정에 그 길이 열려 있다. 
 
 
글 / 류종성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위원장, 안양대학교 해양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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