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삼성 새만금 투자철회가 아니야

글  /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바다를 가른 새만금 방조제 ⓒ함께사는길 이성수
 
‘새만금 23조 투자 계획 MOU는 달랑 두 쪽’ ‘삼성의 새만금 투자는 이명박 정권이 만들어낸 대국민 사기극’ ‘삼성 새만금 투자 백지화, 진실 규명 요구 거세’ 
 
최근 삼성의 새만금 투자약속 사실상 철회를 두고 지역 언론이 내건 머리기사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 약속은 정치적 미봉책

 
삼성의 새만금 투자 약속은 2011년 통합 LH 본사 이전이 경남으로 결정돼 전북 민심이 들끓던 즈음이다. 국무총리실과 전라북도는 삼성이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용지에 20조 원 넘게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누가 봐도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미봉책이었다.
 
하지만 MOU이 구속력을 갖지 않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이에 대한 검증 없이 지역 언론은 환영 기사로 도배했다. 거리를 뒤덮었던 LH 본사 경남 이전 규탄 플래카드는 하룻밤 새 삼성 새만금 투자 환영 플래카드로 바뀌었다. 
 
새만금 개발의 청신호가 빨간불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외국 기업유치에 온갖 특혜를 줘도 군장국가산업단지에 인접한 새만금 산단에 겨우 4개 기업이 들어왔을 뿐이다. 그것도 석탄을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와 화학물질 공장인 도레이와 솔베이뿐이다. 태양광 업체 OCI도 폴리실리콘 공장 설립 계획을 포기했다. 지금까지 3조 원의 수질개선 사업비를 쏟아 부었음에도 새만금 호소 수질은 평균 5급수, 농업용수 사용도 어려울 지경이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전체 개발 면적의 73퍼센트에 대해 토지 매립을 끝내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아직까지도 개발이 가능한 곳은 산업 단지 일부에 불과하다. 그나마 가장 매립이 빠른 새만금 산단도 매립토가 없어서 지역 단체의 반발에도 석탄재 매립을 추진할 정도다. 내부 도로망도 지난해 7월에야 착공을 했다. 외부인이 보기에 아직까지 새만금은 물만 찰랑거리고, 그 나머지 반은 먼지만 풀풀 날리는 노출지일 뿐이다. 
 

신재생에너지 용지 없앤 정부

 
새만금 산단 개발 계획도. 이중 1공구(1,840만m)만 100% 매립과 기반시설 조성완료 되었고 2공구(2,550만m)는 매립만 100% 완료하고 기반시설 조성 중이며, 2016.5월 현재 5공구(1,810만m) 매립이 59% 진행 중이다. 새만금 내부개발 매립 면적 28,300ha 중 당장 개발이 가능한 땅은 439ha에 불과하다
 
그런데 정부는 2014년 어떤 이유에선지 새만금 특별법을 개정해 저탄소 녹색성장의 개발 전략을 담은 새만금 마스터플랜의 핵심 축이던 신재생에너지 용지 계획을 없애 버렸다. 이로 인해 삼성은 새만금에 투자하지 않아도 될 ‘문서상 권리’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개정된 새만금특별법은 8대 용지 체계의 토지이용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용지를 빼 버렸기 때문이다. 삼성과 체결한 양해 각서 내용에는 23조 원 신규 투자를 신재생에너지 용지에 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용지가 사라져 버렸으니 삼성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새만금 산단의 잇단 기업 이탈에 대한 화살이 삼성으로 향하게 되자 삼성은 새만금개발청장에게 사실상 심부름을 시켜 향후 신규 사업을 검토해보겠다는 의사를 전라북도에 전해왔다. 새만금에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보인 80여 개 기업 중 실제 새만금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5곳에 불과하고, 이 중 하나인 OCI마저 최근 투자계획을 철회한 상황이다 보니 지역 여론은 이를 두고 삼성이 오만방자하다거나 무책임하다며 한목소리로 삼성을 비난했다. 
 
사회적 갈등 해결은커녕 혼란만 키우면서, 도민을 우롱하는 일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곁가지만 언급하는 책임 공방이나 SOC 기반 시설 확충이 늦어졌기 때문이라거나 삼성이 직접 입장을 밝히라는 주장은 본질에서 한참을 비껴난 것이다.
 

책임져야 할 이들은 따로 있다

 
새만금방조제 공사 이전(1991년)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된 2006년
 
새만금 용지 55퍼센트가 육지로 변한 2014년
 
냉철하게 들여다보면 삼성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인 풍력과 태양광의 사업성을 두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도의적으로 사과를 하는 것은 마땅하나 그렇다고 책임지라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책임져야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삼성의 투자 철회는 새만금 사업의 근본적인 한계가 초래한 문제다. 삼성의 투자 약속이 공수표가 된 책임은 전적으로 새만금개발계획을 수정한 정부와 전라북도, 그리고 정치적 이용에만 급급했던 깜깜이 정치권, 아무런 검증 없이 축포만 터뜨리던 언론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삼성이 무언가라도 주기를 바라는 듯, 삼성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전라북도와 언론, 정치권의 모습은 구차하기 짝이 없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삼성 투자를 원한다면 실현가능한 계획으로 새만금 마스터플랜을 변경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삼성이 투자 계획을 다시 살린다고 해도 실질적인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새만금은 시화호 수준의 수질악화, 내부 매립토 확보의 어려움, 더딘 개발 속도, 바깥 쪽 해양환경악화 등 한계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는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 새만금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미래지향적인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환경보존을 중심에 둔 개발 계획으로 선회할 시점이라는 것이, 삼성 투자 철회가 전라북도에게 주는 교훈이다.
 

해수유통으로 플랜B 수립해야

 
방조제의 해수유통과 하구의 기수역 복원은 전 세계의 일관된 흐름이다. 새만금호 담수화만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새만금개발의 발목을 잡을 뿐이다. 새만금호의 담수화는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해야 할 이유도 없어졌다. 대폭 줄어든 농업용지는 주변 평야지대의 농수로를 연결하고, 간척지 내 유수지의 규모를 확충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해수유통으로 새만금 수질관리계획을 변경하고, 지속가능한 부분 집중 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제 2의 환경친화적인 새만금개발계획, 플랜B를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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