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갇힌 인권과 불법어업

환경운동연합과 공익법센터 어필,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정의재단(EJF)은 지난 6월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어선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선원 인권침해와 불법 어업 실태를 고발했다ⓒ공익법센터어필
 
얼마 전 발생한 중국 롱싱 629호의 인도네시아 어선원 수장 사건으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시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편 공익법센터 어필(APIL)과 환경정의재단(EJF)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원양어선과 연근해어선 41척에서 조업했던 이주어선원 54명과 인터뷰를 근거로 진행했다. 인터뷰한 이주어선원들은 △낮고 차별적인 임금 △휴식시간 없는 장시간 노동 △열악한 생활 조건 △노동 강요를 경험하고 있었다. 선원들은 강도 높은 노동 착취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급한 이탈 보증금, 체납된 임금, 압수된 여권으로 배를 떠날 수 없었다. 
 

노동 강도와 항해 거리 세계 1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대학(UCSB) 연구진은 2018년 기준 상위 25개 수산국 참치 연승선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연승선이 조업 시간, 항해 시간, 항해 거리 부문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연구진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높은 노동 강도와 긴 항해 거리 부분에서 바누아투, 세이셸과 함께 경쟁했다. 바누아투는 솔로몬제도와 사모아 사이에 있는 나라로 인구 약 3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세이셸은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동으로 약 1300km 떨어진 섬나라로 인구 약 9만6천 명이 거주하고 있다.
 
조업 시간은 곧 노동시간이다. 이주어선원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들 중 96%가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의 고된 육체노동을 했고 57%는 하루 18시간 이상 일한다고 진술했다. 하루에 20시간 이상을 일하는 선원도 26%나 됐다. 이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6.9시간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말은 못 하지만 한국 욕은 할 수 있는 외국인

 
ⓒ공익법센터어필
 
이주어선원들에게 가하는 신체적 폭력은 선장, 부선장, 항해사나 갑판장에 의해 자행됐다. 이들은 손에 들고 있던 손전등, 목재, 물병, 드라이버 등으로 이주어선원을 가격하거나 손으로 따귀를 때리거나 발로 걷어찼다. 한국 사람이 자주 사용하는 욕은 일상적으로 들어서 인터뷰한 선원들이 정확한 발음으로 한국 욕을 했다. 
 
“배를 탄 지 나흘째 되던 날, 한국인 조리장에게 맞았다. 한국말로 뭐라고 했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자기가 시키는 대로 안 한다고 생각했는지 때리기 시작했다. 조리장은 내 머리채와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찼다. 한참을 맞았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맞을 때 옷을 잡아당겨서 옷이 다 찢어졌다. 너무 아파서 일할 수 없었다.”(2019년 인터뷰한 통발어선 베트남 이주어선원)
 
“많이 먹어도 욕하고, 적게 먹어도 욕하고, 빨리 먹어도 욕하고, 천천히 먹어도 욕한다. 일 많이 해도 욕하고, 일 적게 해도 욕한다. 하지만 별수가 없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2019년 인터뷰한 부산 채낚기어선 베트남 이주어선원)
 
선원들은 구타와 욕설에 분노와 모멸감을 느꼈다고 한다. 선원들은 모멸감 속에서도 월급을 주지 않겠다는 협박을 당했기 때문에 부당함 속에서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인터뷰했다.
 
선원들이 아파도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아픈 몸 상태에도 노동을 강요당했다. 안전 장구는 검사관이 선박에 승선할 때만 지급됐다. 맞고 욕먹으면서 목숨 걸고 조업해야 하는 상황에도 이들은 빼앗긴 여권, 이미 지급한 이탈보증금, 밀린 월급으로 도망갈 방법이 없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중국 롱싱 629호 선원 수장사건의 피해자들이 인도네시아로 귀국하기 전날  자카르타에서 집으로 갈 차비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모금함을 열었다. 일정이 매우 급한 상황에서 환경운동연합 비용으로 선원 14명의 차비를 준비했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험상궂은 한국 브로커의 고함과 윽박으로 이주어선원들을 출국장으로 내몰았다. 활동가가 팔을 뻗어 차비가 담긴 봉투를 그들에게 내밀었지만, 차비가 없다고 얘기한 선원들은 돈을 받지 못했다. 이 상황을 통해 이주어선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는지 작게나마 알 수 있었다.
 

이주어선원이 배를 떠날 수 없는 시스템

 
원양어선의 경우 이주어선원이 해를 넘기며 조업을 해서 배를 떠날 방법이라곤 바다에 뛰어들거나 다른 나라 항구에 잠시 정박했을 때 도망치는 것뿐이다. 실제로 2011년 오양 75호가 뉴질랜드에 잠시 정박했을 때 승선했던 이주어선원 32명이 뉴질랜드로 탈출한 사건도 있었다. 
 
이주어선원이 배를 떠날 수 없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비공식적이지만 공식적인 것처럼 행해지는 이주어선원 노동 시스템이다. 이주어선원이 고국을 떠나면서 발생하는 고액의 송출 비용과 계약을 만료하지 않고 일을 그만둘 때 발생하는 이탈보증금이 있다.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이탈보증금을 내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집을 팔기까지 했다. 여기에 여권까지 압수되면 배를 떠날 수 없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주어선원의 93%는 일하기 시작한 첫 달부터 석 달가량은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주어선원을 옭맬 수 있는 다양하고 촘촘한 이탈 방지책이 관습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국제법은 물리적, 사회적으로 고립돼 착취와 학대의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노동을 계속하는 인권침해를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있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불법 어업

 
원양어선에서 포획된 범고래붙이 ⓒ공익법센터어필
 
한편 지난 롱싱 629호 사건은 전문적으로 상어지느러미(샥스핀)를 채집하는 불법 어업이 사진에 담겨 확인됐다. 국내 선사들은 국제적으로 샥스핀을 노리고 불법 어획하는 행위는 선사에 큰 위험을 초래하기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주어선원들은 우리 선박이 허가 없이 타국의 관할수역(EEZ)에 침범해 조업하는 상황과 어떻게 고래, 바다코끼리, 물범, 상어 등의 멸종 위기 생물들을 포획하는지 알려줬다. 일부 선원은 선장이 상어지느러미를 판매용으로 수집했다고 전했다. 
 
해양학자들은 매년 1억 마리의 상어가 불법 어업으로 멸종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어는 산 채로 잡혀 지느러미가 잘리고 몸통은 바다에 버려진다. 물속에서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는 상어는 공기 중에 나와 숨 막히는 상황에서 지느러미가 잘리는 고통을 마주한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갈 땐 무력하게 가라앉으며 죽게 된다. 
 
진술에 따르면 선장이나 항해사는 물개나 바다코끼리 등의 해양포유류를 잡았을 경우 간과 같은 내장이나 생식기 그리고 이빨을 도려내 빼낸 후 몸통은 바다에 버리도록 지시했다. 일부 어선에선 선내에 창을 준비해 바다코끼리나 물개를 직접 포획하기도 했다는 진술이 있었다.
 
환경연합 등 시민단체는 이주어선원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국제어선원노동협약188(ILO C188)의 조속한 비준을 요구하며 △이주어선원에 대한 최저임금 차별 철폐 △휴식 및 휴일에 대한 보장 △여권 압수 관행 근절 △해양수산부의 송출입 과정 개입으로 부정 근절 △권리 구제를 위한 핫라인 구축을 제안했다. 불법·비보고·비규제(IUU)어업을 근절하기 위해 △해상 체류 기간 6개월로 제한 △자국의 항만국 검사와 노동 검색 의무화 △선박위치추적장치 송수신 주기 30분으로 단축할 것으로 제안했다. 
 
* 환경연합은 공해상과 연근해에서 발생하는 불법·비보고·비규제(IUU)어업을 근절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환경운동연합과 함께해주세요.
 
글 /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해양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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