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루가를 위하여

환경운동연합 상설위원회인 <바다위원회>는 수족관 포유류 방류와 고래 식용 금지를 요구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 환경운동연합은 「해양포유류보호법」 입법 촉구 활동을 통해 ‘고래 포획 금지’와 ‘해양포유류 괴롭힘 금지’를 현실화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이러한 제안이 정부 계획으로 대폭 수용되었다. 지난 1월 해양수산부가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있었던 ‘수족관 고래류 체험 프로그램’을 금지하고 ‘그간 계속 벌어졌던 고래류 폐사 대책’을 마련하며, ‘수족관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감금된 고래들의 운명을 바꿀 일보 전진이 이루어진 것이다.
 

수족관 고래류의 현실

 
수족관이 비좁아 몸을 뒤집어 헤엄치는 벨루가 Ⓒ환경운동연합
 
우리나라 수족관 시설에 수용된 돌고래들은 매년 4~5마리씩 폐사하고 있다. 폐사 원인은 대부분 폐렴, 급성 장염, 급성 패혈증, 만성신부전증 등의 질병이다. 그리고 이들 질병은 대부분 스트레스에 의해 발병한다. 고래처럼 인간도 포유류이고 인간 역시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 떨어질 때 갖은 질병에 노출된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는 말은 우리 모두 공감하는 상식이다.
 
광대한 바다에서 살아가는 고래에게 수족관은 매우 좁은 감금시설이다. 흰돌고래라고 불리지만 돌고래가 아니라 고래인 ‘벨루가’의 활동 반경은 추운 베링해에서 미국 캘리포니아까지 이른다. 벨루가의 잠수 능력은 수심 700~1000m에 달한다. 차가운 바닷물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특별한 신체를 갖고 있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사냥으로 먹이를 포획하는 사회적 동물이기도 하다.
 
한국 수족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벨루가의 삶은 그들의 신체 특성, 생활 습성을 생각할 때 처참하다. 약 5m도 되지 않는 수심, 반경 20m의 좁은 수조 속에 갇힌 그들이 볼 수 있는 건 텅 빈 콘크리트 벽뿐이다. 영상 30도가 넘는 날씨에 거제씨월드 수족관에서 확인한 벨루가와 돌고래들은 꼬리 한번 힘껏 치지 못하며 답답하게 유영하고 있었다. 벨루가는 이른바 ‘연구 목적’으로 잡는다. 핑계다. 잡는 건 어린 개체만이다. 어려야 쉽게 길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에서라면 먹이 사냥을 배우며 커야 할 어린 벨루가는 인간이 던져주는 죽은 고기를 삼키며 인간의 명령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받고 훈련된 벨루가는 비싼 값으로 해외로 팔려나간다.
 
2020년,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벨루가 ‘루이’,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고아롱’, 제주 마린파크 돌고래 ‘안덕’, 거제씨월드 벨루가 ‘아자’가 수족관 돌고래라면 숙명적으로 겪는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폐사했다. 2020년 거제씨월드는 ‘돌핀 서핑’ 상품을 판매했다. 고가의 티켓을 산 이가 돌고래 등에 올라타 유영할 수 있게 상품화한 것이다. 위험할뿐더러 명백한 동물 학대다. 학대로 얼룩진 고래, 돌고래 수족관의 현실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이 나온 배경이다.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 무엇이 달라지는가?

 
해양수산부의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이하 종합계획)’은 △동물복지 및 서식환경 개선 △관리·지원체계 개선 및 민·관 협력 강화 △해양생물 보전·연구 기능 강화 △안전 및 공중보건 확보라는 4대 추진 전략과 9개 중점 추진과제를 담고 있다. 
 
우선 종합계획은 동물복지 및 서식환경 개선을 위해 기존 등록제로 운영되된 수족관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서식환경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 검사관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의 설명에 따르면, 허가제 도입으로 ‘사육시설 , 실내·외 환경, 건강·질병 관리 등 수족관 생물의 서식환경 기준을 모두 충족한 수족관만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종합계획은 관리·지원체계 개선 및 민·관 협력 강화를 통해 정부, 지자체, 업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운영 및 동물복지 문제 등의 현안을 해결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또한, 종합계획은 해양생물 보전·연구 기능을 강화해 수족관 내 생물 종의 이력 관리와 증식 및 복원을 위한 해양생물 보전·연구 기능을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종합계획에는 마지막으로 안전 및 공중보건을 확보해 관람객과 수족관 노동자들의 위생·안전을 지키고 인수 감염과 사고에 대한 지침 마련 계획이 담겨 있다. 
 

그들이 바다에 살았더라면

 
고래들은 체구, 먹이 사냥법 등 생체와 서식 습성에 따라 단독생활을 하거나 무리생활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생물인 대왕고래는 주로 단독생활을 하지만 양육할 때는 새끼와 함께 생활한다. 그러나 대왕고래가 단독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소통하는 음파가 작은 고래들보다 더 넓게 퍼져 대왕고래가 실제로는 무리생활을 한다고 보는 연구자들도 있다. 
 
고래류 중 비교적 작은 축에 속하는 ‘큰돌고래’는 무리생활하면서 사냥을 하거나 상위포식자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범고래’도 가족을 꾸리고 함께 생활한다. 
 
고래는 무리의 크기에 따라 무리 짓는 습성이 구분되지만 기본적으로 소규모로 가족을 이루고 새끼를 돌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수조관에서 볼 수 있는 고래들의 습성 또한 마찬가지다. 커다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큰돌고래, 우리나라 제주 지역에서 발견되는 남방큰돌고래 그리고 북극 베링해 주변에서 사는 벨루가 등 모두 무리 생활자들이다.
 
큰돌고래를 잡아 여러 나라 수족관으로 판매하는 공급처는 일본의 타이지현이다. 타이지현의 잔혹한 돌고래 포획은 영화 『더 코브』(The Cove)를 통해서 잘 알려졌다. 큰돌고래 무리를 연안의 만(灣)으로 몰아 도망갈 곳을 차단하고 그물로 퇴로를 막아 조련할 수 있는 고래들만 골라 납치한다. 납치되는 큰돌고래는 동료 돌고래가 창에 맞아 죽어가며 지르는 비명을 듣고 그들이 흘린 피로 바다가 물드는 것을 목격한다. 높은 지능과 상황 인지력이 있는 큰돌고래는 그 잔인한 순간이 뇌리에 새겨진 채 가두리 감옥으로 끌려간다. 그 공포가 조련의 시작이다.
 
남방큰돌고래는 우리나라 제주 지역에서 살아가는 돌고래다. 무리로 생활하고 함께 물고기를 사냥한다. 현재는 남방큰돌고래가 보호종으로 지정돼 포획이 불가능하지만 제주 바다에서 포획해 감금한 남방큰돌고래가 아직도 제주 수족관에 남아있다.
 
벨루가 역시 가족과 무리를 짓고 넓은 생활반경을 갖고 생활하지만, 높은 지능으로 조련이 쉽고 귀여운 얼굴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인기 있는 피랍자의 운명에 처했다.
 
고래의 하루 활동 반경은 수십 킬로미터에 달한다. 고래는 수백 미터를 잠수하고 무리와 소통하며 사냥한다. 이 가족애가 넘치는 포유류는 긴 임신 기간과 양육 기간을 통해 세대를 이을 새끼를 길러낸다. 그리고 인간은 높은 지능과 협응력을 가진 이 생명체가 야생성을 미처 발현하기 이전의 새끼 상태일 때 잔인한 포획과 격리를 통해 가족 무리에서 납치한다. 어려야 조련이 쉽기 때문이다. 
 
큰돌고래 19마리, 남방큰돌고래 1마리, 벨루가 6마리 그리고 수족관에서 혼혈로 태어난 고래 1마리 등 총 27마리의 고래들이 우리나라 수조관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 
 

벨루가를 위하여

 
지난 2월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사회단체 공동으로 돌고래 감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단체는 지난 2월 1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제씨월드에 감금돼 사육중이던 벨루가 ‘아자’가 2020년 말 폐사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수족관 돌고래의 감금을 규탄하면서 ‘돌고래 감금 종료’를 사회와 정부에 촉구했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방문객과 수족관 고래의 접촉과 체험 프로그램은 차후 중지되게 된다. 쇼를 위해 고된 훈련과 공연 노동에 시달리던 수족관 감금 고래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는 달리 진일보한 정부 정책을 환영한다. 그러나 만족스럽진 않다. 진정한 만족은 감금된 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완전한 해방’으로만 가능하다. 
 
환경운동연합은 ‘수족관 감금 고래의 자연 방류’를 촉구한다. ‘고래가 있어야 할 곳은 바다’이다. 이 상식을 감금된 현실로 바꾸는 흑마술이 ‘학술 연구를 위한 포획’이라는 핑계이고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수족관 쇼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수요’다. 
 
‘종합계획’이 마련되고 수족관 고래의 자연 방류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은 변화의 시작이다. 이 변화가 수족관의 고래들을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고 다시는 바다의 고래들이 수족관으로 잡혀오지 않는 날까지 이어져야 한다. 납치돼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노역하다 죽어가는 고래들의 존재를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들의 사회만이 자연과 공생할 수 있다. 우리가, 우리 사회가 그래야 한다. 
 
글 /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해양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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